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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유레카!] 여론조사에서 ‘표본오차 ±3.5%’가 뭐지?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5.17 23:42 | 최종 수정 2022.05.19 17:39 의견 0

6·1 지방선거가 보름도 채 남지않아 선거 열기가 점점 가열되고 있다. 19일부터는 선거전이 시작된다.

후보 간의 여론 조사도 잦아졌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 발표 내용에 '오차범위'란 게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3.5%포인트'식으로 적시해 놓는다.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다음은 여론조사 결과의 한 예시다.

이번 조사는 부산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2월 19~20일 이틀간 경남과 울산에 거주하는 경남 남녀 3만 명, 울산 남녀 2만 4000명의 이동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번호에 ARS(자동응답·휴대전화 100%) 방식으로 전화를 걸어 1001명, 801명의 답변을 집계한 결과다. 경남은 응답률 10.5%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포인트, 울산은 응답률 10.3%에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5%포인트다.

통계보정은 2022년 1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지역별 사후가중치 부여 방식을 사용했다. 통계값은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표본오차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알아보자.

위에서 언급된 ‘신뢰수준 95%에 ±3.5%포인트’란 조사를 100번 하면 95번은 표본오차 범위(아래와 위 합쳐 7%포인트) 내에서 합리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다.

즉 A후보가 40%, B후보가 37% 지지율을 얻었다고 가정하면 100번 조사에서 95번은 A후보가 40±3.5%(최저 36.5~최고 43.5%)를, B후보는 37±3.5%(최저 33.5~최고 40.5%)를 얻는다는 뜻이다. 이 수치가 오차범위에 있다면 누가 우위를 보인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보통 폭이 너무 넓어 싱겁게 보인다.

같은 후보를 같은 기간에 조사했는데도 업체 간에 결과가 크게 다른 경우가 자주 보인다. 왜 그럴까?

가장 크게 지적 받은 것은 '질문 문구'다. 조사 업체가 특정 후보의 부정적인 것을 강조하거나 깎아내리는 듯한 문구를 살짝 넣는 식이다. 예를 들어 'A후보가 1년 전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는데 공약에 시민들이 가장 바라는 여성회관을 짓는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식이다. 이는 수식하는 '형용 어구'의 효과를 노리는 작업이다.

부정적인 단어와 문구를 먼저 넣고 '안 그런 척' 하면서 뒤에서는 합리적으로 질문을 끝낸다. 조사 대상자는 앞의 문구에 영향을 받아 '부정 인식'을 느끼고, 시장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요즘은 우리 사회가 좌와 우의 이념 다툼이 워낙 강해 특정 조사기관의 이런 투의 질문이 더러 보인다고 한다.

다음은 조사 응대 방식이다. 면접성 전화와 ARS(자동응답)로, 가장 많이 논란이 된다.

보수이거나 덜 적극적인 사람은 자기 생각을 드러내기를 꺼려해 직접 묻는 전화면접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직접적인 ARS 방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여론 조사 중 자기의 정치 의식이 조사원에게 덜 들킨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ARS 방식의 경우 여론조사 내용에 관심이 없거나 적극적이지 않는 사람은 듣다가 중간에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보수적인데다 덜 적극적인 사람은 중간에 잘 끊는다고 한다.

또 얼마 전만 해도 유선전화와 휴대전화의 비율을 두고서도 논란이 됐지만 지금은 대체로 휴대전화를 70% 이상으로 하고 있어 큰 쟁점은 되지 않고 있다.

응답률도 문제다. 보통 5~15% 이내다. 응답률이 최소 10%는 돼야 신뢰할 수 있다. ARS 방식을 많이 활용해 응답률이 5%선에 그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조사업체들은 여러 사항을 감안해 데이터를 내기 때문에 신뢰할 만하다고 한다.

조사 시점이 평일이냐 주말이냐, 낮이냐 밤이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아무튼 선거철마다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물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 지도 오래 됐다. 고질적 사회 문제로 등장한 이념 다툼을 교묘히 악용하는 조사업체도 더러 있다. 지지율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내려는 여론조사를 실제 선거에서 쏠림효과로 써 먹으려는 악덕 업자인 셈이다.

보통 지지할 후보가 없는 유권자는 사표(死票) 방지를 위해 지지율이 높은 후보로 마음을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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