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한 총리는 즉시 직무에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한다. 국회의 탄핵소추 87일 만이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한 총리 탄핵심판의 선고기일을 열고 단 2분 만에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8명 중 5명은 기각 의견을, 1명은 인용 의견, 2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기각 의견은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이, 인용은 정계선. 각하 의견은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이 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 대재판정에서 선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SBS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한 총리의 탄핵 사유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한 공모·묵인·방조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 거부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김건희 특검법 거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시도 등 5가지였다.

기각 의견을 낸 5명 중 4명은 한 총리가 국회에서 선출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이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는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헌재는 국회에서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해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또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 기준(200석) 의결 정족수가 적용돼야 하는데 총리 기준(151석)이 적용돼 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한 총리 측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재판관 6명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령상으로 대행자에게 미리 예정된 기능과 과업의 수행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로써 ‘권한대행’이라는 지위가 새로이 창설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탄핵소추는 본래의 신분상 지위에 따라 의결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정족수를 대통령 기준(200석)이 아닌 국무위원 기준(151석)을 적용했었다.

하지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총리의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한 공모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김건희 특검법 거부 ▲한 전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시도 등 4개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선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다만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는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 간에도 의견이 갈렸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헌법 제66조와 제 111조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김복형 재판관은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 역시 나머지 소추사유와 마찬가지로 헌법·법률 위반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총리실

한편 국회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던 한 총리도 12월 27일 탄핵안을 의결해 헌재 심판에 넘겼다.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해 형사 재판, 탄핵소추에 넘겨진 고위 공직자 중 사법기관의 본안 판단을 받은 것은 한 총리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