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헷갈리는 낱말과 문구를 찾아 독자와 함께 풀어보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도편달과 함께 좋은 사례 제보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먼저 제목에 글 쓰는 직업인을 낮잡은 말인 '글쟁이'를 쓴 것은 기자도 이 부류에 속해 있어 낮춘다는 의미로 쓴 것이니 이해를 바랍니다.

'부산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60대 근로자가 작업 기계에 끼여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지난 20일 더경남뉴스 기사)

'끼었다'는 말은 수없이 듣고 말합니다. 그런데 글쟁이인 기자가 이 문장을 두고서 헷갈렸습니다.

"끼여? 끼어가 아닌가?"

이 생각을 하니 정말 둘 중에 어느 것을 써야 하는지 분간을 못하겠더군요.

둘 다 써도 됩니다. 근로자가 자신이 일하다가 끼인 것이니 '끼어'가 맞고, 달리 근로자가 기계에 의해 끼인 것이니 이 또한 맞게 보는 것이지요.

두 단어의 용례가 좀 복잡합니다. 기자도 배우는 자세로 알아봅니다.

# 끼다

'끼다'의 뜻이 여럿 있네요.

먼저 주로 행위에서 쓰는 것인데 ▲'끼우다'의 준말(예시: 기둥 사이에 끼워라) ▲팔, 손을 서로 걸다(손가락을 끼다, 팔짱을 끼다) ▲곁에 두거나 가까이 하다(그 애 끼고 돌지 마라, 강을 낀 도로) 등의 뜻이 있습니다.

걸다, 끼우다, 넣다 등으로 바꿔쓸 수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다음 예시는 대체로 상태나 느낌의 사례입니다.

여기에서의 끼다는 ▲안개나 연기 등이 퍼져서 서리다(안개가 끼다) ▲때나 먼지 등이 엉겨서 붙다(옷에 때가 끼다) ▲이끼, 녹 등이 물체를 덮다(쇠에 녹이 끼다) ▲얼굴, 목소리에 어떤 기미가 어리어 돌다(수심이 끼다) 등의 뜻을 가집니다.

비슷한 말은 깃들다, 담기다, 서리다 등이 있습니다.

이 말고 끼다는 '끼이다'의 준말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는 '무리 가운데 넣다'는 뜻을 가집니다. 들어가다, 박히다와 비슷하고, 빠지다가 반대이지요.

위의 내용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적시된 내용입니다.

다음으로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 한 풀이인데 ▲꿰거나 꽂아서 걸려 있게 하다 ▲좁은 사이로 빠지지 않게 밀어넣다의 뜻이 있습니다. 모두 타동형(타동사) 사례입니다.

이 예시의 뜻도 일상에서 많이 쓰니 이번 기사에서 '표준어 범주'에 넣어 소개합니다

이 말고 '끼다'의 설명을 찾아보니, 북한어로 '벌레나 짐승 등이 많이 성하다'(우리말샘)는 뜻이 있네요.

경상도에서도 이 같은 의미로 자주 씁니다. "거기에 파리가 와 이리 끼노"처럼 사용합니다

# 끼이다

먼저 '끼이다'에는 위에서 소개한 '끼다'의 사촌쯤 되는 비슷한 풀이가 있는데 ▲물체가 벌어진 사이에 들어가 죄이고 빠지지 않게 되다(피동사) ▲무엇에 걸려 있도록 꿰어지거나 꽂히다(피동사) ▲틈새에 박히다(자동사) 등이 있습니다.

비슷한 말은 관여하다, 끼어들다, 들어가다 등입니다.

또한 끼이다는 '사람을 꺼리고 싫어하다'는 뜻을 가진다고 돼 있는데, 용례를 찾아 보았으나 실패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이런 뜻 있다니 표준말로 쓰이는가 봅니다.

다음은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풀이인데 끼이다를 ▲빠지지 않게 밀어넣어지다 ▲몸에 덧붙여지거나 겹쳐지다 ▲빠지지 않게 서로 걸리다 등으로 설명해 놓았습니다.

'끼다'와 '끼이다' 두 말은 일상에서 화자(話者)나 청자(聽者)나 별로 어렵지 않게 말하고 듣는데, 쓰일 때의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달리 사용합니다. 헷갈립니다.

특히 표준국어대사전에 '끼다'와 함께 '끼이다'의 준말로 '끼다'도 올려놓아 '끼여들다'와 '끼어들다'에서 보듯 일상에서 많이 혼동합니다.

■ 용례로 보는 잘잘못 사례

위에서 여러 가지를 풀이했지만 뜻이 너무 많아 복잡합니다.

예시로 같이 쓸 수 있는 사례와 쓸 수 없는 사례 몇 개를 구별해 보겠습니다.

▶둘을 다 써도 맞는 경우

- '친구들 틈에 끼어 앉다' vs '친구들 틈에 끼여 앉다'

→ 둘 다 맞습니다. 여기에서의 끼이다는 '무리 가운데 섞이다'라는 뜻입니다. '끼이다'의 경우는 줄여서 '끼다'로 쓰는 것이고요. 따라서 끼이다는 피동사가 아닌 본말(끼이다)과 준말(끼다)의 관계이지요. 활용형은 '끼여'(끼이어), '끼어'입니다.

참고로 ‘손가락에 반지가 끼이지를 않는다', '팔이 소매에 끼여서 잘 빠지지 않는다'에서의 '끼이다'는 '끼우다'의 준말인 '끼다'의 피동사입니다. 뜻 풀이 사례의 '무리 가운데 섞이다'가 아닌 '벌어진 사이에 무엇을 집어넣고 빠지지 않게 하다', '기둥 사이에 끼우다'의 경우와 연관됩니다.

▶'끼다'를 써야 하는 경우

- '돌담에 이끼가 잔뜩 끼었다' vs '돌담에 이끼가 잔뜩 끼였다'

→ 끼었다가 맞습니다. 뜻풀이 '안개나 연기 등이 퍼져서 서리다'의 경우입니다. 즉 이 문장에선 누가 끼게 만든 것이 아니라 이끼 자신이 낀 것입니다.

끼였다의 의미로는 '장마가 이끼를 잔뜩 끼이게 했다'가 되겠습니다. 이 경우 주체는 이끼가 아니고 장마가 되는 것이지요.

- '저수지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vs '저수지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였다'

→ 이 또한 안개 자신이 낀 것이니 앞엣것이 맞습니다. 앞에 소개한 '안개나 연기 등이 퍼져서 서리다'의 뜻풀이 경우이지요.

- '끼어들기 없기' vs '끼여들기 없기'

→ '끼어들기'가 맞습니다.

끼이다에 '~어 들다'가 붙여진 말로 잘못 생각해 '끼여들기'로 쓰지만 잘못 쓰는 것입니다. '끼이어 들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끼어들기'가 끼어들기-끼여들기'로 발음돼 '끼여들기'가 올바른 표현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지만 틀렸습니다.

- '옷에 때가 끼었다' vs '옷에 때가 끼였다'

→ 끼었다가 맞습니다. 뜻풀이 '때나 먼지 등이 엉겨서 붙다'의 케이스인데 때 자신이 끼인 것이지 남이 끼게 해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끼이다'를 써야 하는 경우

- '손가락이 차 문에 끼였다' vs "손가락이 차 문에 끼었다"

→ 여기서의 '끼다'는 자동사가 아닌 피동사(끼이다)입니다. 따라서 기였다가 맞습니다. 뜻풀이 '틈새에 박히다'의 경우이고, 이치적으로 손가락이 주체가 돼 손가락을 문에 일불 넣지 않고, 주체는 문입니다. 문이 손가락을 끼게 한 것이지요.

- '나는 사람들 틈에 끼여 나올 수 없었다' vs '나는 사람들 틈에 끼어 나올 수 없었다'

→ 자신이 사람들 틈에 끼이어 나오지 못한 것이니 '끼이어(끼여)'가 맞습니다. 여기에서의 끼이어(끼여)는 뜻풀이 항목 중 '무리 가운데 섞여'의 경우입니다.

또한 끼이다의 준말 '끼다'로 생각하겠지만, 준말인 끼다는 '끼우다'의 준말뿐입니다. 끼이다는 피동형입니다.

상황 풀이를 하면, 내가 자신해서 낀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 끼어진 것이지요. 혹자는 내가 자발적으로 거기에 간 것을 봐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그곳에 간 것만 나의 의지이지 끼인 것은 사람들 때문입니다.

■국립국어원 견해(참고용)

많이 헷갈릴 것으로 여겨져, 국립국어원의 다음 답변을 소개하니 다시 정리해보시지요.

'끼어'와 '끼여'는 사용하는 경우가 다릅니다.

'끼어'는 동사 '끼다'의 어간 '끼'와 어미 '어' 결합한 말로 "구름에 안개가 끼어 있네."와 같이 '안개나 연기 등이 퍼져서 서려'라는 뜻입니다.

이와 달리 '끼여'는 동사 '끼이다'의 어간 '끼이'에 어미 '어'가 결합한 형태로 "손가락이 문에 끼여 다쳤어."와 같이 '끼다'의 피동사로 쓰입니다. 또한 '끼여'는 "구경꾼들 틈에 끼여 나올 수가 없다."처럼 '무리 가운데 섞여'라는 뜻도 가집니다.

그럼 '매연이 끼어 하늘이 시꺼멓다'일까요? '매연이 끼여 하늘이 시꺼멓다'일까요? 연기(매연)가 퍼져서 서린 것이니 '끼어'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