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메다'와 '매다'의 또 다른 함정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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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15:33 | 최종 수정 2024.07.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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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다'와 '매다'만큼 대별하는 낱말이 없을 듯하다.
'배게냐', '베개냐', '배개냐', '베게냐' 하는 식이다. 이는 너무 많은 이들이 헷갈려한다는 말이다. 맨 앞의 배게가 맞다.
메다와 매다를 구별한 대대수의 글은 사전 뜻 풀이 차이 정도로만 적시한다. '어깨에 책보따리를 메는 것인가, 매는 것인가' 식이다. 메다가 맞다.
우선 매다를 보자.
우리가 자주 쓰고 잘 알고 있는 ▲'끈이나 줄의 두 끝을 엇걸고 잡아당겨 풀어지지 않게 마디를 만들다' ▲'끈이나 줄로 꿰매거나 동여 무엇을 만들다' 등이다. 결박하다, 달아매다, 동여매다로도 쓴다.
'신발 끈을 매다', '옷고름을 매다', '넥타이를 매다' 등으로 누구나 자주 쓴다.
경상도 사람들이 쓰는 사투리 "쪼매라(찌매라)"는 '조여(조이어) 매라'는 말이다.
이 말고도 '논밭에 난 잡풀을 뽑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반면 메다는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다'거나 '어떤 책임을 지거나 임무를 맡다'의 뜻을 가졌다.
'감정이 북받쳐 목소리가 잘 나지 않다'는 의미도 있다. '목이 메어 말이 안 나온다'가 사례다. 구별하자면 줄로 맨다고 할 땐 '메다'가 아니라 '매다'이다. '줄로 목을 매고 죽었다'가 용례다.
그런데 두 단어를 말할 때 전혀 모르고 쓰는 '함정'이 있다.
'책가방을 허리춤에 메고 학교에 갔다'로 쓰면 맞는 문장일까?
틀렸다. 책가방은 당연히 메는 것인데 왜 그럴까?
멘다는 것은 '허리'가 아니라 '어깨'다.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서 메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장은 '책가방을 허리춤에 매고 학교에 갔다'로 써야 맞다. 어깨가 아닌 허리춤에 끈으로 풀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가방을 허리춤에 매고 학교를 갔다'와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학교에 갔다'가 맞다.
다만 어깨나 허리를 구별하지 않고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고 할 땐 당연히 어깨에 멘 것으로 여기고 '메다'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