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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이 알아야 할 농삿말] 모내기 끝낸 논에 나타난 '긴꼬리투구새우'(7)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6.21 10:51 | 최종 수정 2023.06.21 13:04 의견 0

농사일을 쉽게 생각합니다. 누구나 짓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농천하지대본(農天下之大本)' 때의 말이지 어렵지요. 귀농한 '박사 학위' 초짜농부님은 쩔쩔 맵니다. 더경남뉴스가 해결해 드립니다.

오늘 경남 산청군에서 산청읍 차단리 유기농 벼논에서 긴꼬리투구새우가 20년만에 가장 많이 채집됐다고 해서 '긴꼬리투구새우'를 자세히 소개합니다. 이 코너는 꼭 농사 용어 소개에만 그치지 않고, 농삿일과 연관된 용어들도 풀어드립니다.

긴꼬리투구새우 모습

농촌에서 큰 중년 이상의 분들은 긴꼬리투구새우 모습을 보면 "아하, 물이 자작했던 논에 조그마한 것이 헤엄쳐 다니던 그 놈 아냐"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모내기 끝내고 논에 난 잡초를 뽑을 때나 논에 많던 고동(고둥)을 잡을 때 많이 봤던 녀석입니다.

농약을 덜 치던 때 흔하게 보던 것이 농사를 온통 농약으로만 짓던 수십 년간 어디를 갔다가 요새 친환경 농법을 도입한 논에서 다시 발견돼 이제 개체가 많아졌다고 하네요.

달구지 타고 고향 농로길을 달리는 기분으로 그 옛날 추억을 되새김질 해봅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절지동물입니다. 투구라는 단어에서 풍기듯 갑각류입니다. 또한 새우 종류이지요. 새우처럼 먹을 수 있냐고요? 먹지 못합니다.

이상 충북 괴산군 제공

긴꼬리투구새우는 생긴 외향에서 보이듯 투구새우과에 속하는 갑각류입니다. 몸은 짙은 녹색을 띠고 원통형이며, 앞쪽이 넓고 납작합니다. 트라이아스기(약 2억 4500만~1억 8000만 년 전)부터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은 '살아있는 화석'이다.

일반 마트에서 파는 먹는 새우는 투구새우의 외래종이라고 하는군요.

긴꼬리투구새우는 한국 토종이고 무분별한 농약 사용으로 지난 2005년 2월 멸종위기 2급에 지정됐다가 친환경 논농사 덕분에 개체수가 늘어 2012년 보호종이 해제됐습니다. 멸종될 뻔했지요.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지만 지속 보호는 받아야 하는 생물입니다.

농약 사용으로 개체수가 줄어들어 이후 멸종위기 2급 판정을 받은 동물이다.

우기 때 생긴 논 근처 물웅덩이에서 번식해 알을 낳고, 건기가 지나 다시 우기가 오면 알에서 깨어나 번식한다네요. 삶은 2~4주로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먹는 것은 잡식성인데 주로 조류, 곤충, 흙속의 유기물을 먹고 사는데 포식성이 매우 강하다고 합니다. 먹이는 우리 눈으로 볼 때 물 속의 부유물이거나 찌꺼기인 셈이지요.

다리로 흙을 휘젓고 다니면서 먹이를 찾는 습성이 있어 논에 나는 잡초 제거(흙탕물을 잘 일으켜 잡초의 성장을 억제)나 장구벌레와 같은 해충의 유충을 먹어 친환경농법에 활용합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벼의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네요. 벼의 뿌리를 갉아먹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생김새가 친근하지 않아 방개처럼 갖고 놀지를 않았는데 대단한 일을 하고 있었네요.

그런데 포식성이 강해서인가요? 자기 동족을 잘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진화가 덜 됐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경남과 전남에 주로 서식했는데 대향 서식지가 전국의 친환경 벼논에서 서식하는 것이확인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요.

하찮게만 여겼던 생물이지만 하찮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생명력이 대단해 지금까지 종의 번식을 해온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생활에 군말도 없이 도움을 준다니 이 또한 크게 고마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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