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지방 어르신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는 '세한'이 있습니다.

다른 글을 쓰다가 우연히 입에 오르내려 세한의 의미를 소개합니다. 기자도 크면서 자주 들었지만 어른들께서 하는 사투리라고 생각하며 별 생각없이 흘려서 들었지요. 하지만 요즘에는 듣기가 꽤 힘든 '귀한 말'이 됐습니다.

표준어이고 한자입니다. 세한(歲寒)입니다.

해 세(歲)-찰 한(寒), 즉 '음력 설 전후의 추위'라는 뜻입니다. '매우 심한 한겨울 추위'를 말합니다. 엄동설한, 혹한이 비슷한 말이 되겠네요.

한 동네 잔칫집에서 어르신들이 둘러앉아 약주를 기울이는 모습. 옛날 경남 진주 지방에서는 농삿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세한내'란 단어는 자주 썼다. 더경남뉴스 DB

진주 지방 어르신들이 쓰는 사례 하나를 들어 보겠습니다.

"세한내 가물더니 안 크고 돌콩만 하네"

여기서 따져봅니다.

'세한내(歲寒내)'에서의 세한은 단지 '심한 추위'가 아닌 '겨울'이란 계절, 즉 시절이 가미된 것입니다.

대충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단어의 뜻이 '날씨'와 '계절'로 대별돼 달라졌습니다. 이래서 '세한내'의 의미는 경남과 전남 등의 사투리로 봐야하겠습니다.

추위란 뜻으로 사용한다면 "세한 내 가물더만"은 어법에 맞지 않지요. 따라서 여기에서의 세한은 '겨울 동안'을 뜻합니다. 사투리이지요.

경상도 말 중엔 이처럼 두무뭉슬하게 사용 영역을 넓혀 애매한 뜻의 사투리가 된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