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한국 대표시인 김남조 선생, 96세 일기로 별세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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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0 17:27 | 최종 수정 2023.10.1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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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한국의 대표 시인이던 김남조 시인이 10일 오전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여성 시단의 최고 원로이면서도 1천여 편의 시를 쓰며 생전 펜을 놓지 않았다.
고인은 1927년 경북 대구에서 태어나 1951년 서울대 사범대학 국문과를 졸업했다. 경남 마산고, 이화여고 교사와 숙명여대 교수를 지냈다.
1950년 대학 시절 ‘연합신문’에 시 ‘성수(星宿)’ ‘잔상(殘像)’ 등으로 등단했고 1953년에는 첫 시집인 '목숨'을 내는 등 19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과 평론집도 냈다.
김 시인은 '목숨'을 낸 지 60년이 되던 지난 2013년 17번째 시집인 '심장이 아프다'(문학수첩)를 펴냈다. 환갑 축하연 제안을 물리치고 낸 시집이다.
이어 고인은 등단 70년이던 2020년 출간한 '사람아, 사람아'(문학수첩)에서 "나는 시인 아니다. 시를 구걸하는 사람이다. 백기 들고 항복, 항복이라며 굴복한 일 여러 번"이라고 지나온 길을 회상했다. 그는 이 시집을 “나의 끝시집”이라 일컬었다.
다음은 ‘사랑, 된다’ 시의 전문이다.
“사랑 안 되고/ 사랑의 고백 더욱 안 된다면서/ 긴 세월 살고 나서/ 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 이즈음에 이르렀다/ 사막의 밤의 행군처럼/ 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 그 이슬 같은 희망이/ 내 가슴 에이는구나// 사랑 된다/ 많이 사랑하고 자주 고백하는 일/된다 다 된다”
김 시인은 모윤숙(1909~1990년), 노천명(1911~1957년)의 뒤를 이어 한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문을 연 시인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시인협회 회장, 한국여류문학인회 회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역임했다.
자유문학가협회상, 오월문예상, 한국시인협회상, 서울시문화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국민훈장 모란장, 은관문화훈장,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고인은 종교 조각의 거장인 김세중(1928~1986년) 서울대 미술대 교수로 젊은 나이에 사별해 자식들을 홀로 키웠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유족으로 딸 김정아, 아들 김녕·김석·김범 씨가 있다. 발인은 12일이다. (02)3010-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