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밤기온은 영하권이지만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버들강아지도 일찌감치 봄마중을 나와 움을 제법 틔웠네요. 모습이 아주 귀엽습니다.
지난 1일 경남 진주시 진성면 옛 경전선 근처 작은 들녘을 질러 흐르는 도랑가에서 카메라를 줌업 했습니다.
중년의 한 독자께서 지금쯤 도랑가엔 버들강아지가 싹을 틔웠을텐데 요즘은 보기가 힘들어졌다고 해서 찾아나섰습니다. 사실 기자는 버들강아지를 잘 알지 못했지요. 그래서 냇가 몇 군데를 둘러보았는데 다행히 찾았습니다.
이 독자분의 추억담에다 사진 설명을 곁들여 소개합니다.
오래 전 지금 쯤엔 동네 앞 도랑이나 들의 냇가로 나가면 버들강아지가 많았답니다. 통상 버들강아지라고 하지만 갯버들, 버들개지로도 말합니다. 모두가 표준말입니다.
일부 지방에선 버들개지의 ‘개지’가 ‘강아지’의 사투리라는 점을 들어 줄인 말로 보기도 합니다. 버들개지는 예스러운 말, 버들강아지는 요즘 말로 대별하면 맞겠네요.
옛날 이맘 땐 추위에 집에만 있던 아이들은 날이 풀리면서 놀이터를 들로 넓힙니다. 중년의 독자께서는 동네 도랑가에 싹을 틔운 버들강아지의 생김새가 흥미로웠다고 합니다. 모습이 복슬복슬한 강아지의 작달막한 꼬리를 닮았지요. 외향이 몽실하고 앙증맞아 강아지란 단어를 붙인 이유도 되겠네요.
싹은 따서 입에 넣으니 연하고 단맛이 납니다. 봄내음도 나고 먹을 만합니다. 잎이 무성해지는 5월 초쯤 익은 열매가 갈라지고 그 안에서 하얀 털을 단, 목화씨 같은 씨앗이 나오는데 이를 먹었다고 하네요.
버들강아지는 요긴한 놀이거리이기도 했답니다. 칼이나 작은 낫을 갖고 줄기를 손가락 만하게 잘라 대와 껍질을 분리시키면 피리가 됩니다. 자른 줄기를 손으로 비비면 안쪽의 대와 바깥쪽 껍질이 분리돼 빨대처럼 됩니다.
만들어 보니 줄기는 마디(움 흔적)가 없는 매끈한 것이 좋습니다.
버들피리 소리는 꽤 듣기 좋습니다. 입에 접해지는 부분은 칼로 손톱 한마디 정도로 껍질을 살짝 깎아 불기 편하게 만들기도 했답니다.
버들강아지를 갯버들로 말하면 옛 추억이 많이 상쇄됩니다. 버들강아지는 도랑, 개울, 냇가, 개천 등과 함께 써야 제맛이 나는 단어입니다. 경상도에선 도랑을 같이 붙여 말하는 편입니다.
버들강아지는 암수 딴 그루로 암꽃과 수꽃이 다른 나무에서 다른 모습으로 핀다고 합니다. 흘깃 봐서는 구별이 힘듭니다. 암술은 수꽃이 배출한 꽃가루를 받기 위해 주꾸미를 뒤집어놓은 것처럼 끝이 벌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