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확대에 반발하며 사직 수순에 돌입한 의대 교수들은 15일 오후 8시 기준으로 13개 대학에서 총 644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의 사직서는 면허정지 위기에 처한 전공의들을 지킨다는 선언적 의미로 사직서는 제출하되 현장은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일부 강경 대학은 응급 환자를 제외한 수술 중단, 신규 환자 진료 중단, 외래 축소 등을 예고했다. 하지만 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할 가능성이 없고, 정부도 교수들이 병원을 이탈하면 업무개시명령 및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1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대책본부에 따르면 의대 20곳은 지난 15일 저녁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오는 25일 이후 대학별로 사직서를 순차적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이들은 “설문이 완료된 16개 대학에서 사직서 제출 찬성이 압도적으로 대학별 사직서 제출을 25일 이후 자율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 측은 “22일 다시 회의를 열고 진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며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불합리하고 위압적인 대응이 계속될 경우 전체 교원 대부분이 동의하는 자발적 사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신규 환자 예약 중단, 외래 규모 축소, 응급 상황을 제외한 수술 및 입원 중단 등 진료 축소도 예고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가톨릭대 의대, 서울성모병원 등 8개 소속 병원에서 1600여 명의 교수가 근무한다.
또 이날 강원대, 건양대, 아주대 교수들도 자체 투표를 통해 70~80%가량이 사직서 제출에 동의했다.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회는 울산대, 서울대에 이어 지난 14일 “정부가 2000 명 증원을 고집하고 대화와 타협의 장에 나서지 않으면 경상국립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전공의·수련의와 함께 사직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직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
'빅5'(서울대, 서울아산,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가운데 이날 현재 사직서 제출 날짜를 못 박은 곳은 서울대 의대로 오는 18일 집단 사직을 예고했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사직을 결의한 채 시점만 조율 중이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18일 비대위 회의를 열고 사직서 제출 여부를 논의한다.
또 원광대와 단국대, 전북대, 대구가톨릭대 등 7곳은 자체 설문에서 “사직에 찬성한다”고 답한 비율이 77~97%에 달해 조만간 사직을 결의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상당수 의대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실질적 불이익이 가해지는 경우 지체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병원을 지켜야 한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대한뇌혈관외과학회와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의사들은 15일 “조속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병원을 지키고 있겠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국민과 의대생, 전공의들에게 사과하며 정부와 의사단체 간 협의와 합의를 촉구했다.
또 건국대 충북 충주병원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진료 정상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 병원은 응급의료진 7명이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전문의 5명으로 구성된 심장뇌혈관센터를 가동 중이다.
사태가 장기화 하며 정부와 의사단체가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5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12∼14일)에서 ‘정부안대로 2000명 정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답변은 47%, ‘규모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은 41%였다.
한편 전공의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줄면서 '빅5' 병원의 경우 하루 1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을 산하에 둔 연세대의료원은 15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