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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집단 휴진' 대란은 없었다…경남 맘카페 '혼꾸멍 내자'는 불매운동에 80% 넘게 '찬성'

문 닫은 병의원엔 "앞으론 안 간다" 등 불매 리스트 공유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6.18 17:13 | 최종 수정 2024.06.19 00:24 의견 0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한 18일 집단 휴진 대란은 없었다. 되레 지역 맘카페 등에선 이날 문을 닫은 병원 명단이 돌면서 해당 병의원들에겐 휴진 휴유증이 뒤따를 전망이다.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과 동네 개원의 의사들이 휴진에 나선 이날 의료현장에서 대규모 혼란은 없었다. 다만 평소보단 조금 더한 불편이 뒤따랐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의협 유튜브 캡처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서 총파업 성격인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총 14만 명 의사 중 1만 명 정도가 여의도 대로 편도 4차선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다.

경남 양산시에 있는 양산부산대병원의 경우 이날 실제 휴진을 한 의사는 10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고, 울산 동구에 있는 울산대병원은 의사 휴진으로 예정된 외래 진료 계획 103개 중 31개(30.1%)가 취소됐지만 휴진 분위기는 찾기 힘들었다.

부산의 한 개원의는 한 매체에 “집단 휴진이 너무 늦어 참여할 필요를 못 느꼈다. 의협이나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을 재논의하자고 하는데 끝난 마당에 뭘 어쩌자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의협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전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 전 서울대의 17일 무기한 휴진에 이어 다른 대학병원의 일부 교수들이 휴진에 동참하고 일부는 여의도 집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의 대대적인 휴진은 없어 혼란이 없었다.

서울 강서구 발산역 바로 옆에 위치한 이대서울병원 지하 1층 로비를 의료진들이 식사를 하려고 나서고 있다. 일부 종합병원 의사들이 여의도 '집단 휴진(총파업)'에 동참하긴 했지만 이대서울병원처럼 대부분 병원들의 분위기는 평소와 비슷했다. 독자 최복희 씨 제공

하지만 일부 병의원은 정부의 진료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의식해 오전 진료만 하고 오후 2시에 집회가 열린 여의도로 가는 편법도 동원됐다.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한 소아청소년과가 "18일 폐업 신고 관계로 휴진합니다"라는 글을 공유했다.

그는 이 글에서 "아직 휴진할까 말까 하는 고민하는 원장들, 특히 소아 병원 동업 원장들 잘 봐라. 이게 소아과의 근본이다. 당신들 심장은 편안한가? 나도 당연히 휴진하고 (총궐기대회가 열리는) 여의도에 간다"라고 휴진을 독려했다.

오전만 진료하고 오후 파업 참가를 위해 휴진을 알린 한 의원. 온라인 커뮤니티

이에 일부 동네 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휴진 안내에 불만을 터뜨렸다.

전국의 맘카페에서는 '휴진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면서 "이번에 이용하지 않기 등으로 혼꾸멍을 내자"는 불매운동 움직임도 일었다. 일부 회원은 네이버 지도에서 병원을 검색해 휴진하거나, 오전 진료만 보는 병원 리스트를 올렸다.

회원 30만 명인 경남의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지난 17일 오후부터 '병·의원이 휴진하면 불매하겠느냐'는 설문을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 11시 20분 기준 의사 집단 휴진 찬반 질문에 전체 응답자 340명 중 96.2%인 327명이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불매 운동에는 응답자 336명 가운데 80.7%인 271명이 찬성에 투표했다.

이 설문의 댓글에는 "사람 목숨을 담보로 거래하는 의사는 의사가 아니다"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제주 지역 맘카페에서는 이날 휴진하는 병원 리스트가 공유됐고, 관련 게시글에는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에서는 "환자를 담보로 이런 행위를 하다니 앞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 "자기 가족이 아파 죽어가도 파업할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는 등의 글이었다.

경기 수원의 맘카페에서도 한 소아청소년과의 휴진을 성토하는 글이 이어졌다. 한 회원은 "아이가 기침이 심해 병원에 가려다가 검색을 했더니 휴진이라고 나오길래 당황스러웠다. 소아청소년과까지 문을 닫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춘천의 한 커뮤니티에는 "진료 보는 날 진료 기록지 떼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요. 휴진인 병원 공유해서 혼꾸멍내야겠어요", "의료파업 병원은 가지도 맙시다" 등의 글이 올랐다.

청주의 한 맘카페 게시자는 "음식점도 사장이 고객 관리 안 하고 맘대로 가게 문을 닫는다고 하면 굳이 가서 먹을 필요 없다"며 "개인병원도 집단휴진에 들어가면 이번에 단골 병원을 바꾸려고 한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개원의들의 꼼수 휴진도 여러 곳에서 보였다.

'오후 휴진'을 내건 한 충북 청주의 한 동네 내과 의원은 휴진 이유를 "일이 있어서"라고 말해 불매 설문 대상이 됐고 80%가 불매에 찬성표를 던졌다.

휴진에 동참한 병의원들은 '개인 사정', '내부 공사', '대청소', '에어컨 청소' 등 나름의 이유를 입구에 알리며 휴진에 들어갔다.

동네 병원들은 불매운동이 운영에 큰 영향을 받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9시 휴진한 전체 의료기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일일이 전화를 돌려 휴진율 파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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