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헷갈리는 낱말과 문구를 찾아 독자와 함께 풀어보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도편달과 함께 좋은 사례 제보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오늘은 말려 놓은 콩깍지 털어라"
콩을 수확할 때 자주 하고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틀렸습니다.
깍지는 '콩 등의 꼬투리에서 알맹이를 까낸 껍질'을 말합니다. 즉, 콩을 털어내고 남은 껍질이 콩깍지입니다.
반면 꼬투리는 '콩, 팥, 완두 등 콩과 식물의 알맹이(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입니다.
콩의 껍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만, 깍지와 대별할 땐 콩을 털어내기 전의 껍질로 해석합니다.
따라서 꼬투리와 깍지는 알맹이인 콩을 털어내기 '전과 후'의 차이를 뜻합니다.
서두에서 소개한 "오늘은 말려 놓은 콩깍지 털어라"는 "오늘은 말려 놓은 콩꼬투리를 털어라"가 맞습니다. 깍지에 콩이 들어있을리 만무(萬無)하기 때문이지요.
참고로 '깎지'가 아닌 '깍지'란 점도 기억하면 일석이조입니다. 또한 꼭지란 식물 단어가 있는데 '잎사귀나 열매를 가지에 달려 있게 하는 짧은 줄기'입니다.
단풍나무 열매(씨) 꼬투리 모습. 정기홍 기자
꼬투리는 또 '어떤 이야기나 사건의 실마리' 또는 '남을 해코지하거나 헐뜯을 만한 거리'의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꼬투리는 실마리를 잡다는 긍정의 의미와 남의 말과 행동에 트집을 잡다는 부정의 의미, 즉 상반된 뜻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꼬투리를 잡다', '꼬투리를 잡히다' 등으로 쓰입니다.
'꼬투리를 잡다'에는 '일의 실마리를 잡다'와 '일에 트집을 잡다'의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대화를 하면 피곤해지고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부류는 항시 중요한 알맹이가 아닌 꼬투리에 집착합니다. 고쳐야 할 대목이지요.
참고로 버려지는 '콩깍지'에 몸에 좋은 효능 많다는데 알아봅니다.
농촌진흥청의 연구에 따르면, 콩의 부산물인 '콩깍지'에 이소플라본이란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고 항산화, 항염증, 항비만 효과와 함께 에스트로겐 활성을 증가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불리는데, 여성 갱년기 증상인 골다공증과 고지혈증 개선은 물론 항산화(산화를 막음)·항암 효과가 있는 성분입니다.
콩 부위별 에스트로겐 및 에스트로겐 리셉터 알파 합성 수준
농진청은 이 연구에서 콩깍지 추출물로 항산화(ABTS, DPPH), 항염증(산화질소 생성 억제), 항비만(UCP-1 발현), 에스트로겐(Estrogen, Estrogen receptor-α) 활성 수준을 측정했습니다.
측정 결과 ▲폴리페놀 함량 최대 519.13mg GAE/g ▲플라보노이드 함량 최대 3180mg CAE/g ▲에스트로겐 활성 최대 35.58pg/ml ▲에스트로겐 리셉터 알파 활성 10.13pg/ml로 나왔다고 합니다. 이는 콩 종실(씨알)의 추출물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또 ▲항산화 활성 최댓값 ABTS 10.37mg AA eq/g, DPPH 8.96mg AA eq/g ▲항염 활성 최대 353.72μM ▲항비만 활성 최대 10.57μM였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콩깍지 추출물은 에스트로겐 호르몬 활성을 높여 주고, 염증 유발인자(LPS)에 의한 산화질소(NO) 생성을 억제해 항염 활성을 높였습다.
또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갈색 지방 생성 능력이 높아 비만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현재 작두콩, 깍지콩, 덩굴강낭콩 등 일부 콩의 꼬투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식품 원료로 등록돼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대두는 식품 원료로 등록되지 않아 가축 사료로 활용되거나 버리고 있습니다. 농진청은 버러지는 콩깍지에 이런 기능성 소재를 확인하고 활용 가능성을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