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속담 순례] '염소 나물밭 빠댄다'(10)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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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4 00:50 | 최종 수정 2024.01.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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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축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흑)염소 나물밭 빠댄다'는 속담은 '식물성 음식만 먹던 사람이 모처럼 고기를 실컷 먹게 됐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속담에서 먼저 '염소'와 '나물밭'의 관계 설정이 돼야 하고. '빠대다'는 뜻을 알아야 합니다.
염소는 못 먹는 게 없다 할 정도로 식성이 좋습니다. 온갖 곳을 쏘아다니면서 아무거나 먹어치웁니다. 이런 흑염소가 연한 나물을 심어 기르는 밭에 들어서니 이보다 좋은 먹을거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빠대다는 '아무 할 일 없이 이리저리 쏘다니다'란 뜻입니다. '쏘다니다'란 말과 비슷합니다. 또한 경상도 사투리로 '밟다'나 '밟아서 어지럽혀 놓다'는 뜻도 있습니다.
'쏘다니다'나 '밟아 어지럽히다'나 '(흑)염소 나물밭 빠댄다' 속담에 모두 적용할 수 있습니다. 흑염소가 나물밭을 막 쏘다니거나 나물밭을 밟아 어지럽힌다는 의미가 다 통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속담의 풀이가 '식물성 음식만 먹던 사람이 모처럼 고기를 실컷 먹게 됐다'라고 하니 흑염소가 먹음직한 나물밭을 쏘다니며 배를 가득 채운다에 더 가깝습니다. 맛나는 연한 나물을 포식하는 셈이지요.
실제 흑염소를 방목하는 축산농가에선 이웃 채소밭에 염소들이 침입하는 경우가 많아 염려를 합니다. 연한 나물들은 최고로 맛이 좋은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흑염소는 온갖 것을 먹어치워 약성(藥性)이 꽤 좋습니다. 따라서 개보신탕 음식문화가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 요즘 보신용으로 흑염소 고기를 많이 찾는다고 하지요.
방목 흑염소는 이동량이 많아 군살이 없다고 합니다. 고기의 기름도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달리 거의 없습니다. 또한 해외에선 산불을 끄는데 염소를 활용한다는 기사도 전해집니다. 먹성 좋은 염소 떼가 지나간 자리엔 풀 한 포기도 남기지 않아 산불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흑)염소 나물밭 빠댄다'는 속담을 보면 사람이 외식을 하듯, 모든 걸 잘 먹는 흑염소에게도 맛난 음식은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