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우리 말 산책] 참언과 간언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9.11 09:53 | 최종 수정 2022.09.12 07:57 의견 0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월간지 '신동아'와 한 인터뷰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이 전 대표는 "윤핵관들이 했던 수많은 참언으로 피해자가 된 사람에 대해서도 반응이 있어야 한다"며 "그들이 했던 무수한 말을 곱씹어보면서 '그때 혹시 (윤핵관들이) 사기 친 거 아닐까' 되짚어보고 바로 잡을 게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런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참언'이란 말이 나옵니다. 30대 후반인 이 전 대표가 한 말이지만, 젊은층이 듣기엔 생소한 말입니다.

'WORDROW' 홈페이지 캡처

참언(讒言)은 '거짓으로 꾸며서 남을 헐뜯어 윗사람에게 고해 바치다'는 뜻입니다. 주로 남의 비행을 일러바쳐서 해를 끼치게 하려는 목적으로 쓰입니다.

참(讒)은 한자로 '참소할 참'인데 쉬운 말로 하면 헐뜯다, 거짓말하다의 뜻입니다.

용례(쓰는 사례)로 '참언을 입다'는 '헐뜯음을 당하다'. '모략을 당하다'입니다.

참언과 비슷한 비슷한 '간언'이란 게 있습니다.

간언(諫言)은 '웃어른이나 임금에게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하는 말'입니다.

참언과 간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둘 다 신하가 임금에게 하듯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어떤 사실을 말(지적)하는 것입니다. 참언이든 간언이든 종종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전 대표가 종종 듣는 간언을 두고 참언을 갖고와서 언급했을까요.

참언은 '거짓을 꾸며' 윗사람에게 '고해바치는' 말이고, 간언은 윗사람의 잘못되고 옳지못한 것을 그대로 전하는 말입니다.

뜻을 대별해보니 윗사람에게 말하는 것만 같고, 뜻은 크게 차이 납니다.

비슷한 단어로 '고언'이 있습니다.

'듣기에는 거슬리나 도움이 되는 쓴 말'인 고언(苦言)과 '사리에 맞지 않는 어리석은 말'을 뜻하는 고언(瞽言)인데, 뒤의 것은 '임금에게 올린 상소(上疏)에서 신하가 자신의 의견을 겸손하게 쓴다는 뜻입니다. 한자가 꽤 어렵네요.

이 전 대표가 같은 인터뷰에서 한 말을 이어봅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위축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로 "정치권에서 '믿을만한 사람'과 '성과를 내는 사람'이 누군지 파악을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압도적으로 이길 것 같은 상황에서 (지지율이 떨어져) 겨우 이긴 기괴한 선거(대선)를 치렀고 그 선거 경험이 유일해 무엇 때문에 (지지율이) 오르고 내려가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이어 "무엇을 해야 국민이 좋아하는지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며 "대선 때 누가 표를 얻는데 기여했는지, 누가 표를 까먹게 했는지 분석을 잘해야 하는데, 행상(行賞·상을 줌)은 둘째 치고 논공(論功·공적의 있고 없음이나 크고 작음을 논의해 평가)도 제대로 못했다. 선거 끝나고 백서도 안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나를 들이받으면 지지율이 내려갔고 나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손을 잡았을 땐 지지율이 올라갔다"며 "그게 팩트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아직까지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해 윤핵관을 직격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이 윤핵관을 멀리한다는 말이 있다'는 데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왜 국민의힘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대선 이기고 내가 빠진 동안, 자기들끼리 기운 싸움을 했기에 그렇다"며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뭐하는 사람이기에 정부조직법도 안 만들었나. 자기들끼리 논공하다가 망가진 것"이라고 했다.

중국 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은 후에 실정은 있었지만 열린 마음과 소통 리더십의 제왕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아버지 이연과 함께 대규모 토목공사와 고구려 원정 등으로 민심을 잃는 수양제를 쳐 당나라를 탄생시켰지만 아버지 이연은 맏아들 건성을 황태자로 삼아 형제간에 불화가 일어났습니다.

건성은 동생 원길과 함께 세민을 제거하려고 모의하지만 세민이 선수를 쳐 건성과 입조하는 원길을 죽이고는 곧바로 626년에 제위를 이어받았지요. 당시 나이 29세였습니다.

반란 과정과 피비린내 나는 형제의 난을 겪어 제위에 오른 이세민은 예악(禮樂)과 인의(仁義) 등 유학에 바탕을 둔 문치를 내세우면서 홍문관(弘文館)을 설치하고, 국학에는 학사(學舍)를 400여칸이나 증설하고, 국자(國子) 태학(太學) 사문(四門) 광문(廣文)에서도 학생을 증원했습니다.

동시에 인재경영에 몰입해 자신에게 300번 이상이나 간언한 위징(魏徵)과 같은 신하들을 내치지 않고 받아들였고, '8대 명신'으로 불리는 소신파 신하들을 곁에 두고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다음과 같이 자기검증을 했습니다.

'덕행을 쌓은 군주는 귀를 거스르는 말을 듣고,얼굴을 살피지 않고 하는 간언을 좋아한다. 군주가 충신을 가까이 하려면 의견을 제시하는 인사를 후하게 대우하고,참언하기 좋아하는 자를 질책하며, 간사하고 아첨하는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다.

이세민의 정치 철학을 기본적인 내용으로 하는 '정관정요'에 나오는 말입니다.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