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숨 거두기 전의 극한 '단말마(斷末魔) 고통'···단말마란?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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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4 22:58 | 최종 수정 2024.01.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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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아침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이 단말마같이 말을 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에 하는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최근 북한이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막말을 쏟아내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정치적 심리 상태가 상당히 불안해 보인다"며 한 말입니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의 경제가 우리의 1000분의 1 수준이고, 식량이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나와 있다”며 “북한이 한국과 관계를 끊겠다거나 대사변을 일으키겠다고 하는 건, 거꾸로 해석하면 상당히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 전 총장이 거론한 단말마(斷末魔)는 '인간이 죽을 때, 즉 최후의 순간에 느끼는 모진 고통'을 의미합니다. 인생 과정에서 잘못을 많이 저질러 임종(臨終)의 순간이 고통스럽다고 보는 거지요. 달리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한다고도 합니다.
단말마는 끊을 단(斷), 끝 말(末), 마귀 마(魔)입니다. 풀이하면 '급소(末魔)를 자른다(斷)'란 뜻으로 목숨이 끊어진다는 말입니다.
지금은 말 뜻이 조금 바뀌어 '사람이 죽을 때 마지막으로 지르는 비명'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예컨대 몹시 고통스러울 때 지르는 외마디 소리를 ‘단말마의 비명’이라고 표현합니다.
단말마는 불교 용어입니다. 산스크리트어 마르만(marman)의 발음을 그대로 옮겨 쓴 것입니다. 산스크리트어는 인도의 옛 언어인데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의 경전이 이 언어로 기록돼 있습니다.
말마를 좀 더 알아봅니다.
말마는 관절이나 육체의 치명적 부분, 즉 급소를 의미합니다. 옛날 인도 의학에서는 사람의 몸에 마르만이 여러 개 있고, 이를 자르면 엄청난 고통이 따르고 곧 죽는다고 여겼습니다.
또한 말마를 얻어맞으면 발광(發狂)한다고 합니다.
발광이란 미친병 증세가 드러나 비정상적이고 격하게 행동하는 것을 뜻합니다. 종종 쓰는 발광이란 단어가 여기서 나왔군요. "지랄발광한다"고 하지요.
좀 더 어렵지만 사람이 죽을 때는 수(水)·풍(風)·화(火) 삼대(三大) 중에서 한 종류가 유달리 많아지고, 그것이 말마와 부딪쳐 목숨이 끊어진다고 합니다.
용례를 들면 '단말마의 고통'은 인간이 죽기 바로 직전 빈사상태에서 괴로워하는 것을 뜻합니다. 또 '단말마의 총성'은 목숨을 끊는 총성이란 뜻이고요.
알고 보니 단말마란 참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오묘한 내용을 가진 낱말입니다.
그런데 단말마(斷末魔) 말고 단말마(斷末摩)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귀 마(魔)가 아니고 갈 마(摩)입니다. 산스크리트어 마르만의 발음을 그대로 옮겨서 두개로 쓰여지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또 '단발마'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단말마'가 맞습니다. '짧은 비명'으로 해석해 '단발마'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틀린 말입니다.
'단발마의 비명'이 아니라 '단말마의 비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