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 봄기운이 내려앉으면서 흙은 양기(陽氣)를 서서히 담아갑니다. 지금 절기는 봄으로 향하는 길목입니다.
지난 5일이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잠을 깬다는 '경칩(驚蟄)'이었는데, 때마침 개구리 알을 무더기로 발견해 소개합니다. 기자는 개구리알을 찾기 위해 경칩 때부터 나섰는데 용케 이틀 만에 발견했습니다. 지난해 이맘 때도 며칠간 찾아나섰지만 실패했습니다.
개구리 알이 발견된 곳은 경남 진주시 진성면 구천마을 들녘의 논과 농수로였는데, 이곳은 지난해부터 친환경 벼농사를 하면서 농약을 치지 않아 개구리들이 물이 고인 논가 등에 산란을 한 게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중년 이상의 분들은 어릴 때 물 고인 논가나 길가 웅덩이 등에 지천으로 있던 개구리 알을 많이 보았을 겁니다. 이어 손 모내기를 할 무렵엔 올챙이로 변해 꼬물거리는 올챙이를 친구 삼아 놀던 추억도 있겠지요. 요즘엔 하늘에 별 따기만큼 보기 어렵습니다.
논 배미의 물 고인 곳에 개구리가 짝짓기 후에 낳은 개구리 알. 개구리는 보통 한 번에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알집 형태로 무더기로 뭉쳐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겨우내 얼어 있던 얼음이 녹으면서 물이 고인 논 배미의 웅덩이 모습. 웅덩이 중간에 약간 검게 보이는 것들이 개구리 알이다.
개구리 알은 논 등의 물 속에서 투명한 젤리 형질의 망처럼 둥글게 수정란을 품고 있습니다. 개구리는 보통 한 번에 수백 개에서 수천 개를 낳습니다. 알 형태는 도롱뇽 알과 비슷합니다.
이날 개구리 알이 발견된 논은 지난해 가을 벼 수확을 한 뒤 논을 갈아엎은 곳이었습니다. 봄을 맞아 최근 생갈이(초벌갈이)를 하지 않아 물이 고이는 등 개구리가 알을 낳을 수 있는 주위 환경이 마련된 것이지요.
하지만 아래 사진처럼 생갈이를 한다면 개구리 알은 크게 훼손이 될 우려가 큽니다.
트랙터에 원판쟁기를 끼워 생갈이를 하는 모습. 개구리는 물이 고인 골에 알을 깐다. 개구리는 2월에서 5월까지 부화를 한다.
물 아래의 검은 색이 개구리 알이다.
젤리와 같이 알집 형태로 무더기로 모여 있는 개구리 알의 모습
개구리 알은 논 배미 말고도 들이나 야산의 악고 얕은 웅덩이에서도 발견됩니다. 물이 고여 있는 농수로에서도 발견되지요.
농수로에서 발견된 개구리 알 모습. 검은색이 개구리 알이다.
농수로에서 발견된 개구리 알을 클로즈업 해 찍은 모습
물 속의 낙엽 위에도 개구리 알을 낳았다.
이상 정창현 기자
기자는 올 봄에 삼 세 번의 귀한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지난달 16일엔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 짝짓기 모습을 발견했고, 이어 지난 3일엔 우중(雨中)에 나온 도롱뇽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요즘 보기 어려운 광경입니다. 자연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는 방증입니다.
■개구리와 올챙이, 개구리 알 상식
개구리는 양서류인데 중생대의 쥐라기 전기에 처음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개구리 체화석(體化石·동물체의 일부 또는 전부가 온전하게 보존된 화석)이 발견된 적이 없지만, 백악기 전기의 지층에서 세계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개구리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또 전 세계의 개구리 종류는 5천 종이 넘고, 우리나라에서는 13종이 보고돼 있습니다.
각국은 개구리 중 서식지가 제한돼 있거나 개발로 멸종 위험이 있는 경우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개구리(세계자연보전연맹의 멸종위기 등급-취약(VU)), 수원청개구리(멸종위기 등급-위기(EN)), 맹꽁이(멸종위기 등급-최소관심대상(LC))가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개구리 알은 작고 탱글탱글하며 한 개가 아니라 뭉쳐져 있습니다. 알의 표면이 젤리 모양으로 미끌미끌해 징그러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뭉쳐져 있는 알에 검은 점이 보이는데 이는 올챙이가 될 세포입니다.
알이 뭉쳐져 있는 이유는 개구리가 교접 과정에서 수컷의 정자와 암컷의 난자(알액)가 결합하면서 여러 개의 알이 한 번에 결합해 알집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알집은 암컷의 알세표 사이에 있는 물질에 의해 묶이는데, 개별 알을 뭉쳐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줍니다.
알이 뭉쳐지는 것은 알이 보다 안전하게 크도록 보호하기 위해서이지요. 알집 안의 알들이 서로 밀착돼 있어 열 전달이 쉽고 온도와 습도가 알집 전체에 고르게 분포돼 알이 부화할 때 외부 환경적 요인을 최소화시켜 줍니다.
알에서 부화한 올챙이는 먼저 알껍데기를 먹는다고 합니다.
알껍데기에는 필수영양소가 있고 체내 소화를 원활하게 하는 섬유질이 있습니다.
요즘은 사육 개구리 알도 있습니다. 금붕어 등 물고기처럼 올챙이 사료도 있다네요.
다만 대부분의 야생 개구리알은 채집해 키울 수 없다고 합니다. 불법입니다.
■사건 속의 개구리
개구리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사건은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인데 지난 1991년 3월 대구시 달서구에 살던 5명의 성서초교 학생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된 사건입니다.이후 이들 학생은 암매장된 채 발견됐습니다.
이는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 이형호 유괴 살해 사건과 함께 3대 미제 사건 중 하나로 불립니다.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는 말이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고 잘못 알려져 '개구리 소년'으로 굳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