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안세영(22·삼성생명)의 작심 발언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안세영은 광주체고를 나와 곧바로 실업팀인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안세영은 금메달을 딴 직후 부상에 대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미흡한 부상 관리와 부상 중 대회 출전, 낡은 훈련 방식, 선수 개별 후원 계약, 개인 자격 국제대회 출전 제한 해제 등을 내세우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아 국민들은 그의 주장 포인트가 무엇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그는 향후 “협회가 운영하는 대표팀과 함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까지 밝혀 궁금증을 더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가장 최근의 언론 인터뷰에서 애초 강조했던 협회의 부상 관리 실망에서 개인 스폰서 등을 허용해 달라며 '강조 포인트'를 달리했다.
애초 돈 문제를 바로 꺼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먼저 협회의 부상 관리 문제를 들고 나왔지만 협회의 반박 내용이 여론에 먹혀들면서 전략을 바꾼 듯하다. 지금은 즉 개인 스폰서, 개별 국제대회 참가 등 '돈을 더 벌게 해 달라는 말'로 인식된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그의 주장과 관련해 진상 파악에 나선 상태다. 안세영도 “다시 입장을 알리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안세영의 전체 주장은 다 나온 곳으로 보인다.
협회는 안세영을 충분히 특별 관리해 줬고 더이상은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에 비춰 곤란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세영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싶어한다.
안세영이 불만을 내세운 주장은 크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부상 관리 적절성
안세영이 금메달을 딴 직 후 주장한 몇 가지 중 가장 처음에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부상 관리였다. 안세영도 이를 강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언론도 이를 중점 보도했다.
그는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 때 입은 무릎 부상 상태를 협회가 오진해 상태가 악화했고, 파리올림픽 직전 사전 훈련 캠프에서 당한 발목 부상에 대해서도 치료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협회의 주장은 다르다.
협회는 “항저우대회 부상 이후 2주간 절대 휴식과 안정을 취하고 4주간 재활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안세영 본인 의지로 그해 11월 두 차례 국제 대회에 나섰다”고 반박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달리 다른 국제대회는 거액의 상금이 걸려 있다.
파리올림픽 직전 부상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전력 노출이 돼 숨겼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파리올림픽 직전 부상에 대해 안세영과 코치가 나눈 문자 내용을 공개하며 “선수 본인이 치료를 안 받아도 된다고 했다가 다시 한의사를 한국에서 불러달라고 요청해서 그렇게 해줬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파리 현지 한의사를 수습해 치료를 맡기려고 했으나 이를 거절해 1100만 원을 들여 한국에서 한의사가 데려갔다.
부상 관련 상반된 주장이다. 문체부의 진상 조사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복식선수 위주 훈련 주장
배드민턴은 단식과 복식 경기 방식이 구분돼 코치진 구성과 훈련법도 달리해야 한다.
안세영은 복식에 초점을 맞추고 단식 선수들을 상대적으로 홀대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현 김학균 총감독 체제에서 코치들의 담당 종목이 있지만, 크게 구분하지 않고 선수들을 지도했다고 했다.
다만 전통적으로 국제대회에서 단식보다 복식 성적이 좋아 단식 선수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개연성은 있다. 충분히 예상도 되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안세영은 협회에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고 요청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협회는 "개인 트레이너 건은 선수(안세영) 의견이 공식 전달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 말이 맞다면 현장 관리자들이 설득력이 없다며 묵살했을 수 있다. 일반 선수들을 감안하면 특정 선수에 특별한 혜택을 주면 부작용이 커질 수도 있다.
'특별 대우' 문제는 이미 사회적인 문제가 된 적이 종종 있었다는 점에서 가타부타를 말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협회는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대표팀 훈련 방식 및 체력 운동 프로그램 방식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배드민턴연맹과의 신인선수 계약 조건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은 '선수 계약 관리 규정'을 만들어 신인선수의 계약 기간과 계약금, 연봉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졸 신인선수가 연맹과 의무 계약해야 하는 기간은 5년, 고졸은 7년이다. 이 기간의 계약금은 각각 1억 5000만 원, 1억 원을 초과할 수 없다. 또 첫해에는 5000만 원을 넘을 수 없다고 정해놓았다. 안세영도 광주체고를 나와 곧바로 실업팀인 삼성생명에 입단했으니 이들 규정에 따라 계약을 했다.
또 이 기간에 연봉도 입단 첫해 대졸 선수는 6000만 원, 고졸 선수는 5000만 원이 상한이다. 연봉도 연간 7% 이상 인상할 수 없으며 입단 3년이 지나야 구단과 협상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대회 입상 포상금 등 각종 수당은 연봉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선수가 광고로 받은 수익은 계약금이나 연봉에 포함시켰다. 다만 이는 삼성생명 등 선수가 소속된 기업광고 활동에서 받은 수익만 해당되고 다른 기업에서 받은 광고 수익을 계약금·연봉에 산정하는 문제는 각 팀의 내규에 따른다. 안세영은 나이키 신발 광고를 하고 있다.
▶국제대회 협회 소속 아닌 개인 자격 참가 논란
안세영은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언급했다.
안세영은 앞서 주장한 이런 불만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개인 자격으로 향후 국제 대회에 출전할 뜻을 내비쳤다.
배드민턴이 인기 있는 안도나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국제대회를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다.
하지만 지금의 협회 규정대로라면 자격 요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국가대표가 아니면 국제 대회에 나갈 수 없다.
협회 규정에는 국가대표로 활동한 기간이 5년이 넘고 여자는 만 27세, 남자는 만 28세 이상이어야 개인 자격으로 국제 대회에 나설 수 있다.
이를 알고 있는 안세영은 “대표팀을 나간다고 못 뛰게 하는 건 야박하다”고 선수를 쳤다.
하지만 협회는 “규정이 무시되면 여러 선수가 대표팀을 이탈할 우려가 있고, 국가대표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맞서고 있다.
연령대가 다소 경직됐다는 지적도 많다. 협회로서는 존립을 걱정해야 할 사안이다.
이와 관련한 선례가 있다.
2016 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던 고성현과 신백철 선수가 2017년 당시 '개인 자격 참가 제한 연령' 규정인 '남자 만 31세, 여자 만 29세'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치 가처분신청을 냈었다.
법원은 "세계적 지명도를 얻은 선수가 국제 경기 상금 및 스폰서 계약으로 큰 수입을 얻고자 하는 것 자체가 문제될 수 없다"는 판단했다.
당시 법원은 협회의 제한 규정의 적절성이 아닌 나이 제한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실제 선수에겐 31세 나이는 환갑 나이다.
협회는 이후 남자 28세, 여자 27세로 연령 제한을 낮췄다.
협회는 이번에 이 규정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편 안세영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 총액은 145만 8291달러(약 19억 9000만 원)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세계 1위인 안세영이 9억 원을 벌 때 13위인 인도 선수는 97억 원을 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에서의 배드민턴은 인기가 없는 한국과 달리 매우 인기 있는 종목이다.
▶개별 선수의 후원 계약
안세영은 “광고를 찍지 않아도 배드민턴만으로도 경제적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스폰서나 계약 부분을 막지 말고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 건에 대한 댓글 등 여론이 양분되는 분위기다.
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는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선수 개인 후원 계약은 우측의 목 칼라에 1건으로 지정한다 ▲개인 계약은 배드민턴 용품사와 협회 후원사와 동종 업종은 제한된다 등으로 규정돼 있다.
안세영은 대표팀 후원사 신발이 불편해 나이키 신발을 신고 경기하겠다고 요청한 적도 있었다. 연맹 규정상 나이키 신발을 신을 수 없다. 광고는 하고 있다. 협회 후원사는 일본 배드민턴 용품 기업인 요넥스로 연 40억 원을 내놓고 있어 이 기업의 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배드민턴계에선 개인 후원 계약을 더 풀어주면 대표팀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협회는 지금 단체 후원 계약금으로 대표팀을 운영하고 선수와 코치들에게 보수를 지급한다.
개인 후원 계약이 자유로워져 후원사들이 스타 선수에게 몰리면, 반대로 나머지 선수들은 돈줄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실제 안세영도 협회 지원을 받아서 컸다는 덴 부인할 순 없다. 따라서 후원이 스타 선수에 집중되면 협회로서는 능력있는 어린 선수를 발굴해 키우는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설득력이 있다. 다만 스타 선수와 영재 육성에 쏟는 비율의 묘가 필요해 보인다.
운동 선수가 소속한 협회의 존립 이유는 선수 관리 및 육성 등 여러 가지다. 일각의 주장처럼 없애버리면 이런 논란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든, 어느 분야든 협회와 같은 관리 조직은 있다. 두는 것이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교에 학급 반장을 두듯 운영의 적절성 문제일 수 있다.
협회는 예전처럼 선수들에 군림하지 않고, 이익단체로 경도되지 않고, 선수는 너무 자유방임적인 주장을 삼가야만 배드민턴 발전이 지속가능해지는 것은 지당한 말이다.
예컨대 배드민텀과 비슷한 라켓 종목인 테니스는 협회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를 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프로 대회들이다. 배드민턴도 150만 달러 규모의 국제대회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낯설다.
유니폼 등의 사용도 탁구의 경우 후원사 유니폼만 같은 브랜드를 입고 라켓과 신발은 개인 스폰서를 허용하고 있다. 각 종목마다 기준이 다양하다.
지금 배트민턴 사태 관련한 양자 간의 이해 관계는 얽히고설켜 있는 듯하다. 근본을 갖고 해결책을 내려는 것보단 세대별, 지역별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 양분된 느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주장을 살펴보면 어느 것은 옳고, 다른 것은 그러다는 것으로 분별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문체부가 양자 간의 배설물 쏟아내는 듯한 극한 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배드민턴의 지속 발전을 위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