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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기자의 고샅길 산책] 삼복 더위 속 '옥수수밭' 그리고 '찐 옥수수 맛'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8.11 18:58 | 최종 수정 2024.08.11 22:46 의견 0

옥수수의 계절입니다.

대지를 호령하듯 찜통 더위 기세가 하늘을 찌르지만, 찜통 더위를 양분 삼아 익어가는 만물의 기세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정창현 발행인 겸 기자가 주말인 10일 경남 진주시의 한 농촌 마을 옥수수밭에서 '내고장 8월의 옥수수 익어가는 시절'을 스케치 했습니다. 참고로 이번 '고샅길'은 주말을 맞아 기자의 부모님이 가꾼 옥수수밭을 방문했습니다. 여름방학 한낮 땡볕에 옥수수를 꺾던 때의 추억도 새록새록 떠올라 무척 특별했던 시간 여행이었습니다.

여름방학의 추억이란,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던 무더위 속에 꺾어간 옥수수를 마당 귀퉁이에 걸어놓은 냄비솥에다 넣고, 그것도 장작불을 지펴 쪄먹던 그 추억이지요. 그땐 어린 마음에 손수 옥수수를 꺾어 수확을 해왔다는 뿌듯함도 꽤 컸었습니다.

옥수수밭의 옥수수대와 대에 꽂힌 듯 달려서 튼실하게 커가고 익어가는 옥수수들. 세상에 둘도 없는, 꽉찬 느낌이 물씬 와닿는 여름날의 밭 풍경입니다.

옥수수가 눈대중으로도 튼실해 보이네요. 옥수수 밑동과 몸체를 보면 껍질을 까지 않고도 속이 꽉 찬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자의 할아버지는 옥수수 수염(털)이 갈색으로 변할 때 꺾으면 십중팔구로 잘 익어 맛이 가장 좋다고 했습니다. 수염이 너무 익으면 옥수수가 단단해 맛이 덜합니다.

누구의 손을 기다릴까? 잎은 초록빛을 더해 싱그럽지만 옥수수는 하루를 멀다 않고 익어만 갑니다.

플라스틱통에 꺾어 담은 옥수수들. 알이 꽤 잘 든 것으로 짐작됩니다.

옥수수수 껍질을 벗기는 작업입니다.

껍질을 다 벗긴 옥수수. 찰옥수수는 흰찰옥수수와 흑찰옥수수 그리고 색이 섞힌 알록찰옥수수가 있습니다. 광주리에 담긴 것은 흰색찰옥수수입니다.

벗긴 옥수수 껍질입니다.

찐 옥수수입니다. 한입에 막 베어물면 올 한해 여름 맛은 다 먹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옥수수 알도 잘 들었고, 잘 쪄져서 무척 먹음직스럽습니다.

벗긴 옥수수 껍질은 흑염소의 몫입니다. 사람도 옥수수맛에 혀와 뇌가 홀리는데 염소에게도 대단한 맛일 것으로 짐작합니다.

흑염소가 어느 새 옥수수 껍질을 다 먹은 것 같습니다.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새끼가 어미 염소 곁을 지킵니다. 많이 먹고 젖을 잘 먹여야 하겠네요. 이상 정창현 기자

■다음은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시입니다.

청포도를 옥수수로 바꿔봤습니다. 이육사는 마르크스-레닌 사상에 심취하고 이 시가 나온 때가 일제강점기여서 청포도와 청포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지만 단순하게 한여름 정취를 목가적인 관점에서 바꿔봤습니다.

내 고장 칠월(팔월)
청포도(옥수수)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연초록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옥수수)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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