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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람도 헷갈리는 갱상도 말] 기똥차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2.12.17 19:22 | 최종 수정 2022.12.17 21:57 의견 0

"그 맛 한번 기똥차네" "햐~. 그 참 기똥찬 물건이네"

경상도 사람들이 하루에 몇 번은 쓰는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이 무신(무슨) 뜻이고"라고 물어보면 싹 다 "모른다. 그기 그기지"라고 얼버무리며 꽁무니를 뺀다. 기똥차다는 표준어가 아닌 속어다. 속어는 일반인에게 널리 쓰이는 말이며, 사투리로도 치지 않는다.

사전을 찾아 보면 기똥차다는 '기(氣)막히다'와 같은 말로 나온다. 비슷한 말, 즉 유의어로는 기차다, 기발하다를 소개한다.

어감상으로는 '끝내준다'라거나 '죽여준다'와 상통한다.

주로 음식 맛이 특별히 좋을 때, 광경이나 풍경이 뛰어날 때, 월등한 실력을 보여줄 때, 자태가 출중할 때 등 두루 쓰인다. 경상 사람만 쓰는 것 같지만 전국에서 두루 사용되는 단어다.

참고로 이처럼 어느 지방의 말 치고 자주 쓰는 말은 뜻을 잘 모른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자주 쓰니 정확힌 설명을 안 해도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이심전심 잘 알아 듣는다는 뜻이다. 거꾸로 '등잔 밑이 어둡다'거나 '그런 정도야 다 알지'라지만 시험문제로 내면 잘 틀리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

홍길동 이미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기막히다'의 뜻부터 알아보자.

부정적인 의미는 '어떠한 일이 놀랍거나 언짢아서 어이없다"이다. 예를 들면 '그 애의 말이 얼마나 되바라졌던지 기막혀서 말도 안 나오더라'다.

긍정적으로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좋거나 정도가 높다'는 뜻이다. '그 차 성능이 기똥차게 좋다'가 예다.

뜻을 알았으니 재미있는 유래도 알아본다.

'깃동 유래설'과 '기막히다 유래설', '홍길동 유래설' 등 여러 설이 부닥친다.

'깃동' 유래설 한복 저고리의 깃이나 옷소매에 다는 색동 천을 뜻하는 깃동을 달거나 차면 자태가 멋져보였다는 데서 비롯된다.

'기막히다'설은 '기떡이 막히다'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다. 기떡의 떡은 우리말에 말을 하나 더 넣어 강조하는 경우의 단어라고 한다. '기가 막힐 정도로 매우 놀랍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또 똥과 관련해 '기가 똥구멍까지 가득차다'로 해석한다. 머리에서 똥구멍까지 기가 가득하다는 뜻이다. 비슷하게 '통'을 연계시켜 '기통(氣通)차다'가 기원이란 주장도 있는데, 기가 통해서 가득찼다는 의미다.

반면 '홍길동' 파생설 '길동답다'에서 말이 변해 '기똥차다'가 됐다고 본다. 소설 속의 홍길동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한 재주를 부려 매우 놀랍고 경이롭다며 '길동답다'는 말이 생겼고 '기똥차다'로 변했다는 주장이다.

참고로 홍길동은 조선시대의 허균이 쓴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이다. 허구적인 인물이라고 하지만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 홍길동의 실제 행적이 기록되어 있어 실존인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은 기똥차다의 여러 유래설에 대해 답변을 유보하고 있다. 모두 근거가 적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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