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우리말 산책] "술 몇 잔을 걸쳤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5.15 15:38 | 최종 수정 2024.03.03 15:05 의견 0

어제(14일) 경남 진주시에 있는 반성 우시장 탐방 기사를 쓰면서 '막걸리 몇 잔을 걸쳤다'란 문구를 보다가 '걸치다'가 이 문구에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한 잔 걸쳤다"거나 "한 잔 걸치러 가자"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들어 당연히 맞다고 여겼지요. 사투리가 심한 경상도에서 자라 두서없이 쓰고 다닌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한 잔 때리자"는 말도 비슷해 보입니다. 때리자가 왜 이 문장에 들어섰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술을 "부어라, 마셔라"며 마음껏 마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생각입니다. 독자분들도 기자의 생각과 비슷할 겁니다.

'걸치다'의 사전적인 뜻은 ▲지는 해나 달이 산이나 고개 따위에 얹히다(예시: 해가 서산마루에 걸쳐 있다) ▲일정한 횟수나 시간, 공간을 거쳐 이어지다(예시: 열 시간에 걸쳐 회의가 진행됐다) ▲가로질러 걸리다(예시: 빨랫줄이 마당에 걸쳐 있다) 등 3개입니다.

3개의 경우를 '몇 잔을 걸치다'에 대비시켰더니 바로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한동안 "잘못 쓰고 있었구나"는 생각했지요. 하지만 틀리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막걸리 몇 잔을 걸치다'에서 걸치다는 '입(입술)에 술잔을 걸치다'와 맞아떨어집니다. 위의 예시에 있는 '해가 서산마루에 걸쳐 있다'와 같은 경우입니다.

또 '몇 잔을 걸치다'를 한 잔씩 여러 번 마신다는 뜻으로 본다면 '열 시간에 걸쳐 회의가 진행됐다'는 사례와 통합니다.

취하게 하는 '술'과 일상적인 단어 '걸치다'가 만나 분위기를 묘하게 만듭니다.

우리 주위에는 걸치다란 단어와 같은 낱말과 문구가 많습니다. 이런 낱말을 접하면 곧바로 올려 공유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