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피해] 폭우때 지하주차장 이래서 위험하다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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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7 01:32 | 최종 수정 2022.09.07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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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 차량 진출입로에 흙탕물이 쏟아져 내리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는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앞선 차량들이 빠져나가지 못해 아수라장이 됐다. 물은 순식간에 성인 무릎 높이만큼 차올라 걸음을 옮기기가 힘들다.
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실시간 포항‘ 제목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영상에는 이 같은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저렇게 우왕좌왕 하는 사이 몇 분만에 물이 차 갖히게 된다. 지난달 수도권에 폭우가 내렸을 때도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송파구 잠실엘스 등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됐다.
이 아파트에 단지에서도 "지하 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하라"는 관리사무소의 안내 방송을 듣고 지하 주차장에 갔던 10명(신고자 기준)이 실종됐다.
김학수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도시홍수연구팀장은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폭우로 물이 조금씩 차오르는 상황에서 인근 하천이 범람해 하천 물이 순식간에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간 상황인 것 같다”며 “물이 차오르기까지 몇 분도 안 걸렸을 것이고 주차장에 있던 이들이 대피할 시간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하 주차장은 진입로 경사가 급하고 물이 급격히 유입되기에 차로로는 못 빠져나오고, 차 엔진 등에 물이 차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하 공간에서의 ‘무릎 높이의 물’은 위험 요소가 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지난 2014년 지하 공간에서 실증을 해본 결과, 성인 발목높이(수심 17㎝)의 물이 계단을 통해 쏟아질 때는 남녀 모두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물이 정강이 높이(35㎝ 정도)가 되면 슬리퍼나 하이힐을 신은 여성은 물살에 중심을 못 잡고 계단을 오르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무릎 높이인 45.5㎝ 때는 남녀 모두 대피는 불가능했다. 난간을 잡고도 계단을 오르기 힘들다는 뜻이다.
무릎 높이로 물이 차면 수압으로 인해 차량 출입문을 여는 것도 어려웠다. 무릎 바로 아래인 40㎝ 수심에서 남녀 모두 문을 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폭우로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찼을 때 대피 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계단 등을 오를 때에는 쓰러지지 않도록 난간이나 지지대를 이용해야 한다. 구두나 슬리퍼보다는 운동화를 신어야 하고 119 등의 도움을 받드시 받아야 한다. 지하 주차장에는 계단이 설치돼 있어 가능하면 계단을 통해 대피하는 것이 낫다
전문가들은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면 배수관 용량이 작아 물이 잘 빠지지 않고 유속이 빨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도 “지하 주차장 침수 물은 고인 물이 아니라 바깥에서 유입된 물이 차 사이로 와류(소용돌이 물살)나 난류(일정하지 않게 흐르는 물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결론은 지하 주차장이 침수될 때는 내려가지 않는 게 상책이다. 지하의 차와 지상의 목숨을 바꾸려는 만용은 하지 않아야 한다. 지상이 침수되면 지하에 있는 사람은 지상으로 대피해야 한다. 지상 사람들이 지하로 들어가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