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실종자 수색 중 사망 채수근 해병대 상병 부모 편지 공개···비판 대신 "재발 방지책 꼭 만들어달라"
"역시 해병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달라"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7.23 02:23 | 최종 수정 2023.07.29 02:34
의견
0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작전을 하다가 사망한 해병대 장병 고 채수근 상병(20)의 부모가 국민과 정부가 보낸 추모의 뜻에 감사의 인사 편지를 전했다. 채 상병의 영결식은 22일 거행됐다.
해병대는 이날 채 상병 부모가 자필로 쓴 감사편지를 공개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원망하지 않았다.
채 상병 부모는 편지에서 “전 국민의 관심과 위로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다”며 “진심어린 국민여러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고 밝혔다.
채 상병 부모는 “윤석열 대통령님의 말씀과 조전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한덕수 총리님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먼 거리를 마다 않고 기꺼이 찾아오셔서 진심 어린 격려를 해주셨다. 유가족을 다독여주신 귀한 말씀들을 기억하며 어떻게든 힘을 내서 살아가 보겠다”며 “특히, 신속하게 보국훈장 추서해주셔서 수근이가 국가유공자로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조치해주신 보훈관계당국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끝까지 우리 아이 수근이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해주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님을 비롯한 장병 여러분들과 유가족 심리 치유를 지원해주신 119대원, 해병대 출신 전우회 등 장례를 무사히 치를 수 있게 도와주신 수많은 관계자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근이가 사랑했던 해병대에서 철저한 원인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같이 비통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반 규정과 수칙 등 근본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시기를 기대한다”며 “또, 안전한 임무수행 환경과 장비들을 갖추는 등 강고한 대책을 마련해서 ‘역시 해병대는 다르다’는 걸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절하게 부탁드린다”고 했다.
끝으로 “해병대 가족의 일원으로서 국민과 함께 해병대를 응원하며, 해병대가 더욱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항상 지켜보겠다”며 “정말 원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수근이가 이 자리에 같이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심정 뿐”이라고 했다.
채 상병 부모는 해병대를 비판하는 대신 재발 방지를 통해 또 다른 해병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보문교 일대 내성천에서 폭우와 산사태로 실종된 주민들을 찾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됐다.
채 상병의 빈소는 지난 20일 포항 해병대 1사단에 차려졌다.
그는 순직 이후 해병대가 상병으로 추서했고, 20일에는 해군본부 전공사상 심사위원회에서 ‘순직1형’으로 인정을 받았다. 순직1형은 심사 없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고,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21일 보국훈장 광복장을 받았다. 보국훈장은 국가안전보장에 뚜렷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훈장이다.
채 상병의 아버지는 전북소방본부 소속 채모(57) 소방위로, 채씨가 아내와 결혼 생활 10년차 되던 해에 시험관 시술로 얻은 외동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