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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민심] "해결책 없다고? 답은 항시 현장에 있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13 01:53 | 최종 수정 2023.06.20 00:06 의견 0

어머니와 함께 경비행기를 타고 가다 아마존 열대 정글에 추락해 실종됐던 콜롬비아 아이 형제 4명이 무려 40일만에 기적적으로 살아서 왔습니다. 생후 11개월 아이도 살아왔습니다.

이들의 생환을 두고 어러 화제를 낳았지만, 이 아이들은 평소 원주민 어른들의 밀림 생활을 보는 등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말이 설득을 더합니다. 그 어떤 극한상황을 전제로 한 연구물보다 더 값집니다.

콜롬비아 아마존 정글에 추락한 비행기 잔해. 콜롬비아 군 제공

콜롬비아 군인들이 구조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트위터

지난 10일 강원 양양 해변에선 호우 중에 낙뢰를 맞아 한 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습니다. 서핑을 하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자 해변에 앉아 있었거나 물이 있는 해변을 거닐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호우에 천둥 벼락이 치는 상황에서의 '30-30(천둥후 30초-대비후 30분) 법칙'을 몰랐거나 경시했기 때문이지요. 벼락이 칠 때는 논 등 평지(사람이 가장 높음)나 큰 나무 바로 밑(큰 나무가 벼락을 맞아 직접 벼락 맞을 우려 큼)은 피해야 합니다. 금속 등을 몸에 지니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있지요.

양양 사고는 이런 교육과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119 소방대원들이 벼락을 맞은 환자를 급히 이송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지난달 31일 아침, 북한이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 쏘자 우리의 재난 당국인 서울시와 행정안전부는 서로 다른 대응 문자를 시민들에게 발송해 큰 혼란을 줬습니다. 이마저도 대응이 늦어 범국가적인 재난 대응시스템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이날의 혼선을 요약하면 '경계경보 발령'(서울시)→'오발령'(행안부)→'경계경보 해제'(서울시)입니다. 실제 상황이었더라면 우왕좌왕을 넘어 생사가 갈릴만하게 아찔했겠지요.

지난달 31일 서울시민들에게 전달된 시간대별 재난문자

왜 이런 사고를 자초했을까요? 왜 콜롬비아 아아들은 구사일생 했고, 우리의 사람들은 죽고 우왕좌왕 했을까요.

고민을 할 필요없이 간단합니다. 평소 몸에 배어 있으면 한 순간 실력이 발휘됩니다. 그 실력이란, 자신을 죽게 하고 살게 만들겠지요.

주위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재난 당국이 민방위훈련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불과 얼마 전 해도 '훈련과 교육 강화'라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너나 없이 비아냥성 말을 뱉었지요. "너들이나 하라"고. 실제 너들인 '관련 기관 공무원'들만 했습니다.

정치적, 즉 정권의 바뀜의 영향도 컸습니다. 문재인 정권 때는 거진 게를 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북한을 의식한 것입니다. 여기서 독자분들에게 물어봅니다. 어떤 말으들을 했습니까?

우리를, 나를 시기하고 공격하는 무리가 북한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하지만 우리는 모든 사주경제를 놓아 버렸고, 나를 불의의 재해에서 지켜주는 '연습'마저도 게울리 했습니다. 한 정권의 '주입 정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늦게라도 알아야 합니다.

이에 따른 대가는 톡톡히 치렀고, 지금도 치르고 있습니다. 이해가 제대로 안 되는 대형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컸습니다. 사전 안전사고를 대비하지 않은 것이지요. 159명이 숨진 이태원 사고는 이의 전형이었지요.

최근 훈련을 소방서 등 관련 기관에서만 소규모로 하던 민방위훈련이 민간으로 보폭을 넓히며 시작한다고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뭐 어때", "번거롭게 그런 걸 왜 해!" 등으로 괄시했었지요.

지금은 딱 하나밖에 없는 나의 생명에 북의 핵미사일보다 더 위험한 게 기상이변과 변화로 닥쳐오는 재난입니다.

독자분들은 이를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진 않겠지요. 작년 경북 포항 지하주차장에 차를 꺼내려 들어갔던 아파트 주민 9명 중 7명이 숨진채 나왔습니다. '쥐방구리 풀 방구리 드나들 듯' 했던 주차장에서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했었습니까? 도시 치수 시스템이 잘 됐다던 서울 강남은 몇 번 물이 잠겨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금은 엄연히 군사정권 시대 때 자나깨나 울리던 사이렌, "실제 상황입니다 국민 여러분들은 침착하게 대피하시기 바랍니다"를 들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침 뱉으면서 버려야 할 구시대 유물이 아닙니다. 다시 가져와 닦고 윤기를 내야 합니다.

지구촌은 지금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곳곳에서 홍수와 가뭄, 산불, 빙하 해빙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솔직히 심각성을 더합니다. 녹은 빙하 물이 지속 흘러내려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는 기막힌 사태도 방송 등을 통해 보았습니다. 이해를 하기 어려운 희한한 변고들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우리의 민방위 훈련은 최근 십수년 동안 행방불명이 됐었습니다.

단견으론 북과의 관계 개선을 앞세운 좌파 정권의 안이한 국가 방위, 재해 대응의 결과물로 봅니다.

하지만 가장 큰 탓은 국민입니다.

민방위훈련은 이제 북한을 비롯한 주위의 군사 공격에 대비한 훈련이 더 이상 아닙니다.

다시 재해와 재난에 대비한 체계를 재정비해야 합니다. 다가선 여름 호우에 따른 홍수와 태풍에 따른 강풍의 세기와 피해 예상은 감을 잡기 어렵습니다. 다만 최근 십수년간의 경험으로 봤을 때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답은 현장입니다. 현장에 가보고 현장을 점검하고, 그에 따는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나의 습관은 이제 나의 생명줄입니다.

재난 사이렌과 재난 문자 내용이 정확하고, 이에 따른 행동강령은 제대로 하면 됩니다.

"국민여러분, 민방위훈련 방송입니다"가 나오면 불평불만 하지 마십시오. 나를 살려주는 방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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