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피해] 태풍 막아준 덤프트럭의 유리건물 앞 '불법 주차'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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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7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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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태풍 '힌남노'가 제주에 상륙할 때 서귀포시 성산포에선 덤프트럭들이 가게들의 바람막이 ‘수호천사’ 역할을 해 화제다.
태풍이 성산포에 몰아쳐 강한 바람과 함께 폭우가 내리는 지난 5일 도로변 대형 유리창이 있는 피자가게 앞에 덤프트럭들이 매장과 밀착해 주차된 이색 모습이 보였다. 사실상 불법 주차인데, 강풍 속에 톡톡히 방패막이를 했다.
피자가게 주인은 “25t 트럭이 매장 앞에 버티고 서 있으니까 바람이나 비를 막는데 아주 효과적이었다”고 후일담을 말했다.
피자 가게 주인이 덤프트럭을 태풍 대비용으로 생각한 것은 10년 전이다.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이 강타할 때 매장에 빗물이 들어와 가게가 엉망이 되고 당시 200만~300만원 하던 대형 유리창이 깨질까 봐 전전긍긍 하다가 생각한 것이 가게 앞에 대형차를 세워두는 것이었다.
가게 주인은 “유리창이 깨질까 봐 밤새 빗물을 치우며 고민한 끝에 아는 사람을 통해 폐지 수거 차량을 갖다놓았다”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덤프트럭이 효과가 좋을 것 같아 그다음부터는 태풍 때마다 아는 기사한테 부탁해 세워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기사한테 작은 성의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2~3년 전부터 성산읍에는 태풍 때 덤프트럭을 빌려 매장 앞에 세워두는 곳이 늘고 있다. 태풍 때면 덤프트럭 품귀현상까지 빚어진다.
가게 주인은 “중소기업협회 등과 사전에 조율해 강력 태풍 때면 매장 앞에 덤프트럭을 합법으로 세워둘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지난 2019년에는 태풍 '링링'이 상륙했을 때 경기 시흥시 신천동 화훼단지를 보호하기 위해 덤프트럭들이 비닐하우스 주변을 에워싸 피해를 막아낸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