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 자갈치시장의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 때 입었던 밝은색 맨투맨 티셔츠에 찍힌 숫자 ‘1992′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위원장의 대학 입학연도가 1992년이라거나 부산의 상징인 롯데 자이언츠가 마지막 우승한 해,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2년 1집 'Seotaiji and Boys(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했다는 등 그렇듯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앙은 물론 지방 정가에선 정장에다 권위만 내세우던 정치인을 보다가 신선하고 산뜻하다는 반응이다. 한 위원장의 반듯한 언행과 센스에 매료되는 분위기도 점점 짙어지고 있다. 그가 가는 곳마다 구름처럼 몰려드는 인파는 '팬' 수준을 넘어 '현상화'하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한 위원장은 이날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았다. 그는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회와 매운탕 등으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을 찾아 부산 시민들을 만났다.
앞서 이 식당에서 코트를 벗으면서 드러난 한 위원장의 맨투맨 티셔츠 ‘1992′ 숫자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주위에 있던 사람보다 온라인에서 더 관심이 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동훈 티셔츠에 1992의 의미', '한동훈의 디테일' 제목으로 이 모습의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네티즌은 1973년생인 한 위원장이 서울대 법대 ‘92학번’인 점,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연도 등을 연결시켰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난 알아요' 등으로 가요계를 평정했다.
또 다른 측에선 롯데가 마지막 우승한 해 1992년을 상기시켰다.
한 네티즌은 “1992년은 (부산 연고) 롯데의 마지막 우승연도”라며 “우리 다시 시작하자.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1984년 우승 후 8년 만인 1992년 우승한 뒤 30년이 넘도록 우승을 하지 못했다. 지금도 경기장에선 애절하게 ‘응답하라 1992′를 외치고 있다.
이 맨투맨 티셔츠는 ‘라이크더모스트’의 제품으로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에서 판매 중이다. 이날 밤 11시 기준 이 제품은 실시간 1위에 올랐다. 정가 7만 3800원인 이 제품은 할인해 3만 6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한 위원장은 남포동 부산국제영화제(BIFF) 광장까지 약 30분간 걸으며 시민과 관광객을 만났다. 회색 코트에 밝은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베이지색 목도리를 둘러맨 캐주얼 차림을 했다. 시민과 지지자들의 쏟아지는 셀카 요청에 응하고 부산 명물 간식인 씨앗호떡을 사 먹기도 했다.
BIFF 광장 사거리는 인파가 몰려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한 위원장은 시민과 지지자들이 몰리자 대구에서처럼 의자 위에 올라가 시민들의 호응에 인사했다. 몰린 인파들에 대한 일종의 ‘팬 서비스’였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시민들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등 젊은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의자 위에서 “저와 우리 국민의힘은 부산을 대단히 사랑한다. 앞으로 부산에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43세로 최연소 대통령이 된 존 F 케네디의 신선한 이미지가 와닿는다"며 "이참에 꼴 보기 싫은 여의도 정치도 싹 바꿔보자"고 했다. 케네디는 지난 1960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됐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시 당원 간담회 인사말에서 “부산을 너무나 사랑한다”며 부산에서 두 차례 살았던 경험을 꺼내놓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민주당 정권에서 할 일 제대로 했다는 이유로 4번 좌천당하고 압수수색도 당했다. 그 처음이 바로 이곳 부산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괜히 센 척 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이었기에 그 시절이 참 좋았다”며 “그때 저녁마다 송정 바닷길을 산책하고, 서면 기타학원에서 기타를 배우고,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고 회상했다.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 이후 전국 순회 중 1박 2일 일정을 잡은 것은 부산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