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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민심] 조규일 경남 진주시장의 복장

정기홍 기자 승인 2022.11.06 10:44 | 최종 수정 2023.05.15 04:23 의견 0

경상도 사람들은 이야기를 '이바구'라고 합니다. 사투리입니다. 더경남뉴스는 '이바구 민심' 코너를 만들어 취재 중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보고 느낀 점을 쓰는 '기자 수첩'보다 더 적나라 한 코너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히 저잣거리 민초들의 목소리가 정책을 만드는 공직에 더 따끔하게 와닿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기자가 더경남뉴스 창간 이후 9개월간 경남 진주시의 보도자료를 접하면서 두가지의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하나는 조규일 진주시장의 얼굴 사진이 자료의 내용과 무관하게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든 행사장에서 넥타이를 맨 정장을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3월 조규일 진주시장(왼쪽 두번째)이 중앙지하도상가에서 e스포츠커뮤니티센터를 현장점검 하는 모습. 조 시장이 무슨 지시를 하는지 직원이 긴장한 자세로 듣고 있다. 문제는 독자들이 이 사진만 보면 어디에 가서 무엇을 설명하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 조 시장만을 크로즈업 해 정작 행사를 설명한 입간판은 내용이 없는 뒤만 보이고, 조 시장의 사진을 찍기 위한 이벤트처럼 비친다. 진주시 제공

어느 자치단체에서나 보도자료에 단체장을 멘트와 사진으로 포장해 내놓은 경우는 허다합니다. 단체장이 안 나와도 되는 자료에서 꼭 말미에 도지사, 시장 또는 군수가 등장해 '총평과 강평, 고마움과 바람' 등의 멘트를 써놓지요. 내남 없이 어느 자치단체에서나 일상화 돼 있어 뜬금없지도, 새롭지도 않습니다.

특히 어떤 단체장은 왕권시대의 군주와 같은 분위기로 와닿습니다. 보도자료를 읽어보면 모든 일(행정)을 전지전능한 '장'이 다하는 것으로 포장을 하지요. 자치제도가 긍정의 측면도 많지만 이런 행태는 매우 고질적인 그늘입니다. 주인인 주민보다 단체장을 우선하는 지자체의 잘못된 관행입니다.

단체장의 멘트는 소위 말해 담당 과에서나 공보과에서 만든 것인데 대체로 의례적인, 하나 마나 한 소리입니다. 이 문장을 빼도 독자들은 기사 내용을 이해하는데 하등의 어려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기자의 기억으로는 진주시의 경우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 전 한동안 보도자료의 마지막에 다는 내용 관련 멘트 주체는 주로 '진주시 관계자'였습니다. 지방선거가 임박해 선거법 위반 소지를 없애려는 작업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더경남뉴스가 2월 창간됐으니 당시엔 "진주시는 좀 다르구나"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 곧바로 '조규일 진주시장'이 거의 모든 보도자료에서 재등장해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또 오래 전부터는 '말했다'를 '전했다'란 낱말로 바꾸어 적당히 분칠을 합니다. '말했다'는 직접적이고 '전했다'는 간접적인 것(내부회의 등)으로 판단한 모양입니다. 독자에게 와닿는 것은 둘러치나 메어치나 매 한가지입니다. 상당수 지자체에서 이 틀을 쓰는 것으로 봐서 공직 사회의 누군가가 만든 권고 매뉴얼(사용법)에 따른 것으로 짐작됩니다.

현장 브리핑 사진의 경우, 보고를 받는 조 시장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기 위해 브리핑 내용이 적힌 판의 뒤쪽을 찍어 독자로서는 내용을 알 길이 없고 조 시장의 얼굴 구경만 하는 격이 돼 버립니다.

이런 행태가 판박이로 지속되는 것은 선거란 측면과 함께 조직의 인사 때문일 겁니다. 진주시장은 직원 인사 전권을 갖고 있지요. 대체로 지자체장은 공보파트 간부를 최측근으로 앉힙니다. 시장의 의중을 잘 살펴야만 좋은 보직을 받는다는 말로 관통합니다.

두 번째, 조 시장의 외부 현장방문 복장의 문제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 시장의 현장 방문 사진에는 언제나 양복 정장이 등장합니다. 축하 행사를 하는 자리나 태풍·수해·가뭄 현장 방문, 사고 현장 방문 등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조규일 진주시장이 지난 3일 신안동 도로 확장공사 붕괴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조 시장이 재난복을 입은 것은 희귀할 정도로 보기가 힘들다. 현장 방문도 사고 3일째에서야 했다. 진주시 제공

9개월간 넥타이가 보이지 않은 보도자료 사진은 딱 두 번이었습니다. 한번은 지난 9월에 진주스포츠파크 일원에서 열린 ‘제10회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친선 축구대회’ 때이고, 한번은 지난 3일 신안동 옹벽 붕괴현장 점검차 나갔을 때입니다.

조규일 진주시장이 지난 9월 진주에서 열린 공무원 축구대회에서 시축을 하는 모습. 기자는 조 시장이 넥타이를 푼 모습을 보도자료에서 처음 접해 생경해 보였다. 진주시 제공

축구대회 때는 정장을 하고 간 뒤 시축을 할 때 잠시 넥타이를 푼 듯하고, 옹벽 붕괴 현장의 경우는 넥타이를 맨 것인지, 목도리를 한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 1일 밤 도로에 쌓은 보강토 옹벽이 붕괴한 사고는 진주에서는 제법 큰 사고였고, 서울 '이태원 156명 압사' 사고(지난달 29일 밤) 직후여서 진주 시민으로선 안전 사고에 민감한 때였지요. 조 시장은 3일에서야 현장 방문을 했습니다. 부시장 담당으로 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진주시는 이날도 현장에서 '폼 나게' 현장 지휘를 하는 보도자료 사진을 보냈습니다. 어찌보면 지시를 하는 두 손이 무너진 옹벽을 곧바로 원상회복을 할 듯한 분위기로 와닿았습니다.

조 시장은 향후 현장에 나갈 땐 상황에 맞춰 복장을 챙기는 노력을 하기를 권합니다. 본인이 챙기든, 아니면 비서실이나 관련 부서에서 조 시장에게 조언을 해야 합니다.

지난 여름 태풍과 장마 때 중앙과 지방 행정기관장이 대부분 재난복을 입고 현장 점검을 할 때도 조 시장이 재난복을 입은 보도사진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기자로서는 수시로 현장 점검을 나갔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를 알 수가 없을 정도였지요.

복장의 문제는 진주 시민들이 공복(公僕)인 조 시장에게 준 작은 의무이기도 합니다. 공직과 공직자는 국민의, 시민의 세금으로 행정 서비스를 하는 기관이자 직업인입니다.

재해 현장에 나가면서 넥타이를 매는 것은 '갓 쓰고 양복 입는 격'이 되겠지요.

한여름인 지난 8월 진주시 하대동 샛강에서 모기 천적인 미꾸리 치어와 붕어를 방류하는 행사 모습. 조규일 진주시장은 이날도 특별하게 넥타이를 맺다. 진주시 제공

특히 도농 통합도시인 진주는 시내 행정뿐 아니라 외곽에 흙일을 하는 농촌 마을이 많습니다. 넥타이에 정장을 하고 농업인을 만나는 것보다 농업인들과 비슷한 평상복을 챙기는 것이 표를 준 시민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입니다.

단체장의 자리는 권세를 부리거나 군림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지요. 오랜 공직 생활을 한 조 시장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많은 시민이 공감을 해주는 자세와 의관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주민과의 최접점인 기초단체 장의 제일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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