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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람도 헷갈리는 갱상도 말] '쪼대로'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1.28 18:30 | 최종 수정 2024.02.02 17:34 의견 0

더경남뉴스가 경상 주민들이 자주 쓰는 사투리들의 길라잡이 방을 마련했습니다. 일상에서 말을 하면서도 뜻을 모르거나 제대로 대별이 되지 않는 사투리의 의미를 톺아내 소개합니다. "아하! 유레카!(알았다!)"라며 감탄할만한 낱말들을 찾아내겠습니다. 문장 중간엔 간간이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도 사용해 글의 분위기도 돋우겠습니다. 많은 관심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면 "쪼대로 해삐라가 욕인가요"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욕은 아닙니다. 다만 '쪼대로'란 단어가 어감(말의 느낌)이 거칠고 상스러워 비속어로 느껴지지요.

'자기(내) 마음대로', '자기(내) 뜻대로', '자기(내) 기분대로'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등으로 쓰이는 경상도 방언입니다. 어감은 좀 다르지만 '생긴 대로', '타고난 대로' 등으로도 쓰입니다.

'지쪼대로'란 단어도 작품에서 등장하는데 '제멋대로'의 사투리입니다.

'아니다. 처남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산에서 지쪼대로 컸어이 배운 기 머 있겄노. 불쌍한 우리 몽치, 저러다가 장개도 못 가고 몽다리귀신 안 되겄나'(진주여고 출신 박경리 선생이 쓴 소설 '토지'에 나오는 문장)

어원은 추적하기 어렵네요.

기자 개인적으로 '좋을대로'가 경상도 사람들의 발음상 '조흘대로'→'졸대로(쫄대로)'가 되고 '쪼대로'가 된 것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다른 낱말도 이런 경로를 거치는 사례가 많이 보입니다. 특히 경상도 말에는 축약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경상도 사투리엔 격음(거센소리)이 많지만 경음(된소리)도 많습니다. '졸'이 '촐'이 아닌 '쫄'이 되는 경우입니다.

사투리 '쪼대로'에도 이 같은 드센 경상도 기질이 담겨 있습니다. 예컨대 평음(예사소리) 'ㄱ, ㄷ, ㅂ, ㅈ'의 격음은 'ㅋ,ㅌ,ㅍ,ㅊ'이고 경음(된소리)은 'ㄲ, ㄸ, ㅃ,ㅉ'입니다.

경상도 사투리는 "댄나(됐나)? 댔다(됐다)!"처럼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의 말보다 간단하고, 화끈하고, 명쾌합니다. 이를 '갱상도 싸나이(경상도 사나이)'의 트레이드마크(특징 또는 특질)쯤으로 생각하지요. '쪼대로'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물씬합니다.

'쪼대로'는 때와 장소, 상대에 따라 나타내는 의미가 달라지는 것도 특이합니다.

일반적으로 "니 쪼대로 해라"는 상대의 행위에 불만이 있으면서 "니(너) 맘대로 해라"는 뜻입니다. 상대가 하는 일이 맘에 안 들 땐 "니 맘대로 해라' 대신 '쪼대로'를 넣어 불만과 불쾌감을 표시합니다.

이는 비속어 "니 꼴리는대로 해라"와도 통합니다. 또한 말 쓰임새에 따라 "니 생긴대로 해라", "니 생긴대로 놀아라" 등으로 용례는 넓어집니다.

'쪼대로=맘대로'로만 단순히 보면 긍정의 의미가 느껴지지만 "니 쪼대로 해라"로 문장을 만들어보면 부정의 느낌이 강합니다.

즉 '맘대로 살고 싶다'란 마음이 가는대로, 마음이 원하는대로 사는 것으로 긍정의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니 맘대로 살아라"와 "니 쪼대로 살아라"를 비교하면 앞의 것은 '자기 개성에 따라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라'는 것이고, 뒤의 것은 '방종에 가까운 자유분방하게 살아라'는 느낌을 줍니다.

요즘엔 '쪼대로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분별한 다양함이 심해지면 자칫 방종으로 흐를 우려가 커지겠지요.

보다 더 '지 쪼대로 사는' 부류는 정치인에게서 많은데, 권모술수를 장착한 '능청스러움'을 넘어 '뻔뻔함'으로 온 몸이 도색돼 있지요. 무조건 잡아떼고 자기 쪽을 공격한 상대의 약점을 끄집어내 물타기도 잘 합니다. 듣자하면 구역질나지요. '지맘대로'를 넘어서 '지쪼대로'입니다.

자기가 몸 담은 조직에서 '지 쪼대로' 천방지축으로 살 이유는 없습니다. 자유분방을 넘어 자유방임이 돼선 안 되겠지요. 그렇게 살면 물살을 거슬러오르는 것처럼 일상이 매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순리대로 살라는 것이지요. 이게 가장 행복한 삶의 길입니다.

"지 쪼대로 사는 거 뭐. 죽든 살든 놔둬라"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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