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축구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 확정
후보 61명→23명→5명→2명 순으로 추려
"클린스만, 미국 월드컵 때 한국 축구 투지에 감명"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2.28 22:27 | 최종 수정 2023.03.01 01:06
의견
0
독일의 '축구 전설' 위르겐 클린스만(59)이 파울루 벤투 감독의 후임으로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낙점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2026 북중미월드컵까지 한국 축구를 이끈다.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28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 기자회견을 갖고 “최종 5명의 후보군 중 최우선 순위가 클린스만 감독이었다”면서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다른 어떤 후보자보다 뛰어났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강한 개성을 바탕으로 스타 선수를 다루고, 팀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강인한 성격 등이 매력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한국 대표팀 감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성공을 원했다"고 말했다.
계약 기간은 오는 3월부터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까지 약 3년 5개월이다. 연봉은 양측이 합의해 밝히지 않기로 했다. 재임 기간 한국에 거주해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주에 입국한다. 데뷔전은 3월 24일 울산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와의 친선경기다.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은 지난 2018년에도 후보군에 있었다. 그는 한국에 오고 싶어 했다"며 "한국과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인데, 2002년 월드컵에는 독일 해설가로 한국에 왔고 2017년 한국에서 열린 U20월드컵 때는 클린스만의 아들이 뛰어서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클린스만은 1994년 미국 월드컵 한국전(한국 3-2 패)에서 2골 넣었는데 당시 한국 선수들의 투지에 감명을 받았다"며 "2004년에는 독일 감독으로 방한해 1-3으로 졌다. 이를 통해 한국 축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 떨어진다는 비판에는 "감독은 어떻게 팀을 운영할지 고민해야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감독은 매니저라고 부른다"며 "그들은 패스 코스를 얘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큰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클린스만은 미국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6년을 '백수'로 지내 현장 감각이 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2019년 11월부터 2개월 정도 독일 분데스리가의 '헤르타 베를린'을 이끈 정도다.
뮐러 위원장은 한국인 감독이 배제된 이유로 "(외국인) 5명 후보가 충분히 능력이 있었다. 이들이 선임이 안 되면 한국인 코치들을 만날 계획이었다"며 "5명 후보가 있는데 한국인 코치에게 또 접근하면 그것은 한국인 코치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뮐러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61명, 같은 달 18일 23명, 26일 5명으로 후보를 추렸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까지 후보 5명을 상대로 온라인 면접을 했고, 이달 중순 클린스만 등 2명을 최종 후보로 압축했다.
■ 클린스만 감독의 경력
선수 시절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 공격수로 활약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했고 1988년, 1992년, 1996년에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 연속 출전했다. 이어 1990년부터 1994년, 1998년 월드컵에도 3회 연속 나섰다.
특히 독일이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과 1996년 유럽선수권에서 우승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우리 대표팀을 상대로 두 골을 넣었다. 슈투트가르트, 바이에른 뮌헨(이상 독일), 인터 밀란(이탈리아), 토트넘(잉글랜드) 등의 클럽에 몸 담았다.
1998년 선수 생활을 마친 클린스만은 2004~2006년 독일 대표팀 감독을 맡아 자국에서 열린 2006 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다.
2011년부터는 미국 대표팀 감독으로 5년동안 활동했다. 이 기간 중에 2013년 북중미 선수권에서 우승하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독일과 미국 사령탑일 때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과 한 차례씩 대결해 1승1패를 기록했다. 독일 대표팀 감독이었던 2004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는 한국에 1-3으로 졌다. 2014년 2월 미국에서 열린 친선전에서는 미국 대표팀 감독으로 한국에 2-0 승리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