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역대 최대인 회삿돈 3089억 원을 횡령한 BNK경남은행 전 간부에게 '징역 35년'의 중형 선고가 내려졌다.
이전 최고 횡령액이었던 지난 2022년 우리은행 횡령사고(668억 원)보다 약 4.5배 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는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BNK경남은행 전 투자금융부장 이 모(52)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159억여 원을 추징 명령했다.
이 씨의 법행을 도운 한국투자증권 전 직원 황 모(53) 씨에게는 징역 10년, 추징금 11억여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약 14년에 이르는 장기간 횡령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전체 횡령액도 3089억 원에 이른다. 범행 과정에서 사문서를 위조하고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등 수법과 죄질도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은행은 실제 약 592억원의 피해를 입었고 대외적인 신뢰도 하락 등 간접적 피해까지 고려하면 손해가 충분히 복구되기 어렵다"며 "금융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신뢰를 역으로 이용해 횡령을 저질러 금융기관 신뢰를 상실시키고 시장경제 질서에 악영향을 끼쳐 장기간의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씨의 범죄는 지난 2008년 경남은행을 위해 관리하던 충북 음성군 골프장 조성사업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50억 원 횡령으로 시작됐다.
그는 이때부터 2022년 7월까지 약 14년동안 PF 대출 시행사 명의의 출금전표를 조작해 99회에 걸쳐 약 3089억 원을 경남은행에서 빼돌렸다.
이 씨는 이 과정에서 단독으로 2008년 7월~2018년 9월 같은 수법을 사용해 회삿돈 803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그가 실질적으로 취득한 금액만도 무려 28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빼돌린 범죄수익을 금괴로 바꾸거나, 이른바 ‘상품권 깡’을 통해 현금화했다.
이씨는 130억 원 상당의 금괴, 현금, 상품권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빌린 오피스텔 3곳에 나눠 숨겼다. 이 씨는 횡령한 돈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빌라에 거주하며 생활비만 수백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이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 한국투자증권 황 씨에겐 징역 10년과 추징금 11억 3500만 원을 선고했다. 범죄수익 은닉을 도운 황 씨의 내연녀 최 모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 받았다.
이 씨의 지인인 황 씨는 2014년 1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출금전표 등을 36차례에 걸쳐 위조·행사 하는 방법으로 경남은행 회삿돈 2286억 원을 페이퍼컴퍼니 등으로 보내 임의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황 씨는 이 씨와 함께 PF 대출 시행사 명의로 작성된 출금전표를 비롯한 여러 사문서를 위조·행사했다. 황 씨는 자신의 내연녀인 최씨에게 범행 내용이 담긴 이씨의 컴퓨터를 건네주며, 포맷을 지시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황 씨에 대해 "이 씨와 함께 횡령을 실행한 황씨는 범행 은폐에도 적극 가담했고, 분배 받은 범죄수익도 약 12억 원으로 결코 작지 않다"며 "그럼에도 재판에서 이 씨의 범행을 전혀 몰랐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씨의 범행을 도운 이씨 가족들은 실형을 선고받고 이미 복역 중이다.
이씨의 부인 용모씨는 지난 4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선고받았다. 용씨는 이씨의 횡령 혐의로 자택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횡령한 돈을 수표로 바꿔 김치통에 숨겨둔 혐의를 받았다.
이씨의 친형은 이씨에게 자금세탁업자를 소개해주고, 상품권 깡을 통해 범죄수익 은닉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 3월 징역 1년 6개월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