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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민심] 보험 업계의 고무줄 보험료 산정···"끈질기게 달라붙으니 더 주더이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2.26 15:56 | 최종 수정 2023.07.08 02:31 의견 0

오래 전에 도로변에서 지나던 차량에 농기계 사고를 당한 한 농업인이 보험료를 탄 저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분의 말을 빌리면, 사고 후 병원 입원을 하고서 망가진 농기계 보험료 지급 신청을 했지만 보험사에서는 수백만 원으로 책정해 통보하더랍니다. 중고 트랙터였지만 수천만 원짜리 대형 농기계가 다 망가졌는데 어이없어 보험설계사를 만나 따졌고,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보험사에서 처음 제시한 3배 정도를 더 받았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과정을 개인정보 문제로 적시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

최근에 비슷한 사례가 도하 매체를 통해 알려져 지난 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다음의 기사 내용은 경우는 다소 다른데 전말을 알아봅니다.

국내 보험사 현황(2020년 기준). '보험백과' 홈페이지 캡처

'보험사는 불 났으니 15배, 금융 당국에 민원 넣으니 3분의 1'.

어느 언론 매체는 위와 같은 제목으로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지난 2021년 한 아파트에서 오토바이인 스쿠터 소유자가 배터리를 충전하다가 불이 났는데 단체화재보험을 들어 둔 덕에 1억 2천만 원을 보상받았습니다.

지난 2019년 9월 대구 서구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스쿠터 배터리가 과열돼 발생한 화재 모습. 대구 서부소방서 제공

문제는 새로 갱신된 보험료였습니다.

이듬해(2022년) 보험사가 보낸 견적서에는 이 아파트 화재보험료가 440만 원에서 6350만 원으로 무려 15배 가까이 올랐다고 합니다. 보험료는 전체 관리비에 포함돼 고스란히 아파트 입주민들의 부담이 됩니다.

16층 이상 아파트는 법적으로 단체화재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해 다른 보험사에도 알아봤으나 이 일을 알고선 견적조차 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받은 보험금이 1억 2천인데 6300만 원을 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보험의 의미가 없다. 6300만원을 보험금으로 3년을 넣으면 1억 8900만원으로 제 비용을 제해도 보험사는 남는 장사"라며 "이는 보험사가 불이 더 나라고 바라는 것밖에 더 되느냐"고 항변했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은 더 이어졌다고 합니다.

금융감독원에 이의를 제기했더니 보험료를 절반 이상이나 낮춘 3천만 원짜리 견적서가 왔고, 이후 국회에 다시 민원을 넣었더니 이번엔 9백만 원을 더 깎은 견적서가 왔다고 했습니다.

해당 보험사는 "정상요율을 적용한 합리적 보험료 산정"이었다며 "특약과 보장한도를 조정하다보니 차이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 또한 어이없는 말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산정을 안 한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보험사는 화재가 난 아파트에 각종 특약 추가, 보장한도 확대 등을 다시 산정해 넣었다고 했답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처음엔 숨겼다는 말밖엔 안 됩니다. 합리적인 안내를 해야할 의무를 져버린 것이지요.

모르거나 따지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고, 힘 없으면 당하고 힘 있으면 깎아주는 '고무줄 보험료'를 스스로 인정한 꼴입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와 관련해 한 소리를 했네요.

그는 "상식에 어긋나고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불이 난 뒤 보험료가 2배 이상 뛴 아파트가 82곳이나 됐는데 무려 18배나 뛴 곳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기관장이 뒷짐 쥐지 않고 직접 언론에 나와 대응한 것이 좋아보입니다.

다른 보험사들이 견적조차 내주지 않은 점도 의심스럽습니다. 처음 가입한 보험사에 몰아주기를 위한 담합 정황의 말입니다.

이 민원을 접수했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의원(부산시 남구을)은 "보험금을 지급했던 그 회사에서만 계약을 하게 하는 것은 자기들끼리의 담합인지 아닌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이 일로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고, 국회의원실에도 사정을 알렸네요. 짐작컨대 '힘 있는 곳'에다 알리니 보험사가 "앗 뜨거" 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오래 전 세간에 떠돌던 '집안에 의사(건강), 판·검사(소송), 기자(민원)는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다시 떠오릅니다.

이 사례를 보면 돈 놀이를 하는 금융업, 특히 보험사들의 앞뒤 안 맞는 행태가 가관입니다. 최근 문제가 돼 대통령까지 나서 '과점 은행'의 문제점을 지적했지요. 대형 은행 제도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하는 짓'이 나쁘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보험료 산정이나 이자 장사나 돈 없고, 힘 없고, 백 없는 백성들에겐 '공정'은 먼나라 이야기입니다. 공짜인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김선달 식 돈 벌이, 누워서 떡먹기 식의 돈 놀이이지요. 댓글에서는 "공정? 개뿔, 개에게나 던져줘버려라"고 격한 글이 이어집니다.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금융 당국의 이 행보에 박수를 쳐줄 이유는 없습니다. 이런 엄청난 차이의 보험료를 한번에 산정하는 것은 문제일 수 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권 감시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금감원장이 이런 사례가 몇 건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을 했습니다. 사전에 알고 있었는데도 지금까지 고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거꾸로 금융 당국과 금융업계의 봐주기식 의심 사례는 종종 나옵니다. 조직으로는 감시 기능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만 더러 개별 조직원들이 '냄새 나는' 관계로 의심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요. 고질화 돼 있지 않은지 의구심도 있습니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서 보험업계의 평소 보험료 산정 행태에 다시금 경종을 울립니다.

독자분들도 보험을 들 때 보다 더 꼼꼼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가입자가 까탈스럽지 않으면 '깨알만한 글씨'로 적시한 알림 문장에 나중에 당합니다.

그리고 사고 등으로 보험료를 산정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기 바랍니다. 보험업체를들어 "잘 산정을 했겠지"라고 믿는 것은 바보스런 일입니다. 금융권은 남의 돈을 차용해 돈 장사를 하는 곳, 믿지는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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