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헷갈리는 낱말과 문구를 찾아 독자와 함께 풀어보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도편달과 함께 좋은 사례 제보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경남에서 신나는 '뻘짓'~"

경남도가 올해 상반기 '주말 어장주'를 모집한다는 포스터 문구입니다. 더경남뉴스의 한 기자가 "경남에서 '뻘짓' 하세요"···경남도, 올해 상반기 '주말 어장주' 모집으로 메인 제목을 단 뒤 내부망에 올리고서 편집인인 기자에게 자문을 구하더군요.

기사를 올린 기자는 '뻘짓'의 단어가 '쓸모 없이 헛되게 하는 짓'이란 뜻인데 제목에 인용해도 되냐는 것이었습니다.

뻘짓의 뜻에서 보았듯이, 뜻이 전혀 달라 원칙적으론 안 됩니다. 하지만 어장주의 모집 내용이 '뻘(해안)'과 '짓(행동)', 즉 뻘에서 고기를 잡는 행동이란 조어(합성어)이기에 언론 매체에선 이런 합성 단어를 더러 사용합니다.

다만 이럴 땐 작은따옴표(')를 붙여 '뻘짓'식으로 만들어줍니다. 따옴표를 붙여 이 단어를 특별히 사용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이지요.

예컨대 기사 제목 "행사장에 사람들로 '북적'"에서 보듯 북적임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 행사장이 붐볐다는 것을 따옴표를 붙여 전하는 것이지요. 작은따옴표(싱글 쿼우트)는 '대화나 인용하는 글과 말, 또는 강조어 앞뒤에 쓰는 인용 부호입니다.

이번 '우리말 산책'에선 '뻘짓'과 '짓'에 관해 알아봅니다.

경남도의 '주말 어장주' 모집 포스터. 경남도

기자는 질문을 받고 처음엔 행사의 의미만 와닿아 '뻘'과 '짓'의 합성어로만 생각했습니다.

헛된 행동이란 뜻을 가진 뻘짓이란 단어가 있다는 것을 잊고 놓쳤던 거지요. 제목이 그럴싸하게 잘 달렸고, 해안가의 '뻘'과 행동의 '짓'을 갖다붙인 아이디어도 참신해 단어의 본뜻을 잠시 잊었습니다.

뻘짓은 '아무런 쓸모가 없이 헛되게 하는 짓'이란 뜻의 표준어입니다. 이른바 '헛짓', '헛짓거리'입니다.

아무런 목적이나 의미가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가리킬 때 자주 씁니다.

은 짓하다의 어근으로 '몸을 놀려 움직이는 동작'이란 뜻입니다. 긍정이나 부정의 뜻이 없고 단지 움직임입니다.

수작, 제스처, 지저귀 등이 유사한 말이군요.

보통 "허튼 짓 하지마라", "헛짓만 했네', "그짓을 하니 천벌을 받지" 등 부정의 단어와 문구와 함께합니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서 든 사례들도 거의 부정적입니다. 사전적으론 '동작'만을 뜻하는데 죄다 부정의 의미와 연관됩니다.

우리말샘 예시를 소개하면 ▲나쁜 짓 ▲어리석은 짓 ▲부질없는 짓 ▲짐승만도 못한 짓 ▲짓을 부리다 ▲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 ▲돈 받고 그런 짓 할 사람이 아니다 ▲살아서 자식에게 못 할 짓 시키는 것 ▲그때 한 짓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달아오른다 ▲아이고, 저놈 하는 짓 좀 보게 등입니다.

이어 소개한 소설 속에서도 ▲난 이제 억만금이 생긴다 해도 이 짓이 싫어졌소(최인호의 지구인) ▲무슨 짓이건 못 할 짓이 없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이병주의 행복어 사전)

왜 짓이란 단어에 부정의 인식이 박혔는지를 알아봅니다.

짓에는 마구, 함부로의 뜻이 담겼다고 하군요. 국립국어원의 한국어-스페인어 학습사전(KOES)의 풀이입니다.

연결을 짓기엔 의구심이 들지만, 이래서 '짓'에 부정의 의미가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다음은 기자가 뻘짓이 '뻘'과 '짓'을 합한 것으로 잠시 착각한 뻘에 관해 살펴봅니다.

은 경남과 전남, 충청에서 쓰는 사투리입니다. 표준어는 '개흙'입니다.

이들 지역에선 갯벌의 사투리로 뻘을 씁니다. 기자도 경남에서 자라 뻘을 갯벌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했듯이 잠시 혼돈이 왔던 것이지요.

이들 지역에서 뻘은 전체 갯벌이 아니라 갯벌 자체를 말합니다.

요즘엔 전국적으로 뻘짓에서 '뻘'만을 활용해 허튼 짓이나 헛수고를 뜻하는 말로 사용합니다. 조어입니다. 뻘문서, 뻘글, 뻘댓글, 뻘토론 등입니다.

뻘짓이란 낱말로 '짓'과 '뻘'의 뜻과 용례를 알아 보았습니다. 기자도 배우고 갑니다.

※짓-뻘, 특히 이들 단어의 사투리에 관해선 어문학자들에게 좀 더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연구해 놓은 자료들을 찾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