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걸쳐앉다'-'걸터앉다' 어느 게 맞나?
정기홍 기자
승인
2024.10.05 18:10 | 최종 수정 2024.10.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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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헷갈리는 낱말과 문구를 찾아 독자와 함께 풀어보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도편달과 함께 좋은 사례 제보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소방 대원들은 우선 드론을 띄워 이 여성(19)의 상황을 관찰했는데 옥상 끝단 부분에 걸터앉아 있어 위태로운 상황이었지요. 소방 대원들이 드론 정찰을 활용한 것은 매우 흥분돼 있는 이 여성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전남 광양에서 10대 후반 여성이 남자 친구와 말다툼 끝에 23층 옥상에서 걸터앉아 있다가 뛰어내렸는데 에어 매트리스에 떨어져 살았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기사를 읽다가 걸쳐앉은 게 아닌가 하고선 확인 작업을 했더니 '걸터앉아'가 맞습니다.
실제 경상도 사람의 열에 아홉은 '걸쳐앉아'로 말합니다. 태생 때부터 서울, 경기 등 표준말을 쓰는 학생에 비해 국어 점수가 2~3점 깎이는 사례로 봐도 되겠습니다.
'걸쳐앉다'는 표준말 걸터앉다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걸터앉다는 '어떤 물체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 걸치고 앉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기자 개인적으론 '턱하니, 걸터앉다'는 이미지 암기법으로 익히려고 합니다. 아찔한 23층 옥상에서 턱을 내밀거나 괴고 앉은 듯해서 턱의 'ㅌ'과 걸터의 'ㅌ'을 일치시킨 것입니다. 독자분들도 각자의 암기법으로 오래 기억되게 하시길.
짐작컨대 경상도 분들은 이후에도 지속 걸쳐앉다라고 쓸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일상에서 맨날 '걸쳐앉다'라고 써와 머리 속에서도, 몸에서도 익혀져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걸쳐앉다'보다 '걸치앉다'로 많이 씁니다.
"문디야, 남의 집에 왔나? 궁디(엉덩이) 걸치앉지 말고 청 깊숙히 편하게 앉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