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헷갈리는 낱말과 문구를 찾아 독자와 함께 풀어보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도편달과 함께 좋은 사례 제보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먼저 경남 진주시의 보도자료를 살펴봅니다.

'진주시는 시민들이 365일 책을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는 스마트도서관 2개소를 망경동 지식산업센터와 중앙지하도상가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개소? 중년의 기자도 이 단어를 써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생활 속에 한자 투성이인 시대에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다녔는데도 지금껏 개소란 단어는 생소합니다.

한글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된 지금, 이 단어를 쓸 일은 더더욱 없겠지요.

그런데 개소란 단어는 지금도 공직 사회에서 버젓이 씁니다. 진주시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시도, 시군에서 애용을 합니다.

애송이, 신참 공무원이 개소란 단어를 이해할지 의문도 들긴 합니다. 수 개월 전 한 지역 경찰청에 전화 취재를 하던 중 '대별(大別·크게 나눔)'이란 단어를 썼다가 무척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구별'을 '대별'로 쓴 것인데, "무슨 뜻이냐"고 반문하더군요.

개소를 먼저 알아봅니다.

개소(個所)란 한자로 낱 개(個), 바 소(所)입니다.

뜻은 '여러 곳 가운데 한 곳'(명사·어느 개소를 골라 줄을 섰다)이라든가 '낱낱의 곳을 세는 단위'(의존명사·사무실을 10개소를 만들었다) 등입니다.

개소(個所) 말고도 같은 뜻의 개소(箇所)라는 한자어도 있는데, 일본어 'かしょ(가쇼)'로 표기합니다. 'か所(가소)'로도 씁니다. '수를 나타내는 한자어에 붙어 특정의 부분이나 장소의 수'를 의미합니다.

군데(의존 명사)란 '낱낱의 곳을 세는 단위'입니다. 개소, 곳, 지점 등과 같은 뜻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엔 '개소'를 '군데'와 뜻이 같다고 설명합니다. 국립국어원은 "오래 전에 장소를 지칭하는 딱딱하고 어려운 한자말을 쉬운 우리말로 순화한다"며 '개소'를 '군데'로 써달라고 권고했습니다.


'곳(명사, 의존 명사 아님)'도 뜻이 비슷합니다.

곳은 '공간적인 또는 추상적인 일정한 자리, 지역'이거나 '일정한 자리나 지역을 세는 단위'입니다. 군데, 위치, 자리와 같은 뜻입니다.

국립국어원은 '곳'을 개소, 군데의 부류에 넣으면서 '행정 용어'로 쓰이기에 적합하도록 '곳'을 추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소방방재청, 중앙행정기관 전문용어 개선안 검토회의 결과(2014년 6월) ▲ 세종시 한글사랑위원회 다듬은 행정용어 목록(2022년 4월)에 가능하면 개소를 '군데'와 '곳'으로 쓰자고 했었네요.

이 정도면 개소, 군데, 곳은 같은 뜻으로 무리없이 쓸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개'가 있습니다.

왜 '개소=군데=곳'의 영역에서 '개'를 들먹이냐 하면, 개소를 '개'로 바꿔 써도 무난한 문장이 자주 나오기 때문입니다.

개(個)는 '낱으로 된 물건을 세는 단위'(의존명사-사탕 한 개)나 '무게의 단위'로 쓰입니다. 우리말론 '가지'이지요.

서두에서 언급한 예시 '스마트도서관 2개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스마트도서관 2군데(곳)를 운영하고 있다'로 쓰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도서관 2개를 운영하고 있다'로 써도 될까요? 틀리지 않습니다.

실제 언론 매체에서는 '개'로 많이 바꿔서 씁니다. 운영하는 스마트도서관이 두 개이니까요.

이 말고 '데'(의존명사)가 있습니다.

'곳'이나 '장소'의 뜻이 있지만, 조금 이해하기 힘든 다른 경우가 있어 예시를 들어 이해를 돕겠습니다.

장소의 예시는 "지금 사는 데(곳)가 어디인데?", "의지할 데 없다" 등이 있습니다. 이는 이 글에서 설명하려는 '개소'의 단위(개수) 개념과 다른 것이지요.

장소의 뜻 말고, 이해를 하기 조금 어려운 '경우', '일이나 것'의 뜻도 있습니다.

'경우'의 사례는 "감기 걸린 데(경우) 먹는 약"이고, '일이나 것'의 예시는 "추수를 끝내는 데(것이) 이틀 걸렸다"입니다.

'개소, 군데, 곳, 데, 개'의 뜻과 용례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문장의 흐름에 따라 단어를 잘 구사해 사용하면 윤택한 글이 되겠습니다.

다시 돌아와, 궁금합니다.

관가에서 쓰는 행정 및 법률 용어에서 '개소'와 '군데(곳)'의 뜻 차이가 있는가요? 기자는 모르겠습니다.

한글로 바꿔서 쓰면 '권위'가 떨어진다는 공직 사회의 마지막 자존심요? 아니면 관행적으로 써오기 때문? 혹여 소송이라도 걸리면 법조계에서 '개소'라는 단어를 범벅 수준으로 쓰니 수틀리지 않게 쓰자는 것이라고요?

결론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국립국어원에선 장소를 지칭하는 한자말 '개소'를 '군데'로 순화해 써달라고 권고했습니다.

'개소'를 '곳'으로 써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보도자료나 행정 문서엔 '개소'란 단어가 숱하게 보입니다. 건축물에 특히 많이 사용합니다. 일제강점기의 영향이겠지요. 건축과 토목 용어에 일본어 잔재가 너무 많습니다.

일본어(투)도 외래어 사용의 다양성 측면에서 굳이 버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운 우리말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 것을 쓰려는 노력을 해야 하겠지요.

과감히 버리고, 바꾸십시오. '개소'란 단어는 죽은, 죽어가는 단어입니다.

시쳇말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읽어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법조문 단어들은 변호사들의 평생 밥벌이용이다", "암을 정복해 버리면 병원이 망하니 암 정복은 하지 않고, 의사들의 수술 기술만 발전시키고 있다"

아이러니한 말들이지요.

이래서 우리 스스로가 어려운 한문투(혹은 일본어투) 단어를 쓰지 말도록 주장하고 간섭해야 합니다. 건강도 의사에게 의지하지 않고 평소 자신이 지켜가는 것이 '장땡'이겠지요.

■참고용

'진주시는 시민들이 365일 책을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는 스마트도서관 2개소를 망경동 지식산업센터와 중앙지하도상가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보도자료 원본

위의 보도자료 문장을 달리 써보면

→'진주시는 시민들이 365일 책을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는 스마트도서관 2개(두 개)를 망경동 지식산업센터와 중앙지하도상가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위에 언급한 문구)

→'진주시는 망경동 지식산업센터와 중앙지하도상가 등 2곳(두 곳)에 시민들이 365일 책을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는 스마트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복문)

→'진주시는 망경동 지식산업센터와 중앙지하도상가 등 2곳(두 곳)에 스마트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민들이 365일 책을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다'(2개 단문으로 나눔)

이 말고도 '진주시는 시민들이 365일 책을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는'을 '진주시는 시민들이 책을 365일간 대출하고 받납할 수 있는'으로 쓰면 문법상 더 좋습니다. 365일과 365일간(동안)은 다르기 때문이지요. 자칫 한글 배우는 외국인은 '365일 책'으로 오해합니다.

또 '스마트도서관 2군데를 운영하고 있다'보다 '2군데(곳)의 스마트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로 바꾸면 더 좋습니다.

즉 도서관 '2군데(곳)'를 운영한다는 것보다 2군데(곳)의 '도서관'을 운영하는 문장이 더 낫다는 말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이지 2군데(곳)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2군데에서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또다른 여러 문구도 가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