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고주알 어원이 흥미롭습니다. 미주알은 '창자의 끝 항문'을 뜻하는데,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에 '고주알'을 합친 말입니다. 어문학계는 고주알이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덧붙인 말로 해석합니다. 창자 밑구멍의 끝인 미주알은 '눈으로 보기 어려워 숨은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말하거나 캐묻는 것'을 뜻합니다. 더경남뉴스 기자들이 숨은 기삿거리를 찾아 '사랑방 이야기식'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더경남뉴스는 22일자 기사로 우리 사회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관서의 명칭 이야기를 짚었습니다. 광역 시·도 경찰청의 정확한 명칭이 '~지방경찰청'인지 '~경찰청'인지 대부분의 국민이 매우 헷갈한다는 지적을 담았습니다.
심지어 기자가 몇 군데 경찰 부서에 물어봤지만 정확히 설명을 해주지를 못했습니다. 기자가 놀랄 정도로 명칭 변경 사실을 몰랐습니다. 아이로니한 현실이었습니다.
포털사이트 구글에 있는 지방경찰청(경찰서 포함) 공식 홈페이지 접속 '제목(대문)'에는 지금도 틀린 명칭을 버젓이 걸어놓고 있습니다. 명칭에 '지방'을 뺀 지 무려 3년이 됐습니다.
경찰 조직을 보면 경찰청이 있고, 그 아래에 광역 시·도 경찰청과 시·군 단위의 경찰서가 있습니다. 그 밑에 파출소와 지구대가 있지요.
광역도인 경남도에 있는 경찰청은 경남도경찰청일까요, 경남경찰청일까요. 아니면 경남도지방경찰청일까요, 경남지방경찰청일까요?
정확히 경상남도경찰청이 맞습니다. 줄여서 경남도경찰청이나 경남경철청으로도 부릅니다.
왜 그런지 사다리 식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각 시·도 및 시·군 경찰 조직 명칭
우선 시·도 별로 명칭을 알아보겠습니다.
서울은 정확히 서울특별시경찰청입니다. 행정안전부 산하 자치단체 명칭이 서울특별시이기 때문입니다.
그 아래에 대체로 서울강남경찰서, 서울종로경찰서, 서울중부경찰서, 서울강서경찰서 등으로 칭합니다. 보통 구 이름이 들어갑니다.
서울시 자치구는 25개인데 이보다 많은 31개 경찰서가 있습니다. 25개 구 단위 말고도 남대문·방배·서부·수서·종암·중부·혜화경찰서 등 6개가 더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모든 경찰서 명칭 앞에 '서울'이 들어갑니다.
다음은 6개 광역 시·도의 경찰 관서입니다.
부산은 부산광역시경찰청입니다. 산하에 부산강서경찰서 등 15개 경찰서가 있습니다.
참고로 부산시의 자치 군구는 15개 구에 1개 군(기장군)이 있습니다.
서울처럼 부산기장경찰서를 포함해 모든 경찰서 이름에 '부산'이 들어갑니다. 특이한 것은 일부 경찰서의 경우 구청 이름 대신 동서남북(동부, 서부, 남부, 북부)을 넣거나 중부를 넣었습니다.
인천광역시경찰청 아래에는 10개 경찰서와 인천국제공항경찰단이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의 치안을 담당하는 공항경찰단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모든 경찰서 명칭 앞에 '인천'을 붙입니다. 구청 이름과 지역명이 혼재합니다.
대구도 대구광역시경찰청입니다. 여기에서도 11개 경찰서 중 구청 이름과 지역명이 혼재합니다. 10개 경찰서에 '대구'가 들어갑니다. 다만 지난 2023년 7월 경북도에서 대구시로 편입된 군위군의 군위경찰서만이 대구가 빠져 있습니다. 곧 '대구'를 붙이겠지요.
광주광역시경찰청은 5개 경찰서가 있는데 광주광산경찰서를 빼곤 동서남북 이름을 넣었습니다.
또 대전광역시경찰청은 6개 경찰서가 있고, 울산광역시경찰청은 5개 경찰서가 있습니다. 이 두 곳도 구청 명칭보다 동서남북 방향을 지칭한 이름이 혼재돼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의 행정 조직에는 1개 특별시와 6개 광역시가 있고, 경남도와 같은 일반 시도가 6개 있습니다. 또 4개 특별자치 시·도가 있는데 세종특별자치시, 제주특별자치도, 전북과 강원특별자치도가 있지요. 모두 합치면 17개 광역권 시도입니다. 통상 말해왔던 '전국 8도'에서 분화가 많이 됐지요.
다시 경찰 관공서 명칭 이야기를 잇겠습니다.
이번엔 일반 시·도의 경우입니다.
인구 1364만 명인 경기도에는 경기도남부경찰청과 경기도북부경찰청으로 분리돼 있습니다.
수원시에 있는 경기도남부경찰청 산하엔 31개 경찰서가 있는데 광역시와 달리, 과천경찰서처럼 모든 경찰서 이름에 '경기'가 빠져있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 보면 성남시의 경우 성남수정경찰서, 성남중원경찰서로 부르는데 같은 성남시에 있는 분당경찰서에서는 성남이 빠져 있습니다. 1기 신도시인 분당과 기존 시 지역인 성남을 분리했는데, 분당이 신도시로 많이 알려져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 같습니다.
의정부시에 있는 경기도북부경찰청엔 고양경찰서처럼 대부분 시·군 명칭을 사용하지만, 1기 신도시인 일산에 있는 일산동부경찰서, 일산서부경찰서 문패엔 '고양'이 빠졌습니다. 이 또한 신도시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름이 길어진다는 측면도 고려 대상이었겠네요.
충청남도경찰청(15개 경찰서), 충청북도경찰청(12개), 전라남도경찰청(22개), 경상북도경찰청(23개), 경상남도경찰청(23개)도 마찬가지로 광역 도의 명칭을 붙이지 않습니다.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시·군 지역명이 더 선명하게 인식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경남도 시·군 단위에는 진주경찰서, 합천경찰서, 김해중부경찰서, 김해서부경찰서 등으로 씁니다.
이와 함께 '특별자치'란 행정명이 들어간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3개 경찰서), 세종특별자치시경찰청(2개), 전북특별자치도경찰청(15개), 강원특별자치도경찰청(17개)은 특별자치 시·도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특별자치'가 붙어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모든 광역 시에서는 광역 지역명을 넣었습니다.
서울의 경우 서울종로경찰서처럼 광역 지역명인 '서울'을 넣었고, 부산(부산해운대경찰서)과 울산(울산남부경찰서)도 마찬가지로 '부산'과 '울산'을 씁니다. 다른 광역시도 같습니다.
하지만 특별자치 시·도의 경우 각기 다릅니다.
세종시에만 '세종'이란 광역 지역명을 썼고, 오래 전에 특별자치도가 된 제주는 지역이 단촐해서인지 일반 시·도와 같이 광역 지역명을 넣지 않았습니다.
최근 특별자치도가 된 강원과 전북특별자치도도 광역 지역명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 관서 명칭 왜 헷갈리나?
지금의 경찰 관서 명칭은 3년 전인 2021년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서 바뀌었습니다. 1991년 경찰청 개청 이후 30년 만의 변경이었는데 광역 시·도 경찰 조직에서 '지방'을 빼버렸지요.
예컨대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서울지방경찰청)에서 '지방'을 없애 서울특별시경찰청(서울경찰청)으로 바뀌었지요.
명칭 변경은 자치경찰제와 국가수사본부 신설 등 경찰법이 시행되면서입니다.
‘지방’이란 단어를 없앤 것은 자치경찰사무 말고도 국가경찰사무도 수행한다는 취지를 반영한 것입니다. 또한 '지방'이란 단어가 '중앙'의 대척 단어로 인식돼 바꾼 것으로도 보입니다.
▶해결책은 간단
기자가 경찰 조직명에 관심을 가진 것은 포털사이트에서 광역 시·도의 경찰청을 검색하면서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경남경찰청'을 검색하니 '경남경찰청'은 물론 '경남도경찰청', '경남지방경찰청', '경상남도경찰청' 등으로 명칭이 다양하게 혼재돼 노출됐습니다.
문제는 명칭이 바뀌기 전의 언론 기사와 일반인이 올려놓은 글에서가 아닌, 광역 시·도 경찰청 공식 홈페이지로 들어가는 '제목'에 버젓이 틀리게 기재돼 있다는 점입니다.
혼재된 표기를 그대로 둔 것은 포털사이트 담당자의 문제일 수도 있고, 경찰 관련 부서의 게으름과 무책임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14만 명 조직의 민낯입니다.
▶취재 후기
경남도경찰청의 보도자료를 보면 리드 부분엔 풀 네임인 '경남도경찰청'으로 쓰지만 중간 문장에선 줄여 '경남경찰청', '도경찰청'을 쓰고 가끔 도경찰청의 줄임말인 '도경'으로 명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자 사회에서 서울시경찰청을 '시경'으로 말하는 것처럼 '도경'이란 용어는 언론 기사에서도 더러 발견됩니다.
예컨대 서울시경찰청을 '시경'으로 말하는 것은 오래됐고 지금도 관행적으로 이렇게 부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전 명칭인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을 줄인 것이지요.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의 언론에서도 '시경'으로 말할 겁니다.
취재 전에 기자도 경찰 관련 기사를 쓰면서 명칭이 아리송했습니다. 3년 전에 명칭이 바뀌었다눈 것을 몰랐었자요.
궁금증에 먼저 경남도경찰청에 전화를 해 물었습니다. 종합적인 경찰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관계자임에도 몰랐습니다. 심지어 "어떻게 쓰든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하더군요.
경찰청은 더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다시 물었습니다. 담당 분야 직원이라고 했는데 역시 제대로 알 지를 못했습니다.
이 직원은 처음엔 서울의 경우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한다고 하는 등 헷갈려 하는 느낌이 와서 포기를 했습니다.
경찰청에 근무하다가 광역도 경찰청장으로 퇴임한 지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단박에 지난 2021년에 이름이 바뀌었다고 답을 주더군요. 검색을 하니 그 해가 자치경찰제를 시행한 해이더군요.
모든 게 해결됐습니다.
하지만 기자처럼 많은 사람이 이 시간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경찰청 조직 명칭 혼재에 혼란스러워할 겁니다.
포털사이트에 불특정 다수가 올린 글에서는 틀릴 수 있고 이전의 명칭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청이나 경찰서 공식 홈페이지로 접속되는 '대문(타이틀)'에 명칭이 틀리게 명기돼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번 경찰 조직 명칭 취재 과정에서 엉뚱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요즘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는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에게 궁금증 민원 답변을 맡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민감한 것에 대한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못 하는 기관들이 많다면 충분히 조기 도입을 검토할만 합니다.
기자가 헷갈리고 궁금했던 '시·도 경찰청' 명칭과 '시·군 경찰서' 명칭에 관한 답변 정도는 쉽고도 명확히 알려 줄 수 있을 겁니다. 1차 답변을 AI가 하고 더 궁금한 것은 담당자를 연결시키면 되는 것이고요.
AI는 자존심 내세우며 민원인에게 으스대는 행동과 말을 하지 않아 '민원 트러블'이 줄 테니까요. 곧 이 시대가 오겠지요. 하지만 그 전에 빨리 포털에 혼재된 경찰청 이름부터 통일해 놓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