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필두로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본격 출하시기를 맞은 시설하우스 봄철 수박 한 통이 4만 원까지 폭등했다.
지난해 12월~올해 2월 봄철 하우스 수박 주산지인 경남 함안에 여름철같은 비로 일조량이 부족, 습해와 병해충(곰팡이병)이 극심해지면서 줄기와 잎이 말라비틀어져 성장이 멈추었기 때문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박 한 통 소매가 최고액은 4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때보다 30% 넘게 올랐다. 하우스 수박이 출하를 시작한 지난달에는 5만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일조시간(319시간)이 평년보다 대폭 줄어 지난 10년간 평균 일조시간(416시간)대비 97시간이 부족했다.
수박 값이 폭등했다고 농민들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출하량 자체가 적어 수익도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사먹는 소비자도 고가에 부담이 크다. 가격이 너무 비싸 마트에 수박이 전시돼 있지만 찾는 손길은 거의 없다.
기자가 이날 찾은 경남 진주의 일부 대형마트에는 아예 수박이 진열대에 없거나 있어도 한 개나 2~3개만 진열돼 있었다. 서울의 한 독자에게 부탁해 강서구 한 대형마트 두 곳을 점검했더니 한 곳은 없었고, 한 곳은 구석에 1개만 진열돼 있었다.
경남 함안군 등에 따르면 국내 봄철 수박 70%는 함안의 시설하우스에서 출하된다.
겨우내 길러 이제 출하 시기를 맞았지만 상품성 있는 수박 보기가 어렵다. 출하를 앞둔 수박의 크기는 대부분 보통 수박의 절반 이하다. 지난겨울 잦은 비로 일조량이 줄어 수박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실제 수확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이다.
시설하우스의 수확을 앞둔 상당수의 수박은 크지 못해 출하하기 힘든 상황이며 크기도 정상품(4kg 내외)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수박 재배 농업인은 "출하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3kg는 돼야 된다. 2kg, 1kg 정도의 수박은 그냥 버려야 한다. 생산비도 못 건질 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송병우 함안 대산농협 조합장은 "농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실농(농사에 실패)한 농가들은 거의 평년작에 비해 절반 정도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남도와 경남농협은 긴급 지원에 나섰다.
경남도는 수정과 착과 불량, 곰팡이병으로 피해를 본 시설 수박·멜론 농가를 지원하기로 했다.
시설 수박·멜론 재배지가 있는 창원, 진주, 의령, 함안, 창녕 등 5개 시군의 955농가에 총 16억 원을 투입해 영양제 구입비 등을 지원한다.
또 경남 농어촌진흥기금 융자 상환기간을 최대 1년까지 연장하고 이자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경남농협은 지난 12일 함안 대산지역 수박 농가를 찾아 피해 현황을 점검하고 재배 농업인의 의견을 들었다.
조근수 본부장은 “함안은 전국 겨울수박 생산량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핵심 지역인데, 일조량 부족으로 착과 불량에 이어 생육 부진, 수확량 급감으로 이어져 농업인의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라며 “경남농협은 피해 농업인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농촌지원부도 전국 시설작물 주산지의 피해 상황을 파악, 농업인 피해 최소화를 위한 다각적 지원 대책과 지원 방법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