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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속담 순례] '같은 값(외상)이면 검정소 잡아먹는다'(11)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1.31 01:25 | 최종 수정 2024.01.31 15:06 의견 0

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축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제주 흑소. 국립축산과학원 제공

'같은 값(외상)이면 검정소 잡아먹는다'는 속담은 같은 조건이면 보기 좋고 맛 있고, 실속있는 것을 고른다는 뜻입니다. 겉모양보다 내실이 더 좋다는 것을 강조한 속담입니다.

검정소는 검은 소, 즉 흑우(黑牛)입니다.

인부들이 지난 1952년 부산 중구 창선동 뒷길 도로를 정비하기 위해 검정소인 흑소가 수레(달구지)에 싣고온 모래를 부리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

지금은 보기 힘든 귀한 소이지만 오래 전에는 검정소가 흔했다고 합니다.

흔했지만 맛(실속)이 있어 가성비가 좋았던 모양입니다. 같은 값이면 사서 먹기엔 맞아 떨어졌겠지요. 나중에 계산하는 외상이란 낱말을 붙여 운을 띄운 것도 특이합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과 연관을 지을 수 있네요.

비슷한 속담으로 ▲'검은 소가 맛은 있다'(겉모습은 볼품 없어도 오히려 실속 있다) ▲'같은 값이면 검정송아지'(같은 조건이면 좋은 것을 고른다) ▲'같은 값이면 껌정소(검정소) 잡아먹는다'(같은 조건이면 맛 좋은 것을 고른다) 등이 있습니다.

이들 속담은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속담과도 통합니다.

흑우를 언급하면 칡소가 꼭 따라나오지요. 피부색이 거무스럼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은 최근 들어 전국 지자체와 함께 흑우와 칡소 복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보존하고 증식하고, 개량하는 작업입니다.

우리의 토종 소인 흑우와 칡소의 보급 사업이지요.

두 소는 지방이 적어 맛도 있고 일을 옹골차게 잘하지만, 일반 개량 황우(黃牛·누릉이소)보다 몸집이 작아 열성이어서 유전자를 일반 우량소에 수정해 개량을 한다네요. 체중을 늘리고 육질도 향상시키는 작업입니다.

한반도에 흑우와 칡소가 거의 없어진 것은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하면서 모색(毛色)을 통일하는 '조선우 심사 표준' 정책으로 황우를 장려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소의 이름은 일본어로 와규(和牛·わぎゅう)인데 90% 이상인 자신들의 흑모화우를 흑우의 기준으로 삼으려고 우리의 흑우를 말살시켰다네요.

따라서 흑우 관련 속담은 매우 생소합니다. 이번 기회에 속담을 기억해 두었다가 흑우를 보게 되면 기억을 되살리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맛도 있고 덩치도 큰 흑우가 많이 나오게 됩니다. '같은 값(외상)이면 검정소 잡아먹는다'는 속담도 입에 자주 오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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