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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엿보기] "모 그냥 심는 거 아닙니다"···농가들의 까다로운 모내기 준비 모습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5.07 15:36 | 최종 수정 2024.05.08 16:03 의견 0

지금 농촌에는 모심기 준비 작업이 한창입니다.

논을 가는 쟁기질은 대체로 끝냈지만 논바닥을 고르는 로터리 작업, 써레질이 한창입니다. 일부 농가에서는 벌써 이들 작업을 끝내고 조생종 모를 심은 곳도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모내기를 물 댄 논에 키운 모를 심으면 된다고 하지만, 준비 과정은 보다 세밀합니다. 집에서 때마다 나물을 무쳐 식탁에 내놓는 데도 여러 과정을 거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봄에 하는 논갈이는 모내기 보름 전(이전에 해도 됨)에 본논을 먼저 간 뒤 모내기 3~5일 전에 한번 더 시비(施肥·논밭에 거름이나 비료를 주는 일)를 하고서 로터리 작업을 해 논바닥을 평평하게 고릅니다. 예전엔 이를 써레질이라고 했습니다.

상당수 도시인이나 어린 학생이 모르는 모내기(준비) 과정을 소개합니다.

1. '생갈이' 작업

가을 추수가 끝나면 늦어도 땅이 얼기 전인 초겨울 때까지 벼 그루터기만 남은 논을 갑니다. 이를 농촌에선 '생갈이(초벌갈이)'라고도 합니다. 날씨가 풀린 초봄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 논갈이를 해주면 흙에 산소를 공급해 땅심(땅의 힘)을 돋웁니다.

전년 가을에 하는 것을 '가을갈이', 봄에 하는 것을 '봄갈이'라고 하는 데 초벌갈이라는 뜻에서 농촌에선 '생갈이'라고 퉁쳐서 말합니다. 가을갈이는 갈아엎은 흙이 겨우내 햇볕을 받고 비바람을 맞게 돼 토질이 좋아지고 땅속의 해충을 죽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트랙터가 추수를 끝낸 논에서 늦가을 쟁기질로 생갈이를 하는 모습

덧붙이자면 논갈이는 ▲굳어있는 흙을 부수면서 아래층에 있는 영양분을 위로 끌어 올리고 ▲흙 속에 산소를 공급하고 ▲모내기 작업을 편리하게 하고 ▲흙을 푸슬푸슬하게 해줘 모 뿌리의 활착도 빠르게 하고 뿌리를 깊게 뻗게 하고 ▲물을 간직하는 힘을 키워줍니다.

2.논둑 만들기

다음으로 모내기를 한 뒤 여름 내 벼가 먹을 물을 가두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논둑을 만들어야 물이 논에 가두어지지요.

따라서 기계화가 되기 전 논두렁 만들기는 먼저 본논에 물을 댄 뒤 논둑을 따라 쟁기질을 하고서 둑을 만들었습니다. 맨논에 쟁기질을 하는 것보다 물을 댄 뒤에 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물을 먼저 대면 우선 흙이 반죽이 돼 맨논보다 논바닥이 잘 골라집니다. 또한 겨우내 두더기가 다니면서 논둑에다 내놓은 구멍을 보다 잘 찾을 수 있습니다. 쟁기질로 땅을 파면 드러난 구멍으로 물이 아래 논으로 흘러내립니다. 삽 등으로 잽싸게 막을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쟁기질을 한 뒤 질어진 흙을 논둑 쪽으로 두둑처럼 만듭니다. 주로 삽이나 삽괭이, 가래 등을 이용합니다. 예전엔 5~6월 뙤약볕 아래서 보통 100여m 정도의 논둑을 만들어야 해 꽤 지루하고 고된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농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만든 논둑. 아직도 소농가에선 수작업으로 논둑을 만든다.

다음 밑의 논둑 만드는 사진은 물을 대기 전 맨논에서 먼저 논둑을 만드는 작업입니다.참고로 비가 온 다음 날 작업을 하면 논둑이 더 야무지게 만들어집니다.

작업은 모내기를 하기 위해 본논에 로터리 작업을 하기 전에 논두렁 조성기로 합니다. 농가마다 작업 형태는 다르지만 쟁기질(생가리)이 돼 있는 마른 논에서 하거나, 반대로 물을 먼저 대놓고 작업을 합니다. 요즘은 두더지가 파놓은 구멍도 기계가 완벽하게 다져가며 논둑을 만들어 어느 것을 먼저해도 괜찮습니다.

논두렁 조성기를 단 트랙터가 논두렁을 만들고 있다. 논두렁 조성기 작업은 이 기사 '관련기사'에 동영상으로(http://thegnnews.com/View.aspx?No=2780061) 소개해 놓았다.

3. 로터리 작업(써레질)

논두렁 만들기 작업이 끝났습니다.

이후 모를 내는(심는) 날짜에 맞춰서 로터리 작업(써레질 포함)을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로터리 작업과 써래질은 다릅니다. 로터리 작업을 먼저 한 뒤 마지막으로 써레질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트랙터에 로터리와 써레판을 같이 장착해 한번에 땅을 파 엎는 작업과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다음 사진은 로터리 작업 모습입니다.

모를 심기 전에 논바닥을 평평하게 고르는 로터리 작업 모습

로터리 작업(써래질)을 하고서 3~5일 후에 이앙기로 모를 심습니다.

곧바로 모내기를 하지 않고 며칠을 기다리는 것은 로터리 작업의 흙탕물이 논바닥에 적당히 자리를 잡아야 모 심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모가 제자리에 잘 박혀 모가 물에 뜨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논바닥을 평평하게 고른 뒤 이앙기로 모를 심고 있다. 이상 정창현 기자

한편 최근 농가에서는 트랙터로 하는 쟁기질, 로터리 작업 횟수를 줄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농자재 값 상승과 쌀 값 하락 등으로 농삿일 품을 아끼려는 것이라고 합니다.

경남 진주시 문산면의 한 대농가 농민은 "예전엔 열심히 땅심 돋우는 작업을 했지만 기름값과 비료값 인상 등으로 지난해 가을 추수 후 쟁기 작업(놀갈이)을 생략하고 로터리 작업 횟수를 써레질 포함해 두 번으로 마무리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요즘은 거름 등 유기질 비료가 아닌 화학비료 위주로 농사를 지어 '갈이'를 자주 하지 않습니다. 논을 자주 갈면 토양층의 유기물 분해가 촉진돼 유실되고, 인산·칼리·석회 등이 줄어 들어 보통논에서는 가을 생갈이를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

먼발치에서 보면 이팝나무꽃, 아카시아꽃 등이 피어난 시절, 들녘에서 신선놀음이 펼쳐지는 것처럼 한 폭의 풍경화로 보이지만 모 심기엔 이처럼 단계별로 꼭 챙겨야 하는 작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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