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사죽을 못 쓴다'가 맞을까" '사족을 못 쓴다'가 맞을까?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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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3 12:50 | 최종 수정 2024.01.2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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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헷갈리는 낱말과 문구를 찾아 독자와 함께 풀어보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지도편달과 함께 좋은 사례 제보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우리가 쓰는 관용구 가운데 '사족(을) 못 쓰다'는 말이 있지요.
아다시피 (사람이 무엇에) 반하거나 혹해 꼼짝을 못 하거나, 어쩔 줄을 모른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내기라면 사족을 못 쓴다', '술을 보면 사족을 못 쓴다' 등입니다. 팔, 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어떤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지요.
'사족을 못쓴다'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족(四足)은 '짐승의 네 발'을 가리키거나 '네 발 달린 짐승'을 뜻합니다. 넉 사(四), 발 족(足)입니다.
사족은 두 팔과 두 다리를 뜻하는 '사지(四肢)'를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그런 도둑질을 해"라고 할 때의 사지이지요.
그런데 진주를 비롯한 경상 지방에서는 대체로 ‘사죽을 못 쓰다’로 말합니다. '사족'을 '사죽'으로 쓰는 것이지요.
또다른 단어 '사족(蛇足·뱀의 다리)'이 있습니다. 뱀 사(蛇)와 발 족(足)입니다.
사족(蛇足)은 '뱀을 다 그리고 나서 있지도 않은 발을 덧붙여 그려 넣는다'는 뜻인데 쓸데없는 군짓을 해 도리어 잘못되게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화사첨족(畵蛇添足)'의 준말이지요. 사족=군짓, 군말, 군소리, 군더더기입니다. 필요없는 말을 할 때 '사족을 붙인다' 또는 '사족을 단다'라고 합니다.
'화사첨족'은 뱀을 빨리 그리는 경기에서 어떤 참가자가 뱀의 몸통을 가장 먼저 그렸지만 발까지 그려 넣다가 도리어 늦어 실패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참고로 발이 없는 뱀이 이동하는 원리는 비늘의 마찰력의 힘이 작용합니다. 이동을 하기 위해 근육을 수축하고 이완하기를 반복하고, 이때 마찰력이 큰 몸통의 옆쪽이 수시로 제동장치 역할을 하고 머리와 꼬리가 먼저 움직이고 이어 몸통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S'자 곡선으로 이동을 하지요.
발음은 '사족(四足)을 못 쓴다'로 말할 땐 '사:족' 하고 길게 하지만 '사족(蛇足)을 단다'고 할 때는 '사족'으로 짧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