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축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해학,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주모 보면 염소 똥 보고도 설사한다'는 축산 속담이 아니고 곁가지 격인 술과 관련된 속담입니다. 하지만 염소와 연관된 속담이라 '간이역' 지나듯 소개해봅니다. 주(酒)가 주체이고, 염소는 객으로 빚댄 속담이지요.
이 속담은 '술을 조금도 못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속담에서 나오는 주모(酒母)는 한자로 술 주(酒), 어미 모(母)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모의뜻은 '어머니뻘 되는 여자'를 가리킵니다. 풀이하면 주막(酒幕·술집)에서 술을 파는 아주머니이지요.
주위에는 술을 한 두 잔 하면 온 몸이 벌게지는 사람도 많지만, 냄새만 맡았는데 구역질을 하고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직장 회식이 있는 날은 큰 고역입니다. 실제 회식에서 참석하지 않을 수 없이 동석했는데, 술 냄새가 코로 솔솔 들어온다면 꽤 힘들겠지요.
염소의 똥은 검은 콩처럼 여러 개가 나오고 단단합니다. 짓무른 똥이 없습니다. 일반인들은 이를 보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토끼 똥을 안다면 이와 비슷합니다.
염소의 위는 대단히 강합니다. 나무 껍질은 물론 뿌리까지, 온갖 것을 먹어 치우기에 소화 기관이 강해야 하겠지요. 거꾸로 이렇게 먹어치우니 소화 기관이 강해졌겠습니다.
염소는 초식동물이지만 육식도 합니다.
얼마나 먹성이 좋으면 염소들을 사막화의 주범이라고 하겠습니까? 염소 떼가 지나가면 말 그대로 남아나는 게 없다고 합니다.
위가 이렇게 단련되면서 온갖 것을 소화시켜 평소 단단한 된똥을 누는 것입니다.
거꾸로 염소는 설사하는 일이 없습니다. 아무거나 잘 먹어 몸이 대단히 강인해 질병에 잘 견딘다는 뜻입니다. 염소가 설사 증세를 보이면 거의 죽는다고 봐야 한다고 합니다. 특이하지요.
염소의 똥이 왜 동그란 된똥으로 나오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네요.
염소똥이 동그랗게 되는 이유는 대변에 수분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염소는 장이 길어 장에서 비교적 많은 양의 수분을 흡수합니다. 따라서 대변이 상당히 굳은 상태가 되고 이 상태에서 배변을 하면 동그란 모양이 됩니다.
사람도 변비가 심해지면 염소 똥 모양의 변을 봅니다.
이는 영양분이 몸에 흡수되고 남은 변이 대장에 오래 머물러 수분이 너무 많이 흡수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암 등 다른 병인으로 인한 변비 현상도 있습니다.
'주모 보면 염소 똥 보고도 설사한다'는 속담은 염소의 똥은 물기가 아주 적어 단단한데, 술이 약한 사람은 염소 똥만 봐도 설사를 하게 된다는 해학적인 표현입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소댕(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과 맥락이 같습니다. 어떤 사물에 몹시 놀란 사람은 비슷한 사물만 보아도 겁을 낸다는 뜻이지요.
술을 한 잔도 못하는 사람이 주막을 지나다 무척 예쁜 주모를 봤다고 칩시다. 한번 꼬시고 싶기도 하지만, 그 전에 술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와닿는 순간, 속은 느글느글거릴 겁니다. 혹여, 술을 한 잔 한다고 해도 금방 설사를 할 겁니다.
'주모 보면 염소 똥 보고도 설사한다'는 속담은 술에 약한 부류의 사람은 술집 주모만 봐도 당장 설사를 걱정할 것이고, 단단한 염소 똥을 봐도 설사를 할 정도로 비위가 약하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