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 '정창현 기자의 고샅길 산책'은 발행인인 정 기자가 세상사에서 비켜서 있는 곳곳을 찾아 그 속내를 한 꺼풀씩 벗겨내는 코너입니다. 고샅길은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입니다. 정 발행인은 '고샅길' 의미처럼 이 구석 저 구석을 찾아 '호흡이 긴' 사진 여행을 합니다. 구석을 찾는다는 뜻에서 도심의 풍경과 정취도 포괄해 접근합니다. 좋은 연재물이 되도록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경남 진주축산농협(이하 진주축협)이 운영하는 염소경매시장이 지난 18일 진주시 이반성면 한우경매시장 내에서 문을 열고 첫 경매를 했습니다.
이날 염소 사육 농가와 매수인(음식점 주인 등), 구경꾼 등 400명 이상이 몰려 경매장이 크게 붐볐습니다. 출하 염소가 너무 많아 경매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이날 오전 11시쯤 시작돼 오후 3시 30분쯤까지 진행된 경매 전 과정을 따라갑니다. 도출된 문제점도 짚습니다.
정종열 진주축협 조합장이 첫 경매날인 18일 염소경매시장에서 염소 농장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첫 경매이어선지 예상보다 많은 두수가 출하됐습니다. 진주축협은 243마리로 공식 집계했습니다.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으니 유찰된 염소가 많았습니다.
한 농장주는 "외래종인 보아(Boer) 염소를 6개월 전 120만 원에 구매해 키워서 가져왔는데 경매 시작가가 80만 원도 안 됐다"며 경매를 포기하고 돌아갔습니다.
첫 경매여서인지 공급과 수요가 전혀 맞지 않은 경매였습니다.
진주축협으로선 첫 경매여서 염소 출하 두수가 적을까 우려해 축산 농가엔 홍보를 많이 했지만, 정작 사려는 쪽엔 홍보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데이터가 없는 수요자 예측이 쉽지 않지만 다음 경매 때부터 고려해야 할 큰 고민거리임엔 틀림없습니다.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은 시장은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깨지면 팔려는 쪽과 사려는 쪽 모두 만족스런 경매가가 나오지 않습니다.
정종열 진주축협 조합장은 이와 관련해 "개고기 대체 건강식품으로 자리하면서 염소 사육농장은 많아지는데 유통과 소비의 접점인 염소고기 유통점이나 음식점 등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번 염소경매시장 개장이 활발한 유통시장 형성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염소 농장주와 축협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개고기 시장이 닫히면서 영양가와 레스피(recipe·요리법)가 비슷한 염소 사육농가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음식점 개업 등이 이를 뒤따르지 못해 1년 전과 비교해 가격이 많이 내렸습니다.
이날 외래종인 보어(Boer) 염소도 제법 나왔습니다.
보통 염소를 말할 때 토종 흑염소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최근 보어 염소 사육하는 농가도 많아졌습니다.
보어 염소는 토종 흑염소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체격이 크며 ▲도축 시 수율이 높아 경제성이 좋다고 합니다. 또 ▲번식력이 뛰어나 보통 2~3마리의 새끼를 낳는 경우가 많고 ▲질병 저항성이 강해 관리가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합니다.
흑염소보다 보어 품종이 이뻐서 몇 마리씩 키우다가 파는 농가도 있다고 합니다.
이날 경매장에서도 보어 사육 농가가 경매에 참가했더군요. 하지만 보어 염소는 흑염소보다 인기가 없었습니다. 영양가에서 토종 흑염소보다 덜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입니다.
■염소 출하, 소독 등 경매 절차
가축시장 방문을 위해서는 먼저 거점소독시설에서 소독을 마치고 소독 확인서를 경매장에 제출해야 한다.
염소를 싣고 온 트럭이 소독을 하고 있다.
차량과 대인 소독을 끝마치면 소독 확인서가 나온다.
소독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이날 경매에 흑염소가 많이 나와 차량이 기다렸다.
가축시장 출입구에서도 자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평소에도 해야 하지만 지난 달부터 전남 영암에서 소 구제역이 발생해 이날 특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염소 출하를 위해 줄 지어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염소 농장주들이 경매장 옆 주차 공터에 염소 차량을 세워 두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염소 차량을 야외 주차장에서 세워두고 기다리는 동안, 농장주는 경매시장 창구에서 구제역 예방접종확인서를 작성한 뒤 시·군에서 발급한 구제역 접종 확인서와 거점소독 확인서를 같이 제출한다.
진주축협 관계자들이 염소를 경매장으로 옮기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가축용 전자저울 모습. 이 좁은 출구로 염소가 잠시 서 있는 사이 무게가 측정돼 기록된다.
차량에서 보아 염소가 내리고 있다. '소 뒷발조심' 경고판이 눈여겨 보인다. 소의 경우 가끔 뒷발로 사람을 차 숨지는 사고도 발생한다.
진주축협 관계자가 염소가 경매장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점검하고 있다.
연소 농장주가 진주축협 직원이 작성한 출하 접수증 내용을 확인한 뒤 서명하고 있다.
먼저 경매 번호를 받은 흑염소들이 자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진주축협 직원이 경매 번호가 부여된 보아 염소를 이동시키고 있다. 이동시키려는 직원과 버티는 염소 모습이 이채롭다.
진주축협 직원들이 경매 번호를 받은 염소를 경매장에서 매고 있다.
땀 흘리고 있는 축협 관계자 모습. 이날 3명의 직원이 무려 243두의 염소를 모두 상·하차 시켰다.
출하 농가에 지켜야 할 주의사항 안내문
■경매 준비 과정
중개인이 경매 최저가(경매 시작가)를 산정하고 있다.
경매 시작가(경매 최저가)는 가축시장 중개인이 전국 시세에 따라 정해 매긴다. 시작가가 불만인 농장주는 축협 관계자와 논의해 변경이 가능하다.
중개인은 "시작가가 낮아도 염소를 구매하려는 응찰자가 많으면 경매 낙찰가는 더 높게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가축시장에 첫 번째로 접수된 염소 경매 시작가. 33만 8천 원으로 경매 과정에서 높거나 더 낮게 낙찰될 수 있다. 이날 1번 염소는 최종 38만 5천 원에 낙찰됐다.
▶매수인 등록
염소 경매도 소 경매와 같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개체별 스마트 경매로 진행됩니다.
기자가 이전에 방문했던 경남 함양 염소경매시장에서는 수기로 응찰가를 작성해 사무실에 접수하는 '일괄경매 방식'으로 했습니다. 수작업입니다.
염소 경매 매수인(응찰자)이 지켜야 할 안내문
매수인들이 사무실에서 등록을 하고 있다.
진주축협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경매 방식을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부터 사용법까지 안내했습니다.
축협 관계자가 스마트 경매 앱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경매 안내문
진주축협 직원들이 스마트폰 경매 방법을 알리는데 여념없다.
백발의 멋진 중년 여성도 직원으로부터 경매 앱을 내려받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염소를 사려 온 매수자로 보였다.
▶경매 직전 모습
사무실에서 염소를 등록하고 있는 사이 농장주, 매수인 등이 염소를 둘러보고 있다.
한 어르신이 구매할 염소 정보를 메모하고 있다.
이걸 살까 저걸 살까···많은 사람들이 경매에 나온 염소를 둘러보고 있다.
염소를 둘러보던 한 농장주가 염소의 나이를 확인하기 위해 치아를 감별하고 있다.
염소는 개체 정보가 없이 거래되고 있어 연령을 치아 감별로 추정합니다.
보통 염소는 출생 때부터 아래턱에 8개의 유치(어린치아)가 있으며 1년마다 2개의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 2개가 생깁니다. 즉 영구치 2개가 있으면 1~2년을 자란 염소입니다.
영구치와 유치 모습. 국립축산과학원
영구치와 유치 구별 자료. 국립축산과학원
■경매 첫날 경매장 분위기
진주축협은 경매가 진행되는 긴 시간 동안 기다리는 농장주를 위해 천막과 의자를 준비했더군요. 수육과 음료를 푸집하게 준비해 제공했습니다.
진주축협이 경매 첫날을 맞아 신경을 써 준비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농장주들과 응찰자들은 "타 지역 경매시장에는 앉아서 기다릴 공간이 부족했다"며 "작은 배려가 기다리는 방문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칭찬하더군요.
정종열 진주축협 조합장(가운데)이 가축시장을 방문한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진주축협에서 첫 경매를 축하해 준비한 수육을 먹고 있는 방문객들
염소 사료를 공급하는 '농협사료'에서 홍보를 위해 커피 등 음료를 무료제공 하고 있다. 오래 기다리던 농장주 등이 음료를 마시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다.
농협이 운영하는 '농협사료'에서 신제품으로 출시한 염소 사료. 지금은 염소 사료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많은 농가에서 소 사료를 이용하고 한다.
■ 경매 시작
염소 경매 시작 안내 멘트와 동시에 전광판에 시작가가 표시가 되고 3초 안에 낙찰 여부가 결정됩니다.
유찰 땐 경매 시작가를 낮추고 2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고, 총 3번의 경매에서 유찰되면 유찰판을 붙이고 다음 염소 경매로 이동합니다.
유찰된 염소는 이날 출하한 염소 경매가 종료된 뒤 다시 경매를 합니다. 이때 농장주의 의견에 따라 경매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4번 염소를 경매하고 있는 모습
경매장 중앙 윗쪽 경매 전광판에 경매번호, 출하주, 성별, 중량, 최저가 등의 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14kg 숫염소가 61만 3천 원에 낙찰됐다.
첫 경매를 한 이날, 염소 농장주들에겐 경매가가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많은 관심을 받은 염소는 14kg짜리 숫염소였는데 61만 3천 원에 낙찰됐습니다. 경매가가 잘 나와 주위에선 "조작 실수로 잘못 입력이 된 것이 아닌가"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염소를 사육하는 농장주들이 낙찰가가 잘 나온 농장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축협 관계자가 경매대금 정산완료 확인서를 확인하고 염소를 찾고 있다. 낙찰된 염소는 매수인이 대금을 정산하고 확인서를 축협 관계자에게 전달하면 염소를 찾아 차량에 실어준다.
이날 경매시장에 무려 243마리의 염소가 나와 경매 시간이 오래 지속되자 많은 사람이 떠나 염소만 남아 있다.
진주축협 직둰들이 낙찰된 염소를 차량에 싣고 있다.
차량에 실린 염소 가둠 철망에 들어가는 염소들
화물 차량이 아닌 SUV 승용 차량에 뒷좌석을 눕혀 이불을 깔고 염소를 싣고 있는 모습
■해결해야 할 문제
이날 첫 경매여서인지 염소가 너무 많이 나와 유찰이 많았습니다.
한우 경매처럼 개체별 경매를 채택, 경매가 끝나자 마자 경매장을 떠나 경매 중반부터는 매수인이 크게 줄어 경매 뒷 번호의 염소들이 많이 유찰됐습니다. 매수인들이 앞 순번의 염소를 산 뒤 떠나 나중엔 염소만 남고 사려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지요.
경매는 오전 11시쯤 시작해 오후 3시 30분쯤 마무리가 됐습니다. 진주축협은 당초 경매가 오전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합니다. 염소에 경매 번호를 부여해 순번에 따라 한 마리씩 경매를 하다보니 시간도 많이 소요됐습니다.
특히 유찰된 염소는 전체 경매가 끝난 뒤 재경매가 가능했지만, 매수인들이 기다리지 않고 경매장을 떠나 재경매제는 있으나마나 했습니다.
진주축협은 처음엔 전체 경매가 끝난 뒤 정산을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찍 낙찰 받은 매수인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개별 경매가 완료되고 정산이 확인된 염소는 곧바로 출하하기로 방침을 바꿨습니다.
매수인들로선 전체 경매(243마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지요.
진주축협으로선 염소가 이렇게 많이 출하될 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앞으론 경매 상황에 따른 정산 인력 확충 등 개선책 마련을 더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정종열 진주축협 조합장이 농장주들의 의견을 듣고 개선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축산인은 염소 2마리를 키우는데 시작가가 낮고 앞 순번의 많은 유찰을 보고 경매를 포기하고 다시 키우기로 했다며 차량에 싣고 갔다.
경매 초반에 유찰이 많이 나오고 있다. 염소가 너무 많이 나온 영향으로 보였다.
유찰이 많이 나오면서 유찰표가 없어 따로 유찰 표시를 하고 있다.
한 농장주가 낮은 경매가에 유찰된 염소를 도로 가져가려고 끌고 있다.
또 방역 시설과 주차장도 경매에 나온 염소(243마리)에 비해 좁아 방문객들이 인근 도로에 주차를 하면서 근처 공장과 음식점 출입로를 막아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염소 경매시장은 기존 한우경매시장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비닐히우스 등에서 가둬 주로 사료를 먹여 키우는 염소와 방목을 하는 염소의 차이를 판별할 방법이 없는 것도 장기 숙제로 대두됐다.
특정 공간에서 가둬 키우는 염소는 살이 더 찌고 외양이 윤택해 보이는 반면 방목한 염소는 살이 덜 찌고 와향이 투박해 보인다. 방목해 평소 온갖 약초와 잡초를 뜯어먹은 염소가 몸 보신에 더 좋은 건 알려진 사실이다.
방문객들의 주차 공간이 없어 인근 도로에 주차를 한 모습
인근 음식점과 공장 인근 도로가에 줄지어 주차한 차량들 모습. 공장에선 공장 출입구 차량 통행이 안 된다며 안내방송을 자주 했다.
진주축협 관계자는 이날 염소경매시장에 진주와 인근 시군의 55농가에서 243마리가 출하됐다고 하더군요. 진주 지역에서는 28농가가 출하했습니다.
243마리 중 240마리가 입찰에 부쳐져 192마리가 낙찰됐다고 합니다.
매수인은 총 98명이 등록해 54명이 낙찰을 받아 염소를 구매해 갔습니다. 최고 낙찰가는 102만 9천 원이며 최저 낙찰가는 6만 8천 원입니다.
지난해 5월 기자가 들른 함양 염소경매시장(첫 경매)에서는 염소 109마리가 입찰에 부쳐져 96마리가 낙찰됐으며 최고 낙찰가는 180만 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