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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기자의 고샅길 산책] '한파가 만든 초미니 종유석'···급습한 한파, '촌 골짝'의 겨울 진풍경

정창현 기자 승인 2023.12.18 15:07 | 최종 수정 2023.12.25 13:55 의견 0

제대로 된 겨울 한파가 닥쳤습니다. 동장군(冬將軍)입니다. 겨울장군이란 뜻인데 혹독한 겨울 추위를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지요.

산촌 골짜기 냇가는 맹추위 속에 물이 졸졸졸 흐르는 자신의 언저리에 '고드름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뒤질세라 바위 틈에서 떨어지던 물방울도 밤새 고드름을 잉태시켰습니다. 평소 말라 있는 산촌 실개천에는 얼마 전 내린 많은 겨울비로 물이 제법 흐르고 있습니다.

강력 한파가 찾아온 18일 경남 진주시 한 산촌의 '한겨울 작은 세상'을 찾았습니다. 전국 명산지의 겨울 운치와 진배 없습니다.

산골 실개천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작은 방울로 마른 수초를 밤새 건드리면서 얼음을 얼린 모습입니다.

마른 풀에 맺어진 고드름입니다. 물이 위에서 떨어져 생긴 것이 아닙니다. 냇가 물에 닿아 축축해진 줄기의 바깥이 얼고 덧대져 굵어진 모습입니다. 일종의 역고드름입니다. 풀 줄기가 냇가 물을 빨아들이는 모세관 효과와 줄기의 물 기포가 얼 때 얼음분자가 이물질을 밀어내 얼음의 몸체가 팽창하는 두 가지의 복합작용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산에서 냇가로 내려온 물이 얼어 곳곳에 창칼과 같은 고드름을 수없이 만들어냈네요. 어느 천연동굴의 종유석이 부럽겠습니까? 고드름 운취가 매우 신비롭습니다. 며칠 전에 내린 비가 바위 틈에 스며들어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만든 풍광입니다.

바위의 틈에서 밤새 똑똑 떨어진 물이 황홀한 고드름 자태를 만들었습니다. 야산의 볼품없는 썩돌과 같은 바위가 이 같은 풍광을 만들어낼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겨울철 명승지가 따로 없습니다.

종유석처럼 아래로 자란 고드름을 확대한 모습입니다. 동굴 종유석과 똑 같습니다.

고드름의 찬란함과 오묘함이 극치를 이룹니다. 주위의 이끼와 고사리(?)도 운치를 더해주네요.

작은 굴과 같은 바위틈의 신비로움입니다. 밤새 떨어진 물방울이 동굴 종유석과 같은 고드름을 만들어 바닥에까지 닿았습니다. 종유석인지 석순인지 분간을 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가을 추수가 끝난 논의 겨울철 모습입니다. 늦가을에 농기계로 논을 갈아엎은 고랑에 지난 16일 내린 많는 비가 고여 이 같은 운치를 만들었습니다. 중년 이상의 분들은 이 작은 공간에서 스케이트(작은 썰매)를 타던 지난 어린시절이 새록새록 날 겁니다. 꿀맛과 같은 지난 추억입니다. 혹한이 이어지면 논에서도 스케이트를 지칠 만큼 꽁꽁 업니다.

논 가운데의 살얼음입니다. 휑한 논에서 겨울 추위가 만들어내는 진풍경입니다. 이상 경남 진주시 진성면에서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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