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경상 주민들이 자주 쓰는 사투리들의 길라잡이 방을 마련했습니다. 일상에서 말을 하면서도 뜻을 모르거나 제대로 대별이 되지 않는 사투리의 의미를 톺아내 소개합니다. "아하! 유레카!(알았다!)"라며 감탄할만한 낱말들을 찾아내겠습니다. 문장 중간엔 간간이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도 사용해 글의 분위기도 돋우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지도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문디 자슥, 도삽 떨어샀더니 잘 됐다"
진주를 비롯한 서부 경남에선 자주 하고 듣는 말입니다. 표준말로 대략 풀이하면 '멍청한 자식, 도섭 떨더니 자~알 됐다'란 뜻으로 비꼬는 의미입니다. 도섭을 떨더니 결국 사달을 내 꼴 좋다는 부정의 뜻입니다.
도삽은 도섭의 사투리입니다. '주책없이 능청맞고 수선스럽게 변덕을 부리는 짓'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도삽 말은 진주, 사천, 하동, 거창 등 경남 서부 지방에서 자주 쓰는 사투리입니다. 서부경남에서 멀지 않은 전남의 일부 지역에서도 더러 쓰입니다.
주로 쓰는 상용 어구는 '도삽지기다(도삽을 진다)', '도삽을 떨다' 정도입니다. '도삽질 한다'도 있는데 잘 안 씁니다.
유의어로는 변덕, 도섭질, 괘사 등이 있습니다. 괘사란 거의 들은 바 없는 우리말인데 '변덕스럽게 익살을 부리며 엇가는 말과 행동'을 뜻합니다.
기자가 어릴 때부터 도삽이란 말에서 느낀 것은 '장난'의 의미가 언저리에 가미돼 있습니다. 장난을 치다가 그릇을 깼다든지 할 때 꼭 들었던 말이지요.
도섭과 달리 사투리 도삽에는 '굳이 해야할 필요가 없거나 중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는 일이나 행동'이란 의미가 많이 가미돼 있습니다. 오버의 뜻이지요.
까불다가라든지, 도삽지기다라든지 하지 말아야 할 일, 어느 정도 선에서 그만해야 할 일을 더 한다든지 등의 의미가 내포돼 있지요.
국립국어원의 사투리 낱말의 뜻풀이와 어의(말의 뜻)가 바뀐 측면이 다분히 있습니다. 이런 갭을 줄여가는 것이 국어원의 의무이겠지요.
도삽의 말엔 사투리 '늑삼'의 뜻도 엿보입니다.
늑삼도 경상도 사투리인데 '주위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실제보다 지나치게 과장해 하는 행동이나 말'을 뜻합니다.
기자의 그간의 경험으론 어떤 일을 하다가 부모님 등에게서 핀잔이나 야단을 맞을 땐 장난 아니면 늑삼을 내다가 의도와 달리 낭패스럽고 엉뚱한 일이 벌어졌을 때였습니다. 일본 어투로 '쿠사리(くさり) 맞다'는 말도 여기서 비롯됩니다.
어제 더경남뉴스 기자와 기사 관련 말을 나누다가 "제목을 이리 저리 고치고 도삽을 떨다가..."라고 했더니 의미있는 웃음을 짓길래 '도삽' 낱말을 끌어와 봤습니다.
함경북도에서는 도삽을 '거짓말'의 사투리로 쓴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