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적 대사에 흔쾌히 참여하고, 국가공동체에 기여하고 희생함에 기쁨을 느끼면 안되는 건가요. 아쉽네요'

#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아량과 너그러움이 사라졌을까. 조그마한 거라도 손해를 보면 참지를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새만금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서 출연 K-팝 가수들이 '풍선'을 부르고 있다. KBS 중계방송 캡처

제25회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진행 난맥상에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서, 행사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 ‘풍선’ 원곡자 이두헌 씨가 KBS의 원만하지 못한 처사에 불쾌감을 표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날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마지막에 뉴진스, NCT드림, 아이브 등 축제에 출연한 19팀이 나와 이 곡을 합창했습니다.

이두헌 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잼버리 슈퍼 콘서트 피날레 곡 ‘풍선’. 원작자 허락은? 사전 허락은 그렇다 치고, 원곡이 동방신기? 이건 사과를 좀 받아야겠는데? 원곡은 다섯손가락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풍선’은 다섯손가락이 지난 1986년 발표한 곡입니다. 이두헌 씨는 밴드 ‘다섯손가락’ 보컬·기타를 맡고 있고, 그가 이 곡을 작사하고 불렀습니다. 이어 이 곡은 한류 듀오인 '동방신기'가 지난 2006년 리메이크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를 중계한 KBS가 자막에 ‘풍선’이 동방신기 원곡이라고 표기하는 실수를 했습니다.

이두헌 씨의 주장은 한치의 다름없는 당연한 주장입니다. 사과를 받아야 합니다.

다음은 관련 댓글입니다.

'큰 잘못이다. 저작권법도 있는데 원작자가 국가 중대사라서 참는가 모르지만 KBS, 나사가 빠져도 한참 빠졌다. 개인 재산을 도둑질 해 가는 것이다. 그것도 국가 기간방송국이! 방송국이면 필수 중 필수 상식인데 얼마나 기강이 해이해졌는지 개탄스럽다'

이두헌 씨의 주장을 대변하는 글입니다.

다섯손가락은 현재 중장년 밴드들의 경합 무대인 MBN ‘불꽃밴드’에 출연 중이라네요.

그런데 이두헌 씨의 다음 글 “저는 자발적이지 않습니다”는 대목에선 이 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았겠단 생각입니다. 물론 다양성에 기반한 기자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 말을 두고 언론 매체들은 '앞서 아이브가 일정을 조정해 뒤늦게 이번 콘서트 출연을 결정하고, 카카오·하이브가 물품을 기증한 것과 관련 주최 측이 자발성을 강조한 것을 빚대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저는 자발적이지 않습니다”는 글은 자기 주장을 정당하게 말함에도 불구하고 어투(글투)로서는 탐탁지 않다고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냥 "상암 행사를 급하게 마련하는 와중에 정신이 없었겠지만, 공식 사과는 꼭 받아야겠다"는 정도였으면 더 나았겠다는 생각입니다. 전체 글에서 감정을 잘 다스려 놓고서 말의 끝에 꼬투리를 잡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는 것이지요.

기자는 이두헌 씨의 글을 접하고 우리 사회에 고질화 하고 있는 비공동체적인 언행들을 다시 되새김질을 합니다. 한민족의 고유 전통이던 '덕담(德談)'은 아닐지라도 '다툼'을 유발하고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다분히 의도적인 글과 말은 지양돼야 합니다.

참지 못하는 말투, 전투적인 말투, 냉소적인 어투, 싸움을 다시 거는 듯 덧대는 말투, 빌빌 꼬고 후벼파는 어투들입니다.

이런 단어와 어투를 남달리 써야 특별하고도 특출하고, 자신의 영역도 확실해지는 의식이 잠재돼 있는 것이겠지요. 후벼파야 하고, 이분화시켜야 하고···. 여기에 현란한 단어와 문장을 등장시켜 해석의 난맥상을 악용하고서 치고 빠지고···.

우리 전통 사회에서는 농번기에 바쁘면 두레를 조직해 돕고, 마을 경조사에 십시일반 도왔지요. 기쁨은 함께 갖고, 슬픔은 함께하며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십수 년전부터 이런 사회 분위기가 급속히 옅어져갑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배우려는 아이도 없어지고, 가르치려는 사회 어른도 없어졌다는 푸념이 많이 나옵니다. 아니, 이런 연결고리가 아예 없어진 듯합니다. 지금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 강남 한 여교사의 극단 선택이 이를 방증합니다.

남녀가 적대감을 갖고 앙앙거리고, 노소가 인생의 이해관계로 다투고, 이념으로 철저히 무장된 진영은 상대를 못 잡아먹어 난리입니다.

장관까지 한 어느 양반은 "60이 넘으면 뇌가 썪는다"고 했지요. 그는 지금 60대 중반입니다. 최근 어느 정당 50대 후반 여성 혁신위원장은 '노인 폄훼' 발언 논란 증폭되자 "나도 곧 노인이 된다"며 물타기를 하더군요. 어느 정당 젊은 대변인은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망쳐 부산세계박람회도 물 건너갔다는 견강부회(牽強附會·억지로 끌어붙임)성 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부산을 비롯한 전 국민이 유치를 바라는 사안입니다.

이들의 말은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속좁고 옹졸하고, 아전인수식 말로 넘기려는 술책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요즘 식자층의 '의식 형편'이 이렇습니다.

며친 전엔 재판정의 30대 판사가 '극한 이념'에 기반해 판결을 내렸다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런 게 국민의 법 상식에 부합한다면 지난 1988년 호송 도중 탈주한 지강헌이 부르짖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누가 우리 사회를 이렇게 삭막하게 만들었나요?

기자란 직업은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고맙게 생각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이러한 주변 사람들의 얼굴은 참 편안하게 보입니다. 남과의 일에서 되도록이면 각을 그리지 않으니 자신의 속마음이 평화롭겠지요. 남과의 다툼이 적으니 인간 관계가 선한 순리로 풀어집니다. 상대방도 편해집니다.

극하게 말하면 지금 대한민국은 인사마저 먼저 하면 '잘 나서 하는 것'으로 보는 삭막한 살풍경입니다. 호의가 악의로 의심 받는 분위기에 인사도 입속에서만 맴돕니다. 이러다가는 한 두 세대가 더 지나면 이들 말이 완전히 잊혀질까 짐짓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