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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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6 19:57 | 최종 수정 2022.05.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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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스럽다'는 단어가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자녀의 수상 실적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것을 유포했다"며 사과를 요구하자 조 전 장관이 박남춘 인천시장이 정정한 글을 공유했다고 합니다.
박 시장은 처음 글에서 한 후보자의 자녀가 인천시에서 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가 사실을 확인 후 다시 글을 다시 썼습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6일 “사과하는 방식마저 좀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꼬았습니다.
좀스럽다의 뜻은 '사물의 규모가 보잘 것 없이 작다' '성질이 옹졸하고 잘다'입니다. 유사한 표현으로는 다랍다, 질다, 졸렬하다가 있습니다.
좀스럽다의 첫 버전은 1년여 전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시가 지난해 1월 매곡동 사저 부지 농지전용 허가 사실을 야당이 문제를 삼자 지난해 3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라고 썼습니다.
양산 사저 건은 문 대통령이 사저 부지 중 24년 전부터 도로인 곳에 11년간 유실수 농사를 지었다는 영농 경력을 제출해 농지법 위반 유무를 두고 정치권 공방을 벌였었지요. 오고 간 의혹들은 아직껏 명쾌하게 풀린 건 없습니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 직접 쓴 '좀스럽다'는 말을 두고 글을 쓴 자체가 좀스럽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이 쓸 언어가 아니란 말이었지요.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글을 두고서도 좀스럽다는 말이 또 나왔습니다.
박 인천시장은 한 후보자의 자녀의 인천시 수상과 관련해 5일 자신의 페북에 “한 후보자 장녀가 2020년 인천시 산하 단체장으로부터 수상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가 몇 시간 뒤 “한 후보자 장녀의 2020년과 2021년 수상 실적이 있어 사실관계를 정정한다”고 바로잡았습니다.
이어 조 전 장관은 5일 오후 박 시장의 정정 글을 공유했습니다.
또 지난 4일 서울시와 인천시가 “수상 내역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기사를 공유한 게시글에 대해서도 6일 “보도 후 서울시는 수상기록이 누락된 것으로 추후 확인되었다고 밝힘. 인천시는 ‘시장상’이 아니라 ‘시의회 의장상’, ‘인천시 위탁기관 센터장상’이라고 밝힘”이라고 내용을 추가했지요.
국민의힘 박 대변인이 이날 “사과하라니까 대충 퉁치자는 것 같은데 사과하는 방식마저 좀스럽기 짝이 없다”고 한 마디를 했습니다.
요즘 정치판을 저잣거리를 다니는 기자의 눈으로 보면 좀스러움이 천지삐까리(많다는 경상사투리)입니다. 어느 정치인 할 거 없이 대범함은 좀체 찾기 어렵고 깔짝대는, 말 그대로 좀스런 말투만 판치고 있습니다. 여의도에 큰 정치가 없다는 말입니다.
어찌보면 우리 정치사에서 가장 옹졸하고 좀스런 때가 지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질구레하고, 그지없이 옹졸하고, 더한 건 비겁하다는 것이지요.
좀스럽다는 단어를 보면서 '좀'이 생각났습니다. 좀은 크기가 아주 작지요.
주택가 주변의 어둡고 습한 곳이나 따뜻한 곳에서 삽니다. 주로 야간에 활동하고 사람이 접근하면 재빨리 달아나 관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좀은 나무 기둥, 목재가구, 종이, 풀 등과 옷감 등 식물성 섬유를 주로 먹습니다.
좀의 애벌레는 어른벌레가 되기 전에 약 60번의 허물을 벗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겉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60번보다 더한 갖은 허물을 감추고서 유권자에게 알랑방귀를 뀌며 카멜레온처럼 정치생명줄을 잇는 요새 정치인과는 다르네요.
요즘 정치인들의 말을 듣자면 좀스러움과 옹졸함이 철철 넘쳐납니다. '존경하는 00의원님'같은 느끼한 말만 내뱉는 의원들을 보노라면 무척 한심합니다.
이처럼 요즘 의원들의 '모타리'(덩치의 경상 방언)는 좀생이들입니다. '3김 시절'엔 살벌한 말이 눈앞을 휙휙 날라다녔지만 밀고 당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옛날 좀이 드글거릴 때 좀약은 효과가 좋았습니다. 좀스런 정치인들 잡아 없애는 단박약과 같은 좀약 어디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