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헷갈리는 낱말과 문구를 찾아 독자와 함께 풀어보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도편달과 함께 좋은 사례 제보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꽃을 셀 때 쓰는 말 중에 '본'과 '송이'가 있습니다.
두 낱말이 같을까요 다를까요? 보통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관계의 낱말입니다.
다음 두 예시로 먼저 구별을 해봅니다.
사례1/ '2만 5000㎡ 규모의 축제장이 10만 송이의 국화와 8개 주제 201개 국화작품으로 꾸며진다. 행사 기간에 매년 새로운 기록을 세워온 세계 최대의 다륜대작(多輪大作·원형의 틀에 국화 한 포기로 많은 꽃을 피우게 하는 작품)인 ‘천향여심’도 만날 수 있다'(2023년 10월 28일 경남 창원시 보도자료 중 )
사례2/ '올해 국화축제에는 작년보다 6만 5000본 많은 16만 5000본(1억 2000만 송이) 국화들이 다양한 색감으로 채워져 풍성함을 더했다'(2024년 10월 27일 경남 창원시 보도자료 중 )
위의 두 사례는 경남 창원시에서 지난해와 올해 기자들에게 보낸 '마산국화축제' 보도자료 중의 발췌 내용입니다.
그런데 국화의 수치가 다릅니다. 고작 1년 사이에 전시 꽃 수의 차이가 저토록 크게 날까요?
사례1에선 10만 송이인데 사례2에선 1억 200만 송이입니다. 1년 만에 엄청나게 많아졌을까요? 그런데 사례2에선 친절하게 '본'과 '송이'를 구별해 놓았습니다.
지난해 보도자료에선 '본'을 '송이'로 잘못 생각해 쓴 것입니다. 한 개의 줄기에 꽃이 여러 개 있을 수 있는데 이를 간과한 것입니다.
지난해 이 자료만을 본 기자와 관련 기사를 읽은 독자 입장에선 '10만 송이'로 잘못 알았던 거지요.
기자는 지난해 더경남뉴스 기자 1명과 함께 축제 현장에 들러 취재를 했습니다. 사실 10만 송이도 엄청 많아 보여 어림잡아 "그렇겠네"라고 생각을 했지요. 비슷한 생각을 한 분이 적어도 태반을 훌쩍 넘을 겁니다.
본과 송이의 차이를 알아봅니다.
본(本)은 '초목(草木), 수목(樹木) 등을 세는 단위'입니다. 이들 낱말의 한자에 풀 초(草), 나무 수(樹), 나무 목(木) 등이 들어 있으니 본이란 풀줄기와 나무 등을 세는 것이지요.
이에 더해 본은 주(株)와 같은 말입니다. 주(株)는 '기둥 주', '그루 주'의 뜻입니다. 따라서 한 본은 한 주란 뜻이지요. 순수우리말로 초목은 포기, 수목은 그루라고 해석해도 되겠습니다.
송이는 '(줄기나 나무 위의) 꼭지에 달린 꽃이나 열매를 세는 단위', '꽃, 열매, 눈 등이 다른 꼭지에 달린 한 덩이'의 뜻입니다.
본과 송이의 사전적인 뜻은 이처럼 분명 다릅니다.
본은 '나무-줄기-포기'로, 송이는 '꽃-열매-눈'으로 구별됩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본과 송이를 같은 뜻으로 쓰는 경우는 많습니다.
국화의 경우, 장례식장에서 영정 앞에 놓는 국화를 '국화 한 송이'라고 합니다. 줄기를 중시한다면 '국화 한 줄기의 꽃'으로 말해야 하겠지요. 장례식장용 국화는 한 줄기(포기)에서 꽃이 하나만 핍니다.
달리 감국화처럼 상당수 국화는 한 줄기(포기)에서 꽃이 여럿 핍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혼용해 쓰는 경우가 더러 있다 보니 많은 사람이 둘을 혼돈해 쓰고, 헷갈려 합니다.
마산가고파축제에 전시된 많은 국화도 한 줄기에 한 개 핀 것도 있지만 한 줄기에서 여러 개의 꽃이 핀 것도 있어 특별히 구분해야 합니다.
따라서 오늘 낸 보도자료에서 '작년보다 6만 5000본 많은 16만 5000본(1억 2000만 송이) 국화들'이 맞는 내용입니다.
작년에 보도자료에서 쓴 '10만 송이의 국화'는 틀린 것이지요. '10만 본의 국화'로 써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