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팀이 경기 내내 답답한 경기 끝에 오만과 비겼다. 22년 전 원정에서 1-3으로 패한 '오만 쇼크'가 재현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전술적 미비도 지적됐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오만은 80위로 꼭 이겨야만 했던 경기였다. 일본은 이날 바레인을 2-0으로 꺾고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7차전에서 오만과 1-1로 비겼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원정 경기에선 3-1로 낙승한 바 있다.

황희찬이 월드컵 3차 예선 B조 7차전 오만전에서 선제골을 넣는 장면. 이강인의 환상적인 패스를 받아 강력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대한축구협회

전반 40분 교체돼 들어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환상의 송곳패스로 오만의 밀집수비를 뚫고 황희찬(29·울버햄튼)의 선제골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35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손흥민 선수가 오만의 수비수를 제치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한국은 4승3무(승점 15)로 조 선두를 유지했지만 같은조 다른 팀과 격차를 더 벌리지 못했다. 2위 요르단 12점, 이라크 12점, 오만 7점, 쿠웨이트 5점, 팔레스타인 3점이다.

이로써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은 6월 5일 이라크전과 6월 10일 쿠웨이트전으로 넘기게 됐다.

한국은 월드컵 3차 예선에서 이라크-요르단-오만-팔레스타인-쿠웨이트와 함께 B조에 속해 있다.

3차 예선에서는 각 조 2위(총 6팀)까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각 조 3, 4위(총 6팀)는 4차 예선에 돌입해 3팀씩 2개 조로 나뉘어 각 조 1위를 기록한 2팀이 월드컵 본선에 오른다. 또 4차 예선 각 조 2위는 다시 맞대결을 펼친 뒤 승자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월드컵 진출 여부를 가린다.

한국은 이날 오만을 꺾고 25일 수원에서 요르단을 잡아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행(11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을 계획이었다.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에서 3개 조 1~2위인 6개 팀이 본선에 직행한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SNS

한국은 공격라인에 공을 뿌리는 역할을 하는 이강인과 황인범(페예노르트)이 빠지면서 잉글랜드 리그1(3부) 버밍엄시티의 백승호가 선발로 나섰다.

이강인은 소속팀 일정으로 이틀 전에 합류했고 황인범은 발등 타박상으로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수비의 핵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결장했다.

한국은 이들이 빠지자 볼 전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만의 두꺼운 수비를 뚫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공격수 손흥민(토트넘)과 주민규(대전)도 최전방에 고립됐다.

한국은 전반 내내 공을 돌릴 뿐이었다. 패스가 안 되면 돌파를 하거나 측면을 공략해 크로스를 올려 골을 결정지어야 하는데 지루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특히 오만 선수들은 무슬림 5대 의무인 라마단 기간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실망감이 더했다. 오만 선수들은 해가 뜬 뒤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물도 입에 대지 않고 기도만 하다가 A매치 당일인 이날만 예외로 정상 식사를 했다고 한다. 한국 꽃샘추위도 그들에겐 악재였다.

전반 36분 백승호가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해 이강인을 급하게 투입했다.

이강인은 교체 투입 3분 만에 센터서클 부근에서 골문 가운데로 향하는 환상의 왼발 킬패스로 질주하던 황희찬에게 올렸고 황희찬은 기가 막힌 발뒤꿈치 볼 터치 후 넘어지며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때까지 한국의 유효슈팅은 없었다.

황희찬은 지난해 9월 오만 원정에 이어 다시 선제골을 뽑았다.

황희찬 선수

하지만 후반 중반에 이강인이 볼 경합 중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후반 35분 오만의 알리 알부사이디에게 중거리포를 얻어 맞았다. 허무한 일격이었다.

이강인이 쓰러졌을 때 공을 멀리 차냈으면 경기가 중단됐을텐데 볼을 어설프게 처리하다 빼앗겼다. 이강인은 업혀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강인은 본래 뛰던 오른쪽 측면 공격수가 아닌 수비 미드필더에서 공을 배급하는 데 주력했다. 입국한 지 48시간도 안 돼 무리를 주지 않으려는 코치진 의도로 보였다.

이러다 보니 한국 공격의 핵 손흥민(토트넘)이 전방에서 자주 고립되면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오만 선수 2~3명이 달라붙었다. 상황이 이러면 상대적으로 헐거워진 다른 공격수들이 이를 활용해야 했는데 이를 뚫어낼 개인기가 보이지 않았다.

이강인이 공을 전방으로 밀어줬지만 공격수들은 몰려있는 오만 수비 사이에서 패스만 주고 받다가 뺏기곤 했다.

후반 들어 주민규(대전) 대신 오세훈(마치다)로 교체했으나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홍명보 감독도 "쉬운 볼을 상대에게 넘겨주니 이기고 있지만 이기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또한 중앙수비로 권경원(코르파칸)과 조유민(샤르자)이 나섰지만 김민재의 공백을 절감했다.

한국은 동점 상황에서 공격수 오현규와 양현준을 교체 투입하며 재역전을 노렸으나 소득 없이 끝났다.

한편 일본은 이날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3차예선 C조 7차전에서 바레인을 2-0으로 꺾고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일본은 이날 승리로 6승1무(승점 19)를 기록해 최소 조 2위를 확보했다.

신태용 감독을 경질한 C조의 인도네시아는 호주에 1-5로 대패했다. 1승3무3패(승점 6)로 조 4위다.

■2026 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7차전

한국 1-1 오만

득점: 황희찬(전41), 알리 알부사이디(후35)

출전선수: 조현우(GK), 이태석(후40 양현준), 권경원, 조유민, 설영우, 박용우, 백승호(전38 이강인→후40 오현규), 이재성, 황희찬(후18 배준호), 손흥민, 주민규(HT 오세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