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사진관] 향기 진한 복사꽃도 물 올랐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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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9 20:42 | 최종 수정 2022.06.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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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창(萬化方暢), 봄의 들판이 꽃대궐입니다. 이를 '흐드러지게 핀다'고 하지요. 봄기운이 대지를 데우는 지금이 눈 호강을 시키기에 '딱'입니다.
지난 '읍내 사진관'에서 산수유와 매화(홍매화)가 피는 마을과 산사를 찾았는데, 이번엔 복숭아꽃입니다. 복사꽃, 한자로는 도화(桃花)입니다. 복숭아 도(桃)자입니다.
경남 진주의 한 복숭아 밭에서 막 피어나는 복사꽃을 담았습니다. 연초록으로 물 오른 가지에 대롱대롱 달린 봉오리들과 그 중 얼굴을 갓 내민 아기꽃입니다.
한배, 한시에 나와도 굵기가 다르다는 말처럼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찍었는데도 한쪽 가지는 봉오리만 내놓은 반면 다른 가지는 봉오리를 열어젖혔네요.
아래 사진은 햇살이 따사로운 며칠 후 같은 과원에서 찍었습니다. 벌써 잎사귀도 꽃에 뒤질새라 날개를 펴듯 돋아나고 있습니다.
앵글을 클로즈 업 했습니다. 그저 예쁘게만 보이는 꽃다운 청춘 10대와 같습니다. '중매꾼' 꿀벌이 암수 꽃들을 찾아 쏘다니며 연결을 시키지요. 꿀벌은 거간료로 '암꽃'이 생산한 꿀을 담아 집으로 옮기고···.
복숭아꽃과 관련한 '도화살(桃花煞)'이란 말이 있습니다. 복숭화꽃이 달콤한 향기를 퍼뜨려 온갖 벌레를 꼬신다고 해서 붙여진 말입니다. 꽃 피는 봄이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 해진다는 뜻도 있겠네요. 점술학에서 남녀의 호색과 음란을 경계하란 의미로 충고하는 단어입니다.
달리 '복숭아꽃 스킬'이란 말도 있습니다. 복숭아꽃을 컴퓨터 바탕화면이나 휴대전화의 배경화면으로 지정해 놓으면 이성 친구가 생긴다는 신종 연애용어입니다.
고사성어도 소개합니다. 이대도강(李代桃僵)은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해 넘어진다'는 뜻입니다. 큰 승리를 거두려고 작은 손해(자두)를 보는 것입니다. 복숭아가 자두보다 크고 맛이 있지요.
도화가 만개한 사진입니다. 젊은이처럼 활짝 피다가 며칠 간의 전성기를 누리고서 잉태를 하겠지요.
그런데 올 봄에 꿀벌이 사라져 양봉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만나야 '일'이 이뤄질텐데 걱정스럽네요.
화려한 도화 만큼이나 튼실한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려야 할 터인데 말이죠.
아래 사진은 복사꽃이 피고있는 과수원의 전체 정취입니다. 풋풋해 보이는, 내가 늘 살고 있고, 살아 봤던 동네의 옆마을 시골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