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피해] 침수 지하 주차장서 14시간만에 걸어나온 '포항의 기적인'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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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6 23:40 | 최종 수정 2022.09.0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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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6일 경북 포항 오천읍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태풍 '힌남노'의 집중호우로 침수되면서 실종됐다가 오후 8시 15분쯤 구조된 주민 전 모(39) 씨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아이들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고립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아파트단지 관리소의 차량 대피방송이 이날 오전 6시 30분 나왔고, 실종신고 시간이 오전 7시 40분임을 고려하면 13~14시간을 외롭게 버틴 것이다.
전 씨와 그의 아내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은 심정을 밝혔다.
전 씨는 이날 오전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방송을 듣고 지하 주차장에 갔지만 바닥에 물 들어차 자동차 문을 열지 못했고, 물이 순식간에 지하 주차장에 들어찼다고 말했다.
전 씨는 차에 들어가지 못했고 불어난 물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벗고 에어포켓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서 있었다.
전 씨의 아내는 “우리 신랑이 있는 쪽에는 숨 쉴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른 아침부터 종일 사고현장을 지켰던 전 씨의 아내는 “(남편이)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이 없다. 고맙고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경북소방본부는 경북소방구조대, 중앙특수구조단, 119특수대응단, 해병대 수색대 합동 작업에 나서 이날 오후 8시 15분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지하 주차장 오수관을 붙잡고 있는 전 씨를 발견해 구조했다.
구조대는 전 씨가 주차장 입구까지 헤엄을 치며 나오는 모습을 보고 밧줄을 몸에 묶고 들어가 구조했다. 전 씨는 검은 반바지 차림으로 위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구조됐다.
그는 체온이 많이 떨어진 듯 몸을 다소 떠는 모습이었지만 말 없이 들것에 눕기 전까지 구조대원 부축 없이 스스로 걸었다. 전 씨는 구급 처치를 받은 뒤 포항성모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 당국은 전 씨 건강 상태가 회복되면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날 오후 9시 41분쯤 여성 김 모(52) 씨가 구조됐다. 소방 당국은 김 씨가 저체온 증상을 보였지만 의식은 명료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김경태 포항남부소방서 예방총괄담당은 “두 번째 구조된 여성은 구조 대원들이 보트를 타고 들어가 수색하던 중 지하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배관 위에 몸을 얹은 채로 생존해 있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은 두 사람이 생존할 수 있었던 요인은 숨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방청은 소방관과 경찰관, 시·군청 직원 등 126명의 인원을 투입하고 대용량 방수포와 양수기, 동력소방펌프 등 장비 16대를 동원해 배수작업 및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한편 이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 7명(실종 신고 기준) 중 5명이 구조돼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생존 상태로 발견됐다. 또 50대와 60대 여성, 70대 남성 등 3명이 심정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