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 집값이 지속 폭등하자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집값 통계 수치와 통계 서술 정보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17일 공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8년 1월~2021년 10월 총 102회에 걸쳐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 과정에 부당한 개입해 통계 수치를 조작했다.

감사원 표지석. 감사원 홈페이지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7년 6월부터 원칙적으로 외부 제공이 금지된 집값 변동률 주중치(작성 중인 통계 자료)를 사전에 받아 보기 시작했다.

이에 한국부동산원은 2017년 8월부터 12차례에 걸쳐 주중치의 사전 제공을 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통보했지만, 청와대와 국토부는 이를 묵살했다.

당시 황수경 통계청장은 직원들에게 반복해서 "청와대에 통계법을 위반하는 자료를 주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8월 황 청장을 취임 13개월 만에 전격 경질했다.

이후 청와대와 국토부 등의 압력은 노골적이었다.

2019년 7월 4일 당시 국토부 과장은 한국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 실무 책임자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주택가격동향조사 업무를 다른 기관으로 넘기고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울 내림세로 바꿀 것을 요구했지만, 한국부동산원이 같은 해 6월 4주 차 변동률을 보합으로 발표하자 책임자에게 이 같은 압력을 넣은 것이다.

당시 6월의 서울 아파트 한 달 실거래가 지수 상승률은 2.05%였고, 민간의 통계도 6월 4주 차 변동률은 0.06%였다.

감사원은 또 2019년 6월 17일엔 전년 ‘9·13대책’ 이후 31주간 하락세였던 변동률이 속보치(월 단위 보고)에서 보합으로 보고되자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보합은 절대 안 된다”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토부 과장은 한국부동산원에 “BH(청와대)에서 예의주시 중이고 연락도 받았다.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라며 “이번 한 주만 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같은 해 4월 열린 시장점검회의에서 한국부동산원에 “강남 지역은 호가도 반영하지 말고, 신고된 실거래도 경우에 따라 다르니 반영하지 말라”며 “부동산원 통계가 민간 통계보다 절대 먼저 상승으로 전환되면 안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은 정부 차원의 이 같은 통계 조작을 기록으로 남겨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부동산원 일부 직원은 '실제 집값 상황은 우리가 보고하는 통계와 많이 다르다'는 내용을 이메일에 담아 총리실과 기획재정부에 보냈다.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은 또 단체 대화방에서 “얘들아, 집값 낮추란다. 낮추자”, “최근에는 대놓고 조작하네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집값 통계 조작과 관련해 검토한 증거 서류는 3만여 쪽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청와대·통계청·한국부동산원 관계자 31명에 대한 징계요구 등을 각 기관에 통보했다.

앞서 감사원은 2023년 통계법 위반·직권남용·업무방해 등의 혐의가 확인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22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 김 전 장관 등 11명을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