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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물난리가 나 피신하면 '피난'과 '피란'일까?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7.17 14:04 의견 0

지난 6월은 6·25가 발발(勃發·전쟁이나 큰 사건이 갑자기 일어남)한 달이었습니다.

동족상잔의 6·25전쟁 고통은 전장에서 사망한 분들과 이고 지고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분들일 겁니다. 이들 중 이산가족들의 아픔은 지금도 진행행입니다. 누가 이들의 일평생을 이산(離産)의 아픔 속에 가둬놓았는지요?

각설하고.

6·25때 전쟁을 피한 것을 '피난'이라고 쓸까요? '피란'으로 써야 할까요?

'난을 피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피난'과 '피란' 둘 다 같은 뜻으로 봅니다.

통상 난리는 전쟁을 말하기에 '피란'을 쓰는 게 맞지만, 전쟁을 재난의 일종으로 보면 '피난'을 써도 된다는 말입니다.

'피난민-피란민', '피난살이-피란살이', '피난처-피란처'를 혼용해 쓴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구별해 쓰는 게 맞을 때가 있습니다.

먼저 두 단어의 사전의 뜻을 살펴보겠습니다.

피난(避難)의 한자는 피할 피(避), 어려울 난(難)이다. '어려움을 피해 옮겨감'을 뜻합니다. 여기에서의 난은 어려움, 즉 재해를 뜻합니다. 요즘 집중호우 일어나는 홍수나 한반도에서도 잦아지는 지진 등을 말하는것이지요.

반면 피란(避亂)은 피할 피(避), 어지러울 난(亂)입니다. 피란은 '어려움'이 아닌 '어지러움'입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등 전쟁 수준의 난리를 피해 옮김을 뜻합니다.

따라서 홍수 등 자연재해를 입고서 학교 시설 등으로 옮기는 것은 '피난'이 맞고, 6·25전쟁과 같은 지역간, 국가간 전쟁에선 '피란'을 쓰는 것이 맞습니다.

규모가 작은 재난을 난리라고 하지는 않기에 '피란'이 아닌 '피난'으로 쓰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입니다.

헷갈릴 때는 우리나라의 경우 6·25 이후 큰 전쟁이 난 적이 없기에 대체로 '피난'을 쓴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점에서 '피난'의 사용처가 '피란'보다 훨씬 많아 사용처가 넓습니다.

덧붙이자면 요즘 자주 등장하는 '물난리' 단어에서의 난리는 큰 전쟁 수준일까요? 전쟁보다 작은 일반 재해 수준일까요? 사회나 개인이 받는 고통 수준으로 봐서 전쟁 정도 일수도, 일반 재해 수준일 수도 있겠습니다.

전쟁 수준이면 '피란'을 써야 하겠지요. 다만 개인의 느낌이 아닌 사회 전체의 통념상 전쟁 수준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기자의 결론은 둘을 크고 작음을 기준으로 나눠서 쓰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언론의 기사에서는 이렇게 구분해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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