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에도 꽃이 핍니다.
이글거리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지금, 그 열기를 받은 들녘의 벼논엔 벼꽃이 한창 피고 있습니다. 자세히 봐야 보일 정도로 아주 작습니다.
벼꽃이 있다고요? 벼의 이삭에 붙은 하얀색 꽃입니다. 그 모양이 이삭이 자라 수확한 흰쌀처럼 보인다고 하고, 불교에서의 전설의 꽃 우담바라와 같다고 하는 등 보는 시각에 따라 다릅니다.
아무튼 벼논 속에 이처럼 작은, 신비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이 말 그대로 신기합니다.
벼꽃으로 불리는 이삭 모습. 초록색 바탕 벼 껍질인 이삭에 붙은 하얀색이 작은 나비처럼 보인다.
벼꽃에 관해 알아봅니다.
어느 꽃에서나 암술과 수술이 있고, 당연히 수정을 합니다.
벼꽃은 화려한 꽃이 아닙니다. 꽃잎이나 꽃받침이 없고, 1개 암술과 6개 수술로 이뤄져 있습니다.
벼꽃의 개화 시기는 8월 중순~8월 말에 핀다고 알려져 있는데, 빠른 것은 8월 초순에도 핍니다.
벼꽃은 핌과 동시에 2시간 이내에 자가수분을 끝내 벼꽃의 일생은 매우 짧습니다. 꽃이 피는 기간(꽃이 보이는)은 3~5일로 짧고, 꽃이 피는 시기는 벼 품종에 따라 조금씩 달리합니다.
자가수정이란 곤충 등의 도움 없이 암술과 수술이 직접 닿아 수정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수정 방식은 비가 많은 여름철 환경에 적응한 벼꽃의 수정 방식이라고 하더군요. 전문가의 말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하얀 수술이 이삭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벼꽃은 수정이 끝났다고 봐야합니다. 암술은 벼 이삭 속에 있습니다.
농업인들은 이 때 팬 이삭을 두루뭉슬하게 벼꽃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히 이삭은 꽃이 아니고, 하얀색으로 보이는 것이 꽃입니다. 이삭은 수정 후 생긴 벼알을 담아 키우는 것이지요.
꽃이 피는 것은 개화(開花)라고 합니다. 열 개, 꽃 화이지요.
벼의 경우 개화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삭이 나온다'고 하는데, 한자론 '출수(出穗)'라고 합니다. 날 출, 이삭 수입니다.
이래서 많은 사람은 벼엔 꽃이 피지 않는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꽃이 피고 수정을 해야 열매가 열리는 건 만고의 이치이고, 암술과 수술이 입 맞춰 수정을 합니다.
벼의 꽃이란 정확히 벼의 이삭이 나올 때 피는 '벼 이삭의 꽃'입니다.
벼논에 이삭이 팬 8월 중순의 들녁. 가을 수확철엔 황금색이 된다.
벼 이삭 사이로 꿀벌이 날아 다니고 있다. 하지만 벼꽃은 자가수정을 ㅎ기에 수정 매개체는 아니다. 꿀벌은 단지 꿀을 빨기 위해 온 듯하다.
점점 잦아지는 폭우와 폭염, 올해도 기록적인 극한 날씨 속에서도 이삭은 때맞춰 패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벼는 꽃이 피지 않는다는 속설의 진실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시금 말하면, 벼 이삭이 패는 것은 꽃이 피는 것이 아닙니다. 벼꽃은 팬 이삭에서 피는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